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대구경북학회 공동기획 경북의 마을 '지붕 없는 박물관] <3> 문경 적성리·노은2리 마을-오미자의 고장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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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18 08:30  |  수정 2023-11-09 14:03  |  발행일 2023-10-18 제21면
발 닿는 곳마다 '축제가 된 오미자' '6·25 기적의 4일 격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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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면 적성리와 노은리는 분지로 물맛이 좋고 일교차가 커 오미자를 재배하는 데 최적의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다. 천주교 동로공소에서 본 마을 전경. <인터넷뉴스부>
지난 9월20일 취재차 문경시 동로면 적성리와 노은2리를 찾았을 때는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었다. 동로면 행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적성리와 노은리는 산속 분지라 아늑하고 목가적인 풍경이다. 북서쪽으로는 소백산맥이, 북동쪽으로는 태백산맥이 우뚝 솟아있고 남쪽으로는 개방된 U자형 분지다. 마을에서 보면 오른쪽에는 천주(天柱)산, 왼쪽에는 황장산인 멀리 보인다. 천주산은 간송리와 노인리에 걸쳐있는 산으로 산세가 우뚝솟아 기둥처럼 보여 '하늘받침대', 즉 '천주'로 불리게 됐다. 적성리에서 보면 붕어가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뭔가 갈구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해서 붕어산이라고도 한다.

전국 최고 품질의 문경 오미자
야생서 적성리 옮겨온 게 시초
전국 생산량의 45%가 동로면
20여년 전 축제 첫해부터 '대박'

300여명이 적군 3천명 물리친
돌성·허궁다리 등 흔적도 생생


◆목가적 풍경

적성리와 노은2리 마을은 분지 속에 자리 잡은 매우 아늑한 마을이다. 시골답지 않게 시가지 풍경이 산뜻하다. 마을이 잘 정돈돼 있고 따뜻한 인상을 풍긴다. 식당, 카페, 초등학교, 성당, 교회, 오미자복지문화센터 등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처음 찾아온 낯선 곳인데도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친구나 동네어르신이 반겨 줄 것 같은 포근함을 느낀다. 마을은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있고 조금만 벗어나면 전형적인 시골풍경이다. 맑은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개울 물, 무심한 듯 흐르는 하천, 논과 밭은 온통 오미자와 사과밭으로, 한창 벼들이 익어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푸른 숲과 초록빛 들판만 시야에 들어온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면서 짙은 구름이 내려와 높은 산들을 가리니 제대로 된 시골풍경이 드러난다. 빛소리도 사방 풍경도 도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을 선사한다.

홍순학 동로면 부면장은 "축사나 공장 같은 오염원이 거의 없어 청정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면서 "오미자와 사과 등으로 주민소득도 향상되고 있어 귀농인구가 차츰 늘어나고 있다"고 자랑했다.

◆오미자 축제

취재를 갔을 때는 아쉽게도 문경 오미자 축제가 끝난 뒤였다. 문경을 대표하는 축제 가운데 하나인 오미자축제는 동로면 적성리를 흐르는 금천둔치 일대에서 열린다. 오미자축제는 전국적인 관심을 끌면서 마을에 있는 오미자복지문화센터와 다목적 광장으로는 수용에 한계가 있어 공간이 넓은 금천둔치에서 열리고 있다. 오미자는 적성리에서 본격 재배돼 문경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농촌노인들이 큰 힘 들이지 않고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는 작목으로 오미자를 선택했다. 깊은 산중 야생에서 자라는 오미자를 옮겨와 적성리 일대에 심은 것이 문경 오미자의 시작이다. 전국 최고 품질의 오미자를 생산하고 있다. 단맛·쓴맛·신맛·짠맛·매운맛 등 다섯 가지 맛이 난다고 해서 오미자(五味子)로 불린다. 적성리·노은리를 비롯해 동로면에서 전국 오미자생산량의 45%가 생산된다고 한다.

오미자 재배가 늘어나면서 동로면에서 오미자축제를 계획하게 된다. 문경시로부터 3천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면사무소 직원과 마을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축제를 열었다. 동사무소 직원과 주민들이 손수 인근 시·군에 홍보물을 돌리고 음식과 선물을 준비해 축제를 열었는데 '대박'을 터트렸다고 한다. 한꺼번에 4만~5만명의 축제인파가 조그만 시골마을을 찾으면서 주변 일대는 온통 차로 막히고 준비한 음식과 선물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고 한다. 이후 오미자축제는 문경시가 주최하고 있다.

당시 최돈기 면장은 "첫 오미자 축제가 2002년인가 2003년 가을인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축제장을 찾아 감당을 할 수 없었다"면서 "많이 놀라기도 했지만 마을 주민과 재배농가들이 오미자 재배와 축제에 확신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다. 그 후로 마을에 많은 변화가 생겨 이제는 젊은이들이 다시 고향을 찾는 마을이 됐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2006년 오미자산업특구로 지정됐으며 현대인의 웰빙 트렌드와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친환경 청정 오미자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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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 오미자문화복지센터. <인터넷뉴스부>
◆6·25적성리·노은2리 전투

6·25전쟁 당시 적성리와 노은2리는 전략적 요충지로 군사적 충돌이 빈번했다. 개전 초기 몇 달 동안 주민들은 공산치하에서 지냈으며 인천상륙작전 후 북한군이 물러나가 주민 스스로 자경단을 구성해 마을을 지켰다. 1951년 1·4 후퇴 며칠 뒤인 12~15일까지 4일간 치열한 전투 현장이 곳곳에 남아 있다. 당시 아군 300여 명이 적군 3천여 명을 상대해 이겨낸 기적 같은 현장이다. 군과 주민들이 일치단결해 이룬 결과다. 동로지서 무기고 터, 돌성과 초소, 전투전승비, 허궁다리 등의 흔적이 아직도 그 현장을 증언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중심이 돼 인근에 적성리 전승비와 순국 위령비를 세웠다.

◆박물관 콘셉트

적성리·노은3리 마을박물관 콘셉트는 '오미자'와 '4일의 전쟁박물관'이다.

적성리에 있는 오미자복합문화센터에는 오미자 전시장과 체험장, 교육장, 숙박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카페도 운영되고 있고 오미자 관련 상품도 판매 중이다. 이곳은 4일의 전쟁 박물관과 주민라운지를 조성해 오미자 카페와 굿즈샵을 운영하기에 좋은 곳이다. 동로오미자문화복지센터 바로 옆에 조성된 다목적광장에는 미끄럼틀 등 어린이 놀이공간이 있으며, 야외 공연이 가능한 무대도 꾸려져 있다.

빨치산으로부터 마을을 수호하기 위해 주민들이 금천의 돌로 돌성과 초소를 쌓은 흔적이 남아있는 동로지서 터, 보건소 옆·노인회관 옆·동로공소 옆 마을정자, 적성리 전승비 및 순국 위령비와 금천둔치도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좋은 장소다. 적성리 전승비 및 순국 위령비에는 전쟁 후 청년민방위대원들의 기념촬영 사진과 관련 스토리를 전시하고 전승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전시도 좋아 보인다. 금천둔치는 돌성 축조과정의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보여주는 공간으로 조성하면 오미자축제 때 많은 관심을 끌 전망이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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