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 소환과 APEC 행사 일정이 겹치면서 APEC 진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국회 17개 상임위원회는 총 834개 기관을 대상으로 다음달 6일까지 감사를 벌인다. 올해 국감에 출석 요구를 받은 약 400명의 증인 중 기업인이 무려 200명에 달한다. 지난해 159명 기록을 뛰어넘는 수치다. 여야 모두 "기업인 증인 채택 자제"를 외쳤지만 결국 빈말이 됐다. 기업인을 대거 증인으로 불렀다가 질문도 하지 않은 채 돌려보내는 구태가 반복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 기간에 APEC이 열려 자칫 외교적 결례로 이어질 수 있다.
APEC 정상회의는 31일과 11월1일 열리지만, 경제분야 최대 행사인 CEO 서밋은 28일부터 나흘간 개최된다. 이 행사에는 전 세계에서 1천700여명의 기업인들이 모일 전망이다. 특히 미국 대통령과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이 거의 확정적이라 이들 국가의 기업인도 많이 방한할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외교행사를 앞둔 시점에 기업인들을 국감에 줄줄이 소환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배경이다. APEC 행사 준비에 바쁜 기업들이 국감 준비에도 힘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무위원회는 28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불러 계열사 부당지원 관련 실태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날은 최 회장이 회장으로 있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CEO 서밋이 개막하는 날이다. 최 회장은 이 행사 의장이다.
국회는 지난달 APEC의 성공 개최를 위한 결의안까지 여야 합의로 채택했다. 결의안에는 APEC이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고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중대한 기회라며 국회가 모든 지원을 다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도 행사일에 기업인을 국감장으로 불러들이는 게 맞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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