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방학 잘 지내고 있니? 내가 책 한권을 너희들에게 소개하려고 해. 온도라는 섬에서 아주 웃기고도 감동적인 일들이 펼쳐져. 이 책의 주인공인 다율이는 불쌍하게도 친엄마가 돌아가셨어. 그래서 다율이는 어쩔 수 없이 할머니가 사시는 온도로 이사를 오게 되었어. 온도에는 여러 할머니들이 계시는데, 서로가 이름 대신 별명을 불러. 다율이 할머니는 가겟방할머니, 기철이와 기수할머니는 민박집할머니, 그 외에도 낚싯배, 백살공주, 감나무집할머니가 계셔.
별명이 정답고 참 웃기지? 아! 빠트릴 뻔했네. 코골이아저씨는 아주 웃기게 생겼지만 마음이 곧고 착해서 이 책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분이셔.
다율이는 온도의 초등학교에 전학을 왔어. 초등학교에는 섬에 아이들이 별로 없어서 다율이의 또래인 기철이, 한 살 어린 병우, 7살인 기수가 전교생이야. 아이들이 공부할 때 기수는 어린이집이 없어서 학교에서 같이 공부를 하거나 운동장에서 놀기도 해. 가끔은 할머니들이 오셔서 수영을 배우기도 하셔. 그런데 나는 물이 너무 무서워서 수영이 싫어. 평화롭던 섬마을에 어느 날 병우가 아버지를 따라 전학을 가게 되었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놀란 나는 딸꾹질을 하면서 읽었어. 얘들아, 너무 섭섭하고 슬프지 않니? 병우가 전학을 가는 건 혼자 전학을 가는 것뿐만 아니라, 다율이네 학교가 폐교가 될 위기에 놓였거든. 다율이와 아이들은 학교를 폐교시키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힘을 합쳐 교육청으로 가기로 했어.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빨리 가라고 소리치고 싶었어. 다율이와 아이들이 교육청을 가기 위해 섬을 떠나 배에서 내렸는데 그걸 보신 감나무집할머니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섬할머니들을 죄다 불러서 교육청으로 뒤따라갔어. 사실 할머니들은 옛날분들이라 초등학교를 나오질 못했나봐. 그래서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우고 싶다시며 교육청에서 아이들과 힘을 합쳐 따지려고 담당자를 찾아갔는데 없는 거야. 나는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의심했어. 그런데 진짜더라. 실망을 한 할머니와 아이들은 내일 다시 교육청에 들어가기로 하고, 하룻밤을 지내기 위해 찜질방으로 출동했어.
찜질방에서 제일 처음 식당으로 가는데 섬에서만 생활하시던 할머니들이 단박에 식당을 찾으시는 것을 보고 정말 똑똑하고 신기하다고 생각했어. 거기에서 맛있는 밥과 섬에서 먹던 것과 다른 밋밋한 미역국으로 배를 채운 후 무대가 있는 곳으로 갔어. 한창 노래대회가 열리고 있었어. 할머니와 아이들도 무대 위에 올라가 ‘무조건’의 노래에 맞춰 춤을 췄는데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더라고.
다음 날 교육청으로 몰려간 할머니와 아이들이 만난 담당자가 누구게? 놀라지 마. 바로 코골이아저씨야! 놀랐지? 내가 갔더라면 정말 놀랐을 것 같아. 모든 상황을 들은 코골이아저씨는 우리 학교를 폐쇄시키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셨어. 난 너무 기쁜 나머지 소리를 꽥 지르고 말았어. 모두들 정말로 기뻐했어. 드디어 입학식날이 되어 할머니들이 입학을 하게 되었어. 이제 할머니들의 별명을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불러드리기로 했어. 민박집할머니는 현숙, 가겟방할머니는 애심, 낚싯배할머니는 경자, 감나무집할머니는 명자할머니야. 백살공주할머니는 그냥 별명이 좋으시대. 할머니들이 아이들에게 선배님이라고 불러서 집이 떠나갈 정도로 웃었어. 아이들은 너무 얼떨떨해 하더라. 나같으면 좋았을거야. 상상만으로도 너무 슬픈 일이지만 만약에 원호초등학교가 폐교가 될 위기에 놓인다면 너희들은 어떻게 할래? 나는 말이야. 다율이와 아이들처럼 슈퍼맨같이 용감하게 친구들을 다 데리고 교육청 담당자를 찾아가 애원을 할 것 같아. 그런데 내가 섬마을에 산다면 별로 안 좋을 것 같아. 왜냐하면 비린 바다 냄새를 싫어하기 때문이야. 또 물고기보다 오리고기에 머스터드 소스가 더 환상적이기 때문이야. 그렇지만 섬에 살면 매일 멋진 풍경도 볼 수 있고, 엄마가 잔소리를 하시든지 혼내려고 하시면 바다에 가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스트레스를 풀면 참 좋겠지? 어때,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지?
■ 수상 소감
“낯선 환경 속에서도 밝은 다율이 보며 가족의 고마움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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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방학 과제로 ‘섬마을 스캔들’을 읽어보게 되었는데요. 긴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는 섬마을 스캔들의 노란색 표지에서부터 남다른 생각과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어릴 때부터 평범함과 먼 환경에서 자라는 다율이! 보육원을 거쳐 아빠, 새엄마와도 살지 못하게 되어 잘 알지도 못하는 새 외할머니 밑에서 씩씩하고 밝게 자라는 다율이를 보며 평범한 가정에서 애교와 투정을 마음껏 부리며 살고 있는 제가 너무 행복하고 더불어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한 다율이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시는 할머니를 보며 저는 ‘혈연으로 맺어진 가정이 아니더라도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는구나’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마에 쭈글쭈글한 주름과 저희를 위해 1년 내내 농사를 짓는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가 불현듯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 상을 할아버지, 할머니께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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