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대구경북학회 공동기획 경북의 마을 '지붕 없는 박물관'] <6>상주 퇴강리 '소울 박물관 콘셉트'

  • 정지윤,조현희
  • |
  • 입력 2023-11-01 07:58  |  수정 2023-12-08 14:58  |  발행일 2023-11-01 제12면
"마을 자체가 천주교 聖地"…낙동강변 성찰·영혼 치유공간 제격
clip20231031100058
상주 퇴강리 마을에 위치한 퇴강성당. 고딕풍의 붉은 벽돌 건물로 2007년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경북도 문화재자료 제520호로 지정됐다. <인터넷뉴스부>
경북 상주시 사벌국면에 위치한 '퇴강리 마을'의 옛 명칭은 '물미마을'이다. 마을 앞쪽에 흐르는 영산강과 낙동강으로 집중호우 때면 물이 밀려온다고 해서 해당 이름으로 불렸다. 이러한 지리적 이유로 마을의 집들은 조암산 위쪽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17일 취재차 방문한 마을에는 감나무들로 주황빛이 가득했다. 마을을 둘러보면 '아기자기'한 예쁜 마을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또 마을 위쪽에 올라가면 영산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모습에 저절로 감탄이 나오기도 한다.

낙동강 700리 본류 시작점이자
주민 대부분 천주교 신자인 마을
수녀·신부 48명 배출 '마을자랑'
성지 순례 코스인 십자가의 길
14처 닿으면 낙동강 전경 한눈에

clip20231031100439
십자가의 길에는 퇴강성당의 정신이 담겨 있다. 신자들은 14개의 비석으로 이뤄진 14처를 순서대로 돌며 기도한다. <인터넷뉴스부>
◆퇴강성당

'퇴강성당'은 마을입구 쪽인 옛 퇴강(물미)나루터 주변에 위치해 있다. 고딕양식의 건축물은 멀리서도 웅장한 느낌을 준다. 고딕풍의 붉은 벽돌 건물로 수직 효과가 강조돼 천국에 닿고 싶어 하는 신자들의 소망이 드러나는 듯했다. 성당 남쪽의 주 현관 앞에는 '성모 마리아상'을 볼 수 있다. 성모 마리아가 죽은 후 육체도 영혼과 더불어 승천했다는 교의 '승모승천'은 현재까지 그 명맥을 유지 중이다.

1903년에 공소성당으로 설립된 퇴강성당은 원래 조암산 위쪽에 위치해 있었다. 1922년에는 본당으로 승격했으며, 1957년 마을 입구 쪽인 현 위치에 본당과 사제관이 새롭게 지어지면서 옮겨왔다. 이후 1970년 도시화로 인해 다시 공소가 됐다. 2007년이 돼서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사벌퇴강 본당으로 재승격했다. 같은 해 경북도 문화재자료 제520호로도 지정됐다.

퇴강리 마을 주민 대부분도 천주교 신자다. 옛날부터 선교사 없이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천주교를 받아들일 정도로 신앙 활동이 활발했다. 덕분에 수녀·신부 등도 대거 배출했다. 김용태(67) 퇴강리 마을이장은 "한 마을에서 수녀·신부가 1~2명 나오기도 어렵다. 우리 마을에는 48명이나 나왔다. 마을 최고의 자랑거리다. 안동교구청에서도 인정하는 곳이다"면서 "유서가 깊은 만큼 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퇴강성당에서 조암산 성당으로 올라가면 '십자가의 길'이 나온다. <인터넷뉴스부>
clip20231031095653
마을 입구 '낙동강 생명의 숲 1호 공원'에는 '낙동강 700리' 표지석이 있다. <인터넷뉴스부>

◆십자가의 길

퇴강성당에서 조암산 성당으로 올라가다 보면 '십자가의 길'이 나온다. 성당의 입구 쪽에도 '십자가의 길' '구 서당' '첫 공소' '성모바위' 등으로 비석에 표시돼 있다. 십자가의 길을 둘러보는 대는 20~30분이면 충분했다.

십자가의 길은 성지 순례 코스다. 퇴강성당이 처음 설립된 위치가 십자가의 길로 바뀌었다. 해당 코스에는 퇴강성당의 정신이 담겨 있다. 예수가 사형 선고를 받은 후 십자가에서 숨지고 땅에 묻힐 때까지 수난을 기억하는 14처의 기도다. 신자들은 14개의 비석으로 이뤄진 14처를 순서대로 돌며 기도를 한다. 14처까지 다다르면 낙동강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퇴강리 마을은 마을의 천주교 역사 등을 알리기 위해 '올레길'을 추진 중이다. 십자가의 길을 중심으로 산책로를 조성하고 퇴강성당 인근에 마을 박물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김 이장은 "마을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계획을 구상 중이다. 퇴강성당의 역사와 마을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낙동강 생명의 숲 1호 공원

퇴강리 마을 입구에는 '낙동강 생명의 숲 1호 공원'이 있다. 공원에 도착하면 낙동강과 영산강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해당 공원은 2010년에 조성됐다. 낙동강 생명의 숲은 낙동강 주변 지역마다 지역별 특성을 살리기 위해 조성됐다. 또 헌수(獻樹) 운동을 통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낙동강을 아름다운 강으로 만드는 등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공원에는 '4대강 국토 종주 새재 자전거 길'이 있다. 자전거 마니아들이라면 반드시 찾는 곳이다. 봄·가을 철이면 해당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도 많이 방문하고 있다.

또 해당 공원에는 '낙동강 700리' 표지석도 설치돼 있다. 표지석에는 낙동강의 유래가 적혀 있다. 낙동강 700리 표지석은 상류에서 각기 다른 이름으로 흐르던 여러 하천의 물길이 이곳에서 모여 낙동강 700리 본류가 시작되는 것을 알리기 위해 설치됐다. 과거에는 낙동강 700리 물길을 따라 많은 나루터가 위치해 있었다. 낙동강 하구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소금배 등으로 사람들로 붐볐다고 한다. 덕분에 장터와 주막이 나루를 끼고 번성했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기자 이미지

정지윤 기자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조현희 기자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