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대구경북학회 공동기획 경북의 마을 '지붕 없는 박물관'] <4> 안동 가송리-자연경관 아름다운 마을

  • 정지윤,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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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19 07:41  |  수정 2023-12-08 16:02  |  발행일 2023-10-19 제13면
마을 가꾸기에 온 주민 한마음, MZ세대 즐겨찾는 '관광명소'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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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정 건너편에서 내려다본 가송협곡과 청량산. 오른쪽에 보이는 정자가 고산정이다. <인터넷뉴스부>
경북 안동과 봉화의 경계면에 있는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마을이다. 마을에 흐르는 낙동강과 청량산이 이뤄낸 자연 풍광에 저절로 감탄의 소리가 난다. 최근에는 드라마, 예능 등 TV 프로그램 촬영지로 가송리가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의 발길이 닿고 있다.

전통문화 보존·관광 콘텐츠 개발 노력
관광 안내역할 주막촌 조성도 막바지
농암종택은 한옥스테이로 인기몰이
일엽편주 등 특산물 찾는 이들도 많아


◆고산정

청량산 암벽 옆에 위치한 '고산정(孤山亭)'에 올라서니 낙동강에 윤슬이 반짝반짝 빛나 시선을 사로잡았다. 멀리 보이는 '가사리 다리'도 풍경과 잘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고산정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으로 감상해야 한다. 고산정에 올라가 마을 전체와 풍경을 감상하는 것과 고산정 건너편에서 감상하는 방법이다. 건너편에서 본 고산정도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고산정은 퇴계 이황(1501~1570)의 제자 '성재(惺齋) 금난수'(琴蘭秀·1530~1604)가 1564년에 지은 정자다. 학문과 수양을 위해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강물이 넘어오지 못하게 자연석으로 축대를 높이 쌓은 후 지어 올렸다. 이황도 고산정을 자주 찾아와 빼어난 경치를 즐겼다고 한다.

금난수의 15대손 금순교(58)씨는 "할아버지가 젊을 때는 자신의 서실 성재(惺齋)에서 학문을 수양했다. 중년이 됐을 때 이황 선생을 비롯한 주변 유림과 학문을 수양하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면서 "마을 풍경이 아름답지 않은가. 할아버지도 청량산을 다니다 이곳의 경치에 매료돼 자리 잡은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고산정은 1992년 경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이후 경북도와 문화재청에서 관리하는 중이다. 고산정은 다양한 TV 프로그램에 배경지로 등장했다. 2018년 tvN에서 방영한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유진(이병헌)과 애신(김태리)이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던 장면에 나왔다. 또 최근 ENA·SBS Plus 프로그램 '나는 솔로'의 자기소개·마지막 선택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또 최근에는 금난수의 후손 모임인 봉화금씨 관찰공파 성재문중회가 고산정 건너편에 '고산정 주막촌'(가칭)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는 고산정 주막촌은 3개 동으로 구성된다. 고산정과 금난수를 소개하는 곳, 가송마을 관광 안내소, 특산물 판매점·무인 카페 등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는 공사 마무리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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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암의 학덕을 기린 분강서원. 분강촌 내 농암종택 옆에 위치해 있다. <인터넷뉴스부>
◆농암종택

고산정 앞 낙동강을 따라 마을 깊숙이 들어가면 '농암종택'이 위치해 있다. 농암종택은 조선 시대 문신이자 '어부가'로 유명한 시조 작가 '농암(聾巖) 이현보'(李賢輔·1467~1555)가 태어나고 성장한 집이다. 1370년에 지어진 이 집은 농암의 고조부인 '이헌(李軒)'이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는 도산서원 인근 분천마을에 있었다. 1976년 안동댐 건설 때 마을이 수몰지에 편입돼 종택과 사당 등이 사방으로 흩어지게 됐다. 이후 영천 이씨 문중의 종손이 이곳으로 옮겨 놓았다. 농암종택은 사당·안채·사랑채·별채·문간채 등이 있는 본채와 긍구당(肯構堂)·명농당(明農堂) 등의 별당으로 구성돼 있다.

농암종택은 한옥스테이로도 운영 중이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기호에 따라 사랑방·내실·객실·대문채로 이뤄진 사랑채와 별채·긍구당·명농당 등 독채를 빌려 숙박할 수 있다. 숙박객들을 대상으로 매주 화요일 오후 8시 안동문화에 관한 강좌도 열린다. 사전 신청 시 종택 안채에서 종손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또 농암종택 종부의 손을 통해 대대로 빚어 온 가양주 '일엽편주'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일엽편주는 이현보의 어부가 구절에서 따왔다. 감미료 없이 쌀과 물, 누룩으로만 빚어낸 전통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기도 했다.

◆가송리 자랑 '협동 정신' '자긍심' '전통문화'

가송리의 자랑은 '협동 정신'이다. 가송리 입구에 들어서면 도로변에 다양한 꽃이 심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만든 꽃밭 길이다. 김향숙(여·55)씨는 "마을 볼거리 중 가장 자랑하고 싶은 건 마을 입구에 있는 꽃밭 길"이라면서 "주민들이 협동해 만든 만큼 의미가 크다. 마을의 자랑거리도 소통과 협동이 잘된다는 점"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마을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2019년 '가송리 팜 카페'는 가송리 마을회관 옆에 문을 열었다. 부녀회 회원들이 공동으로 운영 중이다. '농촌 힐링 카페'를 테마로 청국장·두부 만들기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싶다면 사전 예약으로 가능하다. 전영자(여·61) 가송리 전 부녀회장은 "가송리 팜 카페에서 청국장·두부를 만들어 보신 분들은 맛에 놀란다. 다들 맛있다고 칭찬을 많이 하신다"면서 "마을이 공기와 땅 등이 좋다 보니 가송리에서 자란 곡식으로 식품을 만들면 더 맛있다"고 설명했다.

마을 주민들의 '자긍심'도 높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아도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도가 높다는 것. 가송리에서 평생을 살아온 박수열(75)씨는 "어느 지역을 가봐도 가송리보다 좋은 곳은 없다. 주민들 대부분도 가송리를 참 좋아한다"면서 "인구가 유출되면 빈집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 마을의 경우 빈집이 없다. 도시 사람들이 땅을 사려 해도 다들 팔지 않으려고 할 정도로 마을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했다.

가송리는 전통문화도 잘 보존된 곳이다. 가송리는 예부터 공민왕의 딸을 수호신으로 모시고 있다.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위해 '정월 대보름날'과 '단오'에 동제를 지낸다. 제사는 마을의 제례 의식, 12채 가락, 진법치기(제관과 풍물패가 원진과 미지기진을 펼치며 윗마당과 아랫마당을 오르내리는 것) 등을 잘 보존하면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구 유출 등으로 동제를 이어받을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전통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주민들의 자체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마을에서 동제를 오랫동안 지낸 금세연(70)씨는 "동제를 보존하기 위해 악보를 직접 만들어 2018년 지역 소극장에서 주민들과 동제 공연을 했다"면서 "풍물·제물 등 실제 제사 모습을 최대한 그대로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정지윤·조현희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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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기자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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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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