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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대구경북학회 공동기획 경북의 마을 '지붕 없는 박물관']
[영남일보-대구경북학회 공동기획 경북의 마을 '지붕 없는 박물관] <3> 문경 적성리·노은2리 마을-오미자의 고장
지난 9월20일 취재차 문경시 동로면 적성리와 노은2리를 찾았을 때는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었다. 동로면 행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적성리와 노은리는 산속 분지라 아늑하고 목가적인 풍경이다. 북서쪽으로는 소백산맥이, 북동쪽으로는 태백산맥이 우뚝 솟아있고 남쪽으로는 개방된 U자형 분지다. 마을에서 보면 오른쪽에는 천주(天柱)산, 왼쪽에는 황장산인 멀리 보인다. 천주산은 간송리와 노인리에 걸쳐있는 산으로 산세가 우뚝솟아 기둥처럼 보여 '하늘받침대', 즉 '천주'로 불리게 됐다. 적성리에서 보면 붕어가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뭔가 갈구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해서 붕어산이라고도 한다.전국 최고 품질의 문경 오미자야생서 적성리 옮겨온 게 시초전국 생산량의 45%가 동로면20여년 전 축제 첫해부터 '대박'300여명이 적군 3천명 물리친돌성·허궁다리 등 흔적도 생생◆목가적 풍경 적성리와 노은2리 마을은 분지 속에 자리 잡은 매우 아늑한 마을이다. 시골답지 않게 시가지 풍경이 산뜻하다. 마을이 잘 정돈돼 있고 따뜻한 인상을 풍긴다. 식당, 카페, 초등학교, 성당, 교회, 오미자복지문화센터 등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처음 찾아온 낯선 곳인데도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친구나 동네어르신이 반겨 줄 것 같은 포근함을 느낀다. 마을은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있고 조금만 벗어나면 전형적인 시골풍경이다. 맑은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개울 물, 무심한 듯 흐르는 하천, 논과 밭은 온통 오미자와 사과밭으로, 한창 벼들이 익어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푸른 숲과 초록빛 들판만 시야에 들어온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면서 짙은 구름이 내려와 높은 산들을 가리니 제대로 된 시골풍경이 드러난다. 빛소리도 사방 풍경도 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을 선사한다. 홍순학 동로면 부면장은 "축사나 공장 같은 오염원이 거의 없어 청정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면서 "오미자와 사과 등으로 주민소득도 향상되고 있어 귀농인구가 차츰 늘어나고 있다"고 자랑했다.◆오미자 축제취재를 갔을 때는 아쉽게도 문경 오미자 축제가 끝난 뒤였다. 문경을 대표하는 축제 가운데 하나인 오미자축제는 동로면 적성리를 흐르는 금천둔치 일대에서 열린다. 오미자축제는 전국적인 관심을 끌면서 마을에 있는 오미자복지문화센터와 다목적 광장으로는 수용에 한계가 있어 공간이 넓은 금천둔치에서 열리고 있다. 오미자는 적성리에서 본격 재배돼 문경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농촌노인들이 큰 힘 들이지 않고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는 작목으로 오미자를 선택했다. 깊은 산중 야생에서 자라는 오미자를 옮겨와 적성리 일대에 심은 것이 문경 오미자의 시작이다. 전국 최고 품질의 오미자를 생산하고 있다. 단맛·쓴맛·신맛·짠맛·매운맛 등 다섯 가지 맛이 난다고 해서 오미자(五味子)로 불린다. 적성리·노은리를 비롯해 동로면에서 전국 오미자생산량의 45%가 생산된다고 한다.오미자 재배가 늘어나면서 동로면에서 오미자축제를 계획하게 된다. 문경시로부터 3천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면사무소 직원과 마을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축제를 열었다. 동사무소 직원과 주민들이 손수 인근 시·군에 홍보물을 돌리고 음식과 선물을 준비해 축제를 열었는데 '대박'을 터트렸다고 한다. 한꺼번에 4만~5만명의 축제인파가 조그만 시골마을을 찾으면서 주변 일대는 온통 차로 막히고 준비한 음식과 선물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고 한다. 이후 오미자축제는 문경시가 주최하고 있다.당시 최돈기 면장은 "첫 오미자 축제가 2002년인가 2003년 가을인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축제장을 찾아 감당을 할 수 없었다"면서 "많이 놀라기도 했지만 마을 주민과 재배농가들이 오미자 재배와 축제에 확신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다. 그 후로 마을에 많은 변화가 생겨 이제는 젊은이들이 다시 고향을 찾는 마을이 됐다"고 말했다.이 지역은 2006년 오미자산업특구로 지정됐으며 현대인의 웰빙 트렌드와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친환경 청정 오미자를 생산하고 있다. ◆6·25적성리·노은2리 전투6·25전쟁 당시 적성리와 노은2리는 전략적 요충지로 군사적 충돌이 빈번했다. 개전 초기 몇 달 동안 주민들은 공산치하에서 지냈으며 인천상륙작전 후 북한군이 물러나가 주민 스스로 자경단을 구성해 마을을 지켰다. 1951년 1·4 후퇴 며칠 뒤인 12~15일까지 4일간 치열한 전투 현장이 곳곳에 남아 있다. 당시 아군 300여 명이 적군 3천여 명을 상대해 이겨낸 기적 같은 현장이다. 군과 주민들이 일치단결해 이룬 결과다. 동로지서 무기고 터, 돌성과 초소, 전투전승비, 허궁다리 등의 흔적이 아직도 그 현장을 증언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중심이 돼 인근에 적성리 전승비와 순국 위령비를 세웠다.◆박물관 콘셉트적성리·노은3리 마을박물관 콘셉트는 '오미자'와 '4일의 전쟁박물관'이다.적성리에 있는 오미자복합문화센터에는 오미자 전시장과 체험장, 교육장, 숙박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카페도 운영되고 있고 오미자 관련 상품도 판매 중이다. 이곳은 4일의 전쟁 박물관과 주민라운지를 조성해 오미자 카페와 굿즈샵을 운영하기에 좋은 곳이다. 동로오미자문화복지센터 바로 옆에 조성된 다목적광장에는 미끄럼틀 등 어린이 놀이공간이 있으며, 야외 공연이 가능한 무대도 꾸려져 있다. 빨치산으로부터 마을을 수호하기 위해 주민들이 금천의 돌로 돌성과 초소를 쌓은 흔적이 남아있는 동로지서 터, 보건소 옆·노인회관 옆·동로공소 옆 마을정자, 적성리 전승비 및 순국 위령비와 금천둔치도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좋은 장소다. 적성리 전승비 및 순국 위령비에는 전쟁 후 청년민방위대원들의 기념촬영 사진과 관련 스토리를 전시하고 전승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전시도 좋아 보인다. 금천둔치는 돌성 축조과정의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보여주는 공간으로 조성하면 오미자축제 때 많은 관심을 끌 전망이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동로면 적성리와 노은리는 분지로 물맛이 좋고 일교차가 커 오미자를 재배하는 데 최적의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다. 천주교 동로공소에서 본 마을 전경. 동로 오미자문화복지센터.
2023.10.18
조선 8대 명당 '무송대'·술도가 '문경주조'도 가볼 만
동로면을 가로지르는 금천 맞은편에 노은리 술도가인 문경주조는 매력적인 곳이다. 홍승희 대표는 2007년부터 이곳에서 훌륭한 우리 술을 빚고 있다. '오미자생막걸리', 100% 우리햅쌀로 발효시키는 막걸리 '구름을 벗삼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VIP 만찬에 건배주로 선정된 스파클링 막걸리 '오희', 유기농 햇찹쌀과 전통 누룩만을 사용해 전통 삼양주 기법으로 덧술을 해가며 100일간 숙성시켜 만들어 걸쭉한 질감에 농익은 과일 향, 화려한 산미가 돋보이는 술로 알코올 도수가 13도로 일반 막걸리보다 높은 '문희' 등을 생산한다. 예약을 하면 전통주 제조 체험도 가능하다. 애주가들에게는 필수 코스로 추천한다. 조선 8대 명당중 하나인 무송대(舞松臺)는 연주패옥(連珠佩玉) 명당(明堂)과 관련된 설화가 전해오고 있는 곳이다. 임진왜란, 명나라 장수 이여송, 두사충(杜師忠), 약포 정탁(鄭琢) 대감, 마총(말무덤)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긴 곳이다. 경북도에서 둘째로 큰 저수지인 경천호는 낙동강 지류인 금천을 막은 댐이다. 멋진 풍경과 풍부한 어종에 반한 전국 강태공들이 찾는 곳이다. 588년 운달도사가 창건한 김룡사와 김룡사 바로 앞 운달계곡도 절경이다. 운달계곡은 온도가 낮아 냉골이라 불리며 문경 8경 중 하나다. 일제 강점기를 겪으면서도 성철, 청담 스님 등 현대 한국불교계의 대표적인 선승들을 배출한 대승사도 인근에 있다. 그 외 근암서원과 철로자전거, 문경새재도립공원, 문경도자기박물관, 고모산성, 문경석탄박물관(에콜랄라)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문경주조 홍승희 대표가 생산 중인 다양한 우리술을 보여주며 자랑하고 있다.
별신굿·어부의 삶 엿보는 마을 언덕 위 '기원 박물관'
포항시 계원1리에 지붕 없는 박물관 콘셉트는 '기원(祈願)박물관'이다.동해안 별신굿 관련 일지, 문헌, 마을의 당집, 당나무(금솔) 등을 집적해 바다를 향한 어촌 사람들의 기원의 역사와 어부들의 삶을 전시하는 대중적인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언덕에 자리 잡은 노인회관 앞 창고가 마을 박물관의 가장 좋은 위치로 보인다. 포구로 내려가면 곰솔(당나무), 작은 당산목, 마을공동작업장과 이어진다. 마을 박물관에 머구리 등 어업 도구와 별신굿 과정 등을 전시하면 좋은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계원포구 앞 작은 굿당, 마을 입구, 등대 앞 공터 등도 좋은 관광포인트가 될 수 있다. 바다 한편에는 얕은 곳이 있어 머구리와 해녀의 체험관광도 가능하다. 마을에서 차로 10분 이내 거리에 장기읍성, 장기유배문화 체험촌(우암 송시열, 다산 정약용 등 조선시대에만 200여 명이 유배 옮), 덕림서원, 장기향교, 장기척화비(병인양요와 신미양요 후 흥선대원군이 세운 척화비), 금산서원, 포항 초롱구비마을(사계절 바다체험), 장바우어촌체험마을 등을 관광할 수 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포항시 장기면 계원1리 주변에는 장기읍성 등 관광지도 많다. 장기에는 우암 송시열과 다산 정약용이 유배를 왔던 곳으로 장기유배문화체험촌이 조성돼 있다.
2023.10.12
[영남일보-대구경북학회 공동기획 경북의 마을 '지붕 없는 박물관] 〈2〉 포항시 장기면 계원1리-동해안 별신굿
한때 120가구 왕성한 어업 '부촌' 일궈10여가구만 남아 해녀 활동, 생계 유지어촌 수호신 모시는 '동제' 별신굿 전통마을 존속 위한 동력자원 등 지원 절실포항 감포읍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구룡포 쪽으로 가다 보면 양포항 못 미쳐 도로 아래 조그만 마을이 하나 숨겨져 있다. 장기면 계원1리는 해안도로 밑에 마을이 형성돼 있어 지나치기 쉽지만 조그만 포구와 등대가 있는 전형적인 어촌마을이다. 추석을 앞두고 마을을 찾았을 때 너무 한적하고 조용해 놀랐다. 마을 한가운데 정자에 어르신들이 없었다면 사람이 살지 않은 곳이라 착각할 정도로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마을 정자로 다가가니 어르신들이 반갑게 맞는다. 미리 약속을 하고 온 터라 김용조 계원1리 이장과 머구리를 오래하신 전영득(75) 할아버지, 김실근(80) 마을개발위원이 담소를 나누며 기다리고 있었다."여기 볼 거도 없는데 무슨 취재할 게 있다고…."어르신들은 마을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한숨을 지었다. 계원1리는 한때 주변 어촌마을 가운데 소득이 둘째로 많은 부촌이었지만 지금은 10여 가구에서 해녀들이 해산물을 수확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여기서 보면 마을이 예쁘잖아. 항구를 중심으로 언덕에 100여 가구가 살았어. 마을 뒤에 국민(초등)학교를 설치할 정도로 교육열도 높았어. 이제 자식들은 다 떠나고 우리 노인들만 남아있지…." 김용조 마을이장은 "옛날부터 전복과 성게, 자연산 미역이 좋고 많이 나와 마을 사람들이 풍족하게 살았다"면서 "부산 기장미역하고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미역은 알아줬다"고 말했다.어르신들의 마을 자랑이 끝없이 이어진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평생을 살아온 어촌마을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한때 어업활동이 번창했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동제(洞祭)인 동해안 별신굿 전통이 살아있다는 점이다. 동해안 별신굿은 동해안의 어촌 마을에서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고 마을의 평화와 안녕, 풍요와 다산, 배를 타는 선원들의 안전을 빌기 위해 무당들을 청해다가 벌이는 대규모 굿이다. 풍어제, 풍어굿, 골매기당제라고도 하는 동해안 별신굿은 1년 또는 2~3년마다 열린다. 굿을 하는 시기는 마을마다 다르나 대체로 3∼5월, 9∼10월 사이에 주로 거행된다. 동해안 별신굿은 굿에서 추는 춤이 다양하고 익살스러운 대화와 몸짓 등 오락성이 강하다. 계원1리는 2년마다 5월 말~6월 초 사이에 동제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계원1리는 1952년부터 작성된 동제 장부가 대대로 물려내려 올 정도로 동해안 별신굿은 유명하다. 찬조금 기록부터 행사 참여자 명단까지 꼼꼼히 기록해서 지난 역사를 알 뿐만 아니라 동제 때 어떤 절차에 따라 어떻게 치러졌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어장 수입이 줄어들면서 마을의 공동살림살이도 어려워지고 있지만 포항시의 지원을 받아 마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어촌마을 쇠락과 함께 동해안 별신굿 하는 마을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계원1리 동제는 이제 동해안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예전 동해안 별신굿은 마을의 가장 신성한 의식이고 큰 행사였어. 몇 달을 빈틈없이 준비하고 성대하게 치렀지. 바다 어업활동의 무사기원을 빌고 풍어를 바랐지."수십 년간 이 마을 동해안 별신굿이 열릴 때마다 찾아서 자료를 기록하고 영상을 담아온 김신효(한국국악협회 대구시지회장) 박사는 "계원1리를 주목하게 된 계기는 동해안 별신굿이 이루어지는 기본적인 조건들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면서 "마을 주민들의 화합을 이끌어 내는 소중한 민속 자원"이라고 말했다.하지만 계원1리도 시대의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인구감소에다 어업자원이 고갈되면서 젊은이들은 대부분 외지로 떠나고 해녀들만 고향을 지키고 있는 조용한 포구로 바뀌었다. 이날 마을 정자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해녀아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참이었다. 60~70대인 해녀할머니들은 오전 7~8시쯤 바다로 나가면 오후 1~2시가 돼야 뭍으로 올라온다.한 해녀할머니는 "바다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야간 불법조업이라도 막아주면 그래도 좀 나아질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어촌을 지키면서 머구리와 해녀들이 하나둘 사라져가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어업활동을 할 수 없는 어촌이 될까 걱정이 됐다.이날 잠수부를 동원해 바다목장에 잡초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돌아온 엄동락 계원어촌계장은 "계원1리 어장은 주변에서 가장 크다. 자연산 미역과 전복이 인기 좋았다. 그러다 양식미역과 전복이 나오고 바다도 고갈되면서 지금은 많이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어장에 해산물이 풍부할 때는 이 마을에 120가구가 살았다고 한다. 김실근(80) 마을개발위원은 "몇 년 전 뉴딜사업으로 해녀박물관을 건립하려고 했는데 사업선정이 안돼서 지금은 마을발전의 동력이 떨어진 상태"라면서 "마을이 사라지지 않도록 행정당국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포항시 장기면 계원1리는 한때 주변 어촌 가운데 손에 꼽히는 부자마을이었으나 어족 자원이 고갈되면서 한적한 어촌으로 변했다. 계원1리 마을회관에서 바라본 동해안 전경.계원1리 마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수령 500년 넘은 소나무인 곰솔의 웅장한 자태.
[지붕 없는 마을 박물관 해외 사례] 지역 전체 박물관화…日 아사히마을 주민 대부분 학예사 능력 갖춰 활동도
◆일본 아사히마치 박물관일본 야마가타현 니시무라야마군에 위치한 아사히마치 에코뮤지엄(https://asahimachi-kanko.jp/detail/?no=10777)은 지자체에서 1991년 마을 장기발전계획의 하나로 에코 뮤지엄 개념을 도입했다. 2000년 아사히마을 에코뮤지엄이 공식 출범했고 활동가들과 주민들이 지역문화, 자연환경, 문화 등에 대해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삶을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를 구축했다. 지역 전체를 지붕 없는 박물관화 하고 주민 대부분이 학예사 능력을 갖도록 했다. 2004년 6월에 오픈한 창유관(創遊館)은 지역 17개 에코뮤지엄의 중심시설로 도서실, 문화센터, 회의실 등의 시설이 있다. 17개 에코뮤지엄은 사과농원, 공기사원(신사), 숙박시설, 포도와인공장인 와인성 등이다. 운영은 지자체에서 관리한다. ◆프랑스 브레스 부르기뇽 박물관프랑스에서 시작된 에코뮤지엄은 프랑스의 역사, 즉 전통에 대한 애착심, 농촌과 농산물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 등의 가치관과 맞물려 있다. 대표적인 것이 브레스 부르기뇽 박물관(http://www.ecomusee-bresse71.fr/)이다. 프랑스 동부 부르고뉴프랑슈 콩테 지역의 피에르 드 브레스 (Pierre de Bresse)의 도성을 중심으로 설립됐다. 브레스 부르기뇽 지역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연구·보존하고 관광 자원화하자는 목적이었다. 지역의 건축물, 유물, 유적, 대대로 내려오는 이야기 등을 수집하고 알리면서 지역정체성을 이해하고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거점 박물관 1곳, 위성박물관 5곳에 방앗간, 기와공장, 기름판매소, 대장간 등을 연결해 관광루트로 개발했다.◆영국 플로든 1513 박물관1513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접경지에서 일어난 플로든전투를 테마로 한 전쟁유산형 지붕 없는 박물관이다. 2013년 플로든전투 500주년 기념으로 '플로든 1513 에코뮤지엄'(https://www.flodden1513ecomuseum.org/)을 만들었다. 건립을 위해 뉴캐슬대학의 국제 문화유산연구센터와 협력해 이해관계자 리스트 작성 후 '플로든 500 운영위원회'를 결성하고 여러 이벤트를 통해 지역사회 참여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운영위원회에서 주민들에게 자신만의 '플로든 프로젝트'를 추진하도록 지원한 결과 2011년까지 90개의 프로젝트가 정리됐다.현재 플로든 전투와 관련된 장소, 기념물 등을 관리하고 있다. 영국 전통 유산 복권 펀드 약 88만파운드를 모금해 고고학, 문서 연구, 교육 프로젝트, 전시, 기념행사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LEADER와 헤리티지 로터리 펀드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프랑스 브레스 부르기뇽 에코뮤지엄 시설 중 하나인 빵의 집에 어린이들이 견학을 하고 있다.
2023.10.11
[영남일보-대구경북학회 공동기획 경북의 마을 '지붕 없는 박물관]〈1〉 지속가능한 마을 생태계 구축
마을이 사라지고 있다. 농촌마을에는 폐가가 늘고 있으며 마을 전체가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마을도 많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경북의 자연마을은 2015년 9천210개였으나 불과 5년 뒤인 2020년에는 7천446개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현재 경북의 마을은 고령화, 빈 공간화 촉진, 빈곤화가 지속돼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마을의 소멸은 중장년 세대에게는 삶의 추억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소중한 유무형 문화자원을 잃어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경북의 마을은 저마다의 소중한 추억과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수천 년 이상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으로 공동체를 형성해 왔다. 마을의 가치를 다시 재조명하고 우리 삶 속으로 끌어올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영남일보는 대구경북학회와 함께 마을의 가치를 재조명해보는 '경북의 마을-지붕 없는 박물관' 연재를 시작한다. 이번 기획취재는 지면반영과 함께 마을의 전경을 담을 동영상을 함께 제작해 외국어로 번역해 유튜브에 업로드할 예정이다.저마다 소중한 추억·역사 간직한 마을방치해두면 어느 순간 사라질지 몰라자발적 커뮤니티 형성·주민 교육 필수마을상품 기획 등 콘텐츠 개발 힘써야◆마을의 가치마을은 인위적인 도시공간과는 다른 가치를 지닌다. 초기 대부분의 마을은 지형을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됐다. 마을은 유무형 자원의 보고로 마을전체가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도 높은 곳이 많다. 산업화 이전까지 삶의 주된 터전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했다면 이제는 마을을 새롭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마을이 본래의 기능, 원초적 역할은 다했다고 할지라도 보존하고 가치를 복원해야 할 마을들도 많다. 주마간산식으로 지나치면 이 마을, 저 마을이 같아 보이지만 마을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가치는 다 다르다.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스토리텔링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마을이다. 마을이 해가 갈수록 무서운 기세로 사라져가고 있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 아직은 더 많다. 비록 젊은이들이 많이 떠났지만 건전한 커뮤니티가 형성돼 아직도 마을을 가꾸고 있는 주민들이 많으며, 삶의 터전으로서 소중한 마을이 많다.경북의 마을은 역사문화를 통한 자기실현, 자연환경에 대한 경외, 인간 삶의 존중, 산업 및 전쟁의 다이내믹한 문화 등 문화자본으로서의 가치를 확보하고 있다. 마을 붕괴, 지역소멸의 위기 상황에서 삶의 거주공간이자 자연생태역사문화의 현장인 마을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지속 가능한 마을을 위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관광자원화 가능한가하지만 이런 마을들도 그냥 방치해 두면 어느 순간 사라질지 모른다. 인구감소와 산업화·도시화로 순환구조(생태계)가 무너져 지속 가능한 마을은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경북의 마을은 역사문화, 생활문화, 자연친화성, 문화재 등 관광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관광자원으로서 마을의 가치를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들이다.전 세계 관광트렌드 또한 바뀌고 있다. 세계 유명 대형 박물관 중심 관광이 숙지고 지역주민의 삶과 문화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일상공간에 대한 여행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관광지 단순 방문과 관람보다 기억에 남는 경험과 체험, 참가 등 여행지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체험형 관광이 새로운 관광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깊은 산골짜기와 유유히 흐르는 강과 계곡을 배경으로 형성된 경북의 마을은 빼어난 자연 경관과 다양한 마을 유산들로 가득 채워진 문화 집합체로서 최고의 관광지이자 문화뮤지엄이라 할 수 있다. 마을 그 자체가 박물관인 것이다.◆전통 박물관전통적인 박물관은 가치가 높은 유산을 그 현장에서 분리해 박물관에 소장한다. 박물관 건물 안에 유물 중심의 보존과 전시가 큰 역할을 한다. 관람객을 대상으로 박물관 유물을 전문가의 관점에서 공개하고 전시하는 공적 기능을 하는 것이 전통박물관의 모습이다. 이 같은 박물관과 미술관은 아직도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부유층의 전유물이다. 개인 컬렉션 등을 통해 일부 부유층에만 공개되는 등 권위적이며, 주로 도시에 사는 엘리트를 위한 공간으로 인식된다.이들 박물관은 18세기 말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되면서 공공박물관이 탄생한다. 초창기 공공박물관은 계몽과 교육이 주요 목적이었고 제국주의를 거치며 국가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역할을 하고 있다.◆에코 뮤지엄(Eco Museum)에코뮤지엄은 1973년 조르주 앙리 리비에르(Georges Henri Riviere)가 프랑스의 지역 상황과 지역 주민의 삶에 지역 민속학을 접목해 인간, 자연, 지역유산을 박물관의 범주로 만든 개념이다. 생태를 의미하는 에콜로지(ecology)의 접두사 에코(eco)와 박물관(museum)의 합성어로 탄생했다. 지역재생운동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중핵 자원인 거점 박물관, 분포된 유산의 거점 공간인 위성박물관, 지역의 자원과 유산을 발견하는 탐방로 등이 조성돼, 지역의 건축물과 역사문화유산, 자연경관, 주민의 경험과 기억, 네트워크 등 유·무형의 유산을 내외부인을 대상으로 전시했다.지역 주민들의 주도적인 참여로 지역 유산의 수집, 보존, 조사, 연구, 기획, 실행하는 보존 기관으로써 연구소,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어 한 지역주민이 지역전문가로서 역량을 축적하는 유의미한 박물관이기도 하다.◆지역 공동체박물관공동체박물관(Community Museum)은 지역의 낙후된 건축물의 재생과 기존 박물관의 문턱을 낮춘 신개념 박물관이다. 생활환경 개선을 넘어 문화, 복지, 교육 등의 변화 및 지역주민의 참여를 통한 지속 가능한 공동체 조성을 중요시하며 주민의 자생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지역의 고유성을 존중하고 지역 주민의 삶을 바탕으로 하며, 마을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전시, 체험 등이 이루어진다. 지역 주민의 삶과 의견, 이를 반영하고 제작하는 문화기획자와 예술가 등의 협업으로 새로운 공간이 탄생하자 지역의 다목적 커뮤니티 공간으로 급부상했다. 1967년 설립된 미국 아나코스티아 커뮤니티뮤지엄(Anacostia Community Museum)이 대표적이다. 당시 마을 내 오래된 극장을 개조하여 전시시설로 활용했다. 지역 내 공동체의 다층적 의미와 공동체박물관의 역할 변화, 지역사회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등 지역의 문화유산과 지역 이슈를 다루는 박물관으로 성장했다.◆지붕 없는 마을박물관정부나 지자체에서 박물관 건물을 짓고 공무원을 파견해 관리하는 일반적인 박물관과는 전혀 다른 주민주도 박물관이 지붕 없는 마을박물관의 특징이다. 지붕 없는 마을박물관은 마을과 박물관의 융복합적 모델이다. 에코뮤지엄의 핵심 기능인 지역 유산(Heritage), 주민 참여(Participation), 박물관 활동(Museum) 등의 3요소를 확대·진화한 것으로 지속 가능한 마을 발전을 지향한다. 에코뮤지엄(Eco Museum)과 공동체박물관(Community Museum) 기능에 지역주민의 자발적 커뮤니티 기능을 중요시하는 한국형 박물관 모델이라 할만하다. 지붕 없는 마을 박물관은 마을의 자연환경, 경관, 사이트, 문화재, 문화유산, 문화 공간, 생태 공간, 생활공간, 마을산업(상업) 및 특산품, 적정기술(음식, 농업, 어업 등), 역사적 공간, 지역공동체 등 유·무형의 유산(Village Heritage)을 현지 보존한다.또 마을 이해를 시작으로 정체성 확립과 마을의 고유한 유산에 대한 역사성, 자긍심 고취 등 주민 스스로 지역 공동체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Resident Participation)하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을 주민이 박물관 활동의 중심이 되어 유산의 현지 보존 및 관리, 박물관 콘텐츠를 기획하도록 했다.마을 관광(Village Tourism)도 주민 주도하의 관광 활성화 기획 및 공유 경제 실현으로 지속 가능한 마을 생태계를 구축하자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서 마을의 자발적 커뮤니티 형성은 필수적이다. 마을 주민, 지역 학생, 참여자 등을 대상으로 마을박물관 학교(교육)를 운영해 마을박물관 주민 학예사 양성 교육, 자료 인덱스 교육, 카페(셰프) 교육, 마을 상품 기획 및 경제 교육 등을 추진하도록 했다.박승희(영남대 교수) 대구경북학회 회장은 "지붕 없는 마을 박물관은 마을 전체가 박물관이 되는 공간적 전환과 더불어 대중적이면서 지속 가능한 마을을 지향한다"면서 "마을 주민이 주체가 돼 마을유산을 보존하고 지역사회의 발전과 관광, 교육 등을 함께 도모함으로써 마을의 대중화를 실현하는 지속 가능한 마을박물관으로의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경북의 마을 가운데는 보존해야 할 유무형 유산과 빼어난 자연환경을 가진 곳이 많다. 소중한 추억과 역사를 가진 마을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 지붕 없는 박물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포항시 장기읍성에서 바라본 농촌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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