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대학일반부 최우수 다방면 두각

  • 입력 2013-10-05   |  발행일 2013-10-05 제15면   |  수정 2013-10-05

최근 글쓰기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영남일보 책읽기상 독서감상문 공모전’은 이 같은 추세 속에서 독서를 통한 글쓰기의 장을 펼침으로써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유익한 자리가 되고 있다. 특히 지면에 소개되는 수상작이나 심사평은 각자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고치는 소중한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쓰는 일은 쉽지 않다. 글을 잘 쓰는 일은 끝이 없다. 글을 쓰는 사람은 모두가 아무리 오랫동안 글을 써도 항상 부족함을 떨쳐버릴 수 없고, 글쓰기는 언제나 고통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글을 잘 못 쓴다고 생각하고 쉽게 포기할 일은 아니다. 누구나 꾸준한 노력으로 부족한 점을 점차 조금씩 개선해나감으로써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올해도 심사를 통해 확인하는 점은 예년처럼 읽은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수준에 머무는 작품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책 내용을 잘 소화해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정리에 그치는 독후감은 별로 읽는 이의 마음을 얻지 못하게 된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반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남의 글을 가져온 듯한 독후감도 적지 않은데, 이런 글도 생명력이 없다. 투박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고 쉽게, 소박하게 표현한 것으로 다가오는 글들이 훨씬 더 읽는 이의 마음을 얻게 된다.

부적절한 문장이나 문법에 맞지 않은 표현 등이 적지 않은 글도 여전히 많다. 이런 글은 내용이 좋더라도 읽는 이의 호흡을 끊기게 한다. 글을 충분히 다듬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초등부의 경우 어린이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에 대한 감상문을 많이 보내왔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가족 간의 대화단절 현상에 대한 경고를 담은 ‘무럭이는 다 알고 있다’는 저학년생들이 많이 읽었으며, 스마트폰에 중독돼서는 안되겠다는 의지를 잘 표현했다. 장애인 수영선수 세진이의 인간승리를 다룬 ‘로봇다리 세진이’도 많이 읽은 책 중 하나였다. ‘로봇다리 세진이’를 읽은 초등학생들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자신의 꿈도 되돌아 보는 계기로 삼았다.

초등부 최우수상(대구시교육감상)을 받은 김민서양(창원 삼계초등 5년)의 ‘시간 가게’ 감상문에는 얼마 전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곳곳에 녹아 있었다. 어린 나이여서 시간의 중요성을 실감하기 어려울 텐데,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시간 가게’라는 책과 어우러져 잘 표현됐다. 또다른 최우수상(경북도교육감상)을 받은 김예은양(구미 원호초등 6년)은 ‘섬마을 스캔들’을 읽고 감상문을 보냈다. 폐교 위기에 처한 온도라는 섬에서 일어난 일들을 옆에 있는 친구에게 얘기하듯 감상문을 적었다. ‘섬마을 스캔들’을 읽고 싶은 충동을 자극하는 세련된 구성이어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폐교 위기를 슬기롭게 넘긴 섬마을 사람들의 모습에서 김예은양이 원호초등에 대한 애정을 새삼 확인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중·고등부 응모작 심사결과, 학생들의 글쓰기 공부에 전반적으로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생각됐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작품에서 오탈자, 주어와 동사의 불일치, 부적절한 문장부호 사용 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두 작품 모두 ‘10대 너의 배움에 주인이 되어라’라는 책의 독후감이다. 대구 성광고 정보훈군의 작품은 10년 후 교사가 되어 있을 자기에게 현재시점에서 편지형식으로 쓴 것이 우선 관심을 끌었다. 책의 내용을 완전히 소화해서 현재 고교생이 당면하고 있는 교육의 문제점을 잘 정리한 것이 돋보인다. 울진고 유채은양 역시 저자가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것을 계기로 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야겠다는 각오를 진솔하게 표현한 점이 ‘영남일보 책읽기상’의 취지와도 맞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학·일반부 최우수작 ‘나는 행복을 꿈꾸지 않는다’는 내용과 구성, 문장력, 문법 등 여러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다른 출품작보다 우수해 최우수작으로 뽑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특히 자신의 평소 생각과 고민을 책 내용과 잘 연결해 소화함으로써 설득력 있는 글을 펼쳐보인 것이 돋보였다.

우수작 두 작품도 자신의 경험과 환경 등을 실감나게 연결시켜 글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점이 눈길을 끌었다. 입상작 중에도 문장 표현이 자연스럽지 못하거나 문법적으로 틀린 부분 때문에 읽는 이의 호흡이 끊기게 하는 점이 있어 아쉬움이 많았다. 좀 더 세심하게 검토해 이런 부분을 없앨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심사위원

영남일보 심충택 논설실장·김봉규 논설위원·김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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