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위계급 달고도 형사팀에선 막내생활”

  • 이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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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13 07:39  |  수정 2015-03-13 07:39  |  발행일 2015-03-13 제10면
대구지역 형사 고령화시대
외근 59%가 40∼50대 차지
고되고 승진시험 준비 불리
젊은 경찰들은 갈수록 기피
“경위계급 달고도 형사팀에선 막내생활”

민생치안 최일선에서 범죄자를 상대하는 형사는 ‘경찰의 꽃’으로 여겨져 왔다. 젊은 경찰관이라면 누구나 형사를 꿈꾸고, 반드시 근무해야 할 의무 부서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형사분야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타 부서에 비해 노동강도가 높고, 승진 인센티브가 높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형사팀 막내가 30대 후반

대구 북부경찰서 형사과 A팀의 구성원 평균 연령은 40대 중반이다. 20대는 한 명도 없고, 막내 형사가 30대 후반일 정도로 연령대가 높다. 선배들이 축적한 노하우를 직접 몸으로 실천할 인력이 부족한 셈이다.

A팀의 막내인 B경장은 “우리 경찰서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일부 경찰서에선 후배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경위 진급을 하고도 막내 딱지를 못떼는 이도 있다”고 토로했다.

대구지역 외근형사의 노령화는 진행형이다. 대구지역 전체 외근형사 중 40~50대는 283명으로 59.3%에 달한다. 반면 20~30대는 194명(40.7%)에 그치고 있다. 특히 20대는 16명(3.4%)에 불과해 팀장급인 50대(55명)보다도 오히려 적은 기현상을 낳고 있다.

달서서와 달성서에는 20대 형사가 단 한명도 없다. 더욱이 50대를 제외한 연령 구성이 역삼각형인 곳도 적지 않다. 중부·남부·북부·달서·성서·달성·강북서 형사팀의 경우에는 40대가 가장 많고, 30대, 20대 순으로 연령대가 구성돼 있다.

이로 인해 치안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베테랑 형사의 노하우가 필요한 증거 위주의 수사는 문제없지만 체력과 기동력이 필요한 사건일 경우, 검거에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

반면 경찰측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조직폭력배의 활동이 적은 데다 대다수의 수사가 증거위주로 이뤄져 형사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승진 어려워 지원 기피

젊은 외근형사 기근현상의 원인은 지원 자체를 기피한다는 데 있다. 주간·야간·당직뿐만 아니라 24시간 대기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

최근 다양한 레저·여가활동을 즐기는 젊은층이 늘어나면서 이런 현상이 심화된 경향도 있다.

승진시험 준비를 위해 형사과 지원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상대적으로 근무시간이 짧은 지구대나 내근직 부서에서는 그만큼 승진시험 공부를 할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외근형사들이 위험에 더 노출돼 있다는 인식도 여전하다. D경정은 “강력사건과 맞닥뜨리기 때문에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고, 밤샘 근무를 한다는 등의 이유로 기혼 남성 경찰의 경우, 가족이 나서서 형사분야 지원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형사과에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어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대구 북부경찰서 형사과장은 “노령화에 대처하기 위해 증거 확보, 분석, 현장 검거, 매복 등 능력별로 인원을 배치하는 등 다각도로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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