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 본산인 포항의 위기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 건설업 장기 침체, 미국의 철강관세 50% 부과 등 삼중고를 겪는 가운데, 포항에 본사를 두고 지역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제재 방침으로 포항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올해 들어 네 번째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지적과 지시에는 서슬 퍼렇게 날이 서 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라고까지 했다. 그러면서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찾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향후 내려질 행정처분 수위에 포스코이앤씨의 사운이 걸렸다. 잇단 사망사고에 대한 엄중한 책임추궁은 당연하다. 그러나 '산업안전'이란 당위론도 현실적인 디테일을 갖춰야 한다. 포스코이앤씨가 지난해 협력업체에 지급한 금액은 무려 5조9천550억원에 이른다. 625개 거래업체의 생명줄이다. 영업정지 조치가 이뤄지면 이로 인한 피해액이 약 10조원에 이를 것이란 백강훈 포항시의원의 지적은 단순한 애향심의 발로가 아닌 냉혹한 현실이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포스코이앤씨의 산업재해 사망자 수(5명)는 국내 10대 건설사 중 가장 낮다. 운 나쁘게 일벌백계의 본보기가 된 셈이다.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건설현장에서 빈번한 사망사건은 근절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산업안전에 있어서는 속도전이 능사 아니다. 처벌은 단계적이고 세부적일 필요 있다. "살인 아니냐"라는 대통령의 직설은 자칫 애꿎은 피해와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공사 발주 단계에서부터 안전관리 계획 수립, 예산 확보 등 책임을 지도록 법제도를 개선하는 것부터 하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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