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종 작 |
최윤정 작 |
경북대 미술관에서 ‘미디어 엑스터시’전이 열리고 있다. 끊임없이 미디어에 노출된 현대사회의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다.
미디어(Media)와 엑스터시(Ecstasy)의 결합이 자못 의미심장하다. ‘엑스터시’는 일상적인 의식수준이 저하되면서 빠져드는 망아 상태나 황홀 상태를 의미한다. 미디어와 엑스터시는 수동적인 정신 상태로 몰입시켜 현실을 망각하도록 만든다는 측면에서 유사한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게 경북대미술관 측의 설명이다.
작가들은 미디어에 무방비로 노출된 현대인들이 맞닥뜨리는 환상, 환각, 중독과 같은 심리적 반응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재미있는 것은 문제를 지적하는 방식이다. 작가들은 미디어가 포장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환상적으로 보여준다. 관객들로선 작가들이 설계한 환상의 세계에 초대를 받은 셈이다. 이 또한 엑스터시한 경험이다.
권경환, 권세진, 김기라, 김소연, 김지민, 데비한, 윤정미, 이동기, 이은종, 정치영, 조주현, 최윤정, 하태범 작가가 참여했다. 정치, 역사, 문화, 인종, 젠더, 자본주의 등 미디어 속에 나타나는 쟁점들을 다루고 있다. 작가들은 매스미디어가 전달하는 기호에 질문을 던지고, 기존의 미디어가 지닌 정보전달방식을 시니컬하게 비틀고 있다. 또 무의식적,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현대인들의 정체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TV뉴스 프로그램의 첫 인사를 교묘하게 비튼 김기라 작가의 영상 작품 ‘99일 미래로 돌아가다’가 재미있다. 반복되는 남자 앵커의 ‘안녕하세요’가 뜨악해 보인다. 데비한 작가는 한국 여성의 누드에다 서양여신상을 조합한 사진 작품 ‘소셜 그레이스(Social Grace)’로 관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잘못된 ‘미(美) 이데올로기’를 비틀었다.
이은종 작가는 적외선으로 촬영한 잉어 사진을 통해 획일화된 현대사회의 초상을 보여주고 있다. 최윤정 작가는 화려하고 정교한 미디어에 의해 조작되는 인간 욕망의 맹목적성을 풍자하고 있다.
경북대 미술관 측은 “미디어 엑스터시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이 만드는 문제와 감각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하나의 시도”라며 “관객들이 스스로 통제 가능한 의식의 발전 가능성을 발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월9일까지. (053)950-7968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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