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신성인’학생회장, 후배 구하려다가…

  • 김상현
  • |
  • 입력 2014-02-19   |  발행일 2014-02-19 제3면   |  수정 2014-02-19
미얀마어과 양성호씨 체육관서 빠져나온 후 다시 들어갔다 변 당해
부모 “일어나라” 오열
‘살신성인’학생회장, 후배 구하려다가…
지난 18일 오전 동국대 경주병원 영안실에서 후배를 구하려다 숨진 양성호씨의 어머니 하계순씨가 아들의 주검을 붙잡고 오열하고 있다.

“성호야, 일어나서 엄마하고 집에 가자. 니가 왜 여기 있노, 왜…·” “우리 오빠 어떡하노, 어떡하노·”

사고 발생 6시간이 지난 18일 오전 3시20분 동국대 경주병원 안치실. 차가운 주검으로 안치실에 누워있는 양성호씨(25·미얀마어과 4학년)를 확인한 어머니 하계순씨(52)와 여동생은 그을린 듯 검게 변한 양씨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오열했다.

잠시 후 도착한 양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주검을 애써 외면하다 죽음을 실감하고는 양씨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통곡했다.

양씨의 친척도 눈앞에 벌어진 처참한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 듯 허공만 바라보며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양씨는 체육관에서 탈출 직후 같은 과 후배들이 위험에 처한 것을 알고 다시 체육관으로 들어갔다가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양씨 어머니의 친구인 신모씨(52)는 “체육관을 빠져나온 성호가 다시 체육관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것을 사고 현장에 있던 우리 딸이 목격했다”며 “학회장으로서 후배들을 구하려다 변을 당한 것 같다. 얼굴이 그을린 것으로 볼 때 추가 붕괴로 무너진 철 구조물에 깔리면서 감전된 것 같다”고 전했다.

해병대 출신인 양씨는 복학 후 미얀마어과 학생회장을 맡고 있었으며, 이날도 신입생을 인솔해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양씨의 친구 신성민씨는 “성호는 평소 의협심이 강하고,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친구였다”며 “제대 뒤 부모님의 부담을 덜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마련해 이번 학기에 복학했다”고 말했다. 양씨의 담당 교수도 “학생회장으로서 리더십과 책임감이 강한 학생이었다”고 회고했다.

글·사진=경주 김상현기자 shkim@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