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국립 호텔격인 역(驛) 종사자들의 생활은 어떠했을까. 문경새재 옛길박물관은 최근 국내 유일의 역인(驛人) 대장인 사근도 형지안(沙斤道 形止案)의 해제와 영인본을 수록한 ‘1747년 사근도 역 사람들-사근도형지안’<사진>을 발간했다.
조선시대 역은 공문서 수발과 공무원 출장 때 숙식·마필을 제공한 장소였다. 지금의 교통 역과 호텔 기능을 겸한 곳이다. 중앙 정부에서 현령과 같은 품계인 종6품을 파견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겼다.
형지안은 조선시대 역참에 소속된 역리(驛吏)·역노비(驛奴婢) 등 역인을 관리하기 위해 호적과는 별도로 작성한 장부다. 사근도(沙斤道)는 조선시대 경상도 함양의 사근역(沙斤驛)을 중심으로 한 역도(驛道)다. 사근도의 본역은 사근역이며 속역은 유린역(합천)·안간역(진주)·정수역(하동)·소남역(산청)·임수역(함양)·제한역(함양) 등 14곳에 이른다.
현재 남아있는 형지안은 4책에 불과하다. 김천도 형지안(1738년)·송라도 형지안(1765년)·자여도 형지안(1804년)·사근도 형지안(1747년)이 그 것이다. 이 가운데 김천도·송라도·자여도 형지안은 모두 일본에 있다. 사근도 형지안은 옛길박물관이 발굴한 국내 유일의 역인 장부로 역리·역노비·솔거인(率居人)·보인(保人)까지 상세히 기재돼 있어 당시 역의 인구와 신분 구조, 역 운영 상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옛길박물관은 2016년 사근도 형지안에 기재된 5천여명의 역인을 데이터베이스화한 데 이어, 지난해 사근도 형지안 발굴 학술대회를 열었다. 또 문경시는 사근도 형지안을 경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 신청해 놓고 있다.
문경=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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