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나라다운 나라, 갑질없는 세상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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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14   |  발행일 2017-07-14 제10면   |  수정 2017-09-05
20170714

갑질은 폐쇄성, 힘의 불균형, 압도적 부당성, 피해구제의 어려움을 특징으로 한다. 마치 암수범죄(暗數犯罪, hidden crime)처럼 피해자의 신고가 쉽지 않아 실제 범죄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부당한 갑에게 저항하거나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사례가 대폭 늘었다. 심각히 문제가 된 갑(甲)은 대학교수, 프랜차이즈 본사, 대기업 오너, 청와대 등으로 예전 같으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사안들이다.

최근 보도된 사건 중 미스터피자 사례는 갑질의 결정판이다.

미스터피자 본사는 치즈 통행세를 부당하게 물려 가맹점주에게 피해를 입히고(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23조 제1항 7호 나 위반), 신고한 가맹점주에 대해 집요한 보복조치(위 공정거래법 제23조의3) 등 불공정행위를 하다(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 제12조 제1항 1·2·3호 위반) 최근 회장이 구속됐다. 본사는 치즈·시설·간판비 등 명목으로 부당하게 금원을 착취하고, 저항하거나 탈퇴한 업주에 대해서는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집요하게 보복했다고 하니 비난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을 전속적으로 처리해 온 공정위의 자세다. 공정위는 2015년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불공정행위를 신고한 후 2년 넘게 고발하지 않다가 검찰로부터 고발 요청을 받고 부랴부랴 늑장 고발했다.

고발 하루 만에 검찰이 특경가법 횡령·배임죄와 공정거래법 위반죄로 본사 회장을 구속한 속도를 보면 공정위의 대응이 안이했음이 확인된다. 더구나 공정위는 이 사례를 제외하면 최근 3년간 프랜차이즈 불공정행위에 대해 형사고발권을 행사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공정위는 치즈 통행세에 대해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7호 나 위반으로 즉시 고발하고, 가맹점에 대해 치즈가격·간판 설치비와 관련해 허위·과장된 정보를 제공한 점에 대해서는 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위반으로 시정조치, 상품·용역공급·영업지원을 부당하게 중단·거절하거나 현저히 제한,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제한, 거래상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불이익을 준 점에 대해 동법 제12조 위반으로 시정조치 후 불응시 신속히 검찰에 고발했어야 했다(동법 제33조, 제44조 제1항).

이 가운데 새로 취임한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최근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 “공정위는 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민원처리 기관이 아니다”라며 “공정위 역할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고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지 경쟁자 보호가 아니다” 등의 발언으로 권리구제를 후순위로 미룰 것임을 시사했다.

이쯤 되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공정거래법 제71조, 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 제44조)은 폐지하고, 모든 지방검찰청에 공정거래부를 신설·강화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를 별도로 두고 있지만, 대구지검은 형사2부에서 3명의 검사에게 공정거래Ⅰ, Ⅱ, Ⅲ을 전담시키고 있을 뿐이다.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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