[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 남편 동의 없는 배아 이식, 생명 존중일까. 법의 허점일까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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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13 20:24  |  발행일 2025-07-13
생명윤리법, 배아 ‘이식’은 규정 없어…병원·여성 단독 결정 가능
“법적 처벌 대상 아냐”…전문가들, 현행법상 문제 없다고 해석
형사전문 천주현 변호사.

형사전문 천주현 변호사.

배우 이시영(42)씨가 우리 사회에 또하나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이혼 절차 중 전 남편 동의 없이 냉동 보관해왔던 배아를 이식받아 둘째를 임신했다고 밝힌 것. 사회는 뜨겁게 반응했다. 법적 문제·병원 책임유무 등을 둘러싸고 격론이 이어지고 있다.


이씨는 최근 SNS에 "결혼 생활 중 시험관 시술로 둘째를 준비했으나, 결국 이식을 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렀고, 이혼에 대한 이야기까지 오갔다"며 "배아 보관 5년 기한이 끝나기 전, 폐기할 수 없어 직접 이식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대방(전 남편)의 동의는 받지 않았지만, 결정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부연했다. 전 남편은 "처음엔 반대한 게 맞지만 생명이 생긴 이상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선 "동의 없는 생명 이식이 가능한가" "병원은 책임이 없나"라는 갑론을박이 쏟아졌다.'법이 다루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불안이 내포된 반응이다.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시험관 시술 등으로 배아를 생성할 땐 시술 당사자와 그 배우자의 서면 동의를 꼭 받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생성된 배아를 이식할 땐 상대방 동의 여부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다. 대구에 소재한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는 "생명윤리법은 배아 생성 단계만 규제하고 있다. 이식 과정은 규정 대상이 아니다"며 "이시영씨 단독 결정은 법 위반이 아니다"고 했다.


배아 보관 기한도 핵심 쟁점이다. 현재 의료법상 냉동 배아 보관 가능 기간은 최대 5년이다. 이 기한이 지나면 폐기 대상이다. 연장하거나 대체하려면 이식 또는 추가 결정을 해야 한다. 천 변호사는 "보관 만료 시점에 여성 단독으로 이식을 결정할 수 있고, 이를 제한하는 법률은 없다"며 "병원 또한 이식 과정에서 상대방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가 둘째를 출산하면, 해당 자녀의 법적 지위는 출생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민법상 혼인관 종료일로부터 300일 이내 태어난 자녀는 '혼인 중 자녀'로 추정된다. 이후 태어나면 '비혼 출생자'로 분류된다. 천 변호사는 "비혼 자녀의 경우, 전 남편은 인지 절차를 거친 후 부양 책임과 친권을 갖게 된다"며 "혼인 중 자녀일 경우에는 부성이 자동 인정돼, 법적 판단 기준은 출산 시기"라고 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한 연예인의 사생활에 그치지 않는다. 재생산 결정권과 책임을 둘러싼 법적·윤리적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현행법이 '동의 없는 배아 이식'에 대해선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돼서다.


천 변호사는 "자녀의 재생산권과 양육을 지원하는 게 세계적 흐름"이라며 "현행 생명윤리법도 처벌보다는 지원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한국 정부에 비혼 여성 등 모든 여성이 체외수정 등 보조생식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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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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