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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혈액종양내과 교수> |
흑색종은 주로 표피의 기저층에 산재해 있는 멜라닌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말하며 멜라닌 세포가 존재하는 곳에는 어느 부위에나 발생할 수 있다. 피부에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지만 두경부나 식도, 위, 대장, 항문 등 멜라닌 세포가 존재하는 다른 장기에서도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미국이나 호주 등 서양에서는 발병률이 높은 암에 속하지만 국내에서는 희귀암으로 분류된다.
흑색종은 국내에서 최근 5년간 33% 이상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치료제가 많지 않고, 치료의 예후 또한 좋지 않다. 치료 원칙은 조기 발견해 충분한 수술 절제연을 두고 광범위 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이며 대부분은 광범위 절제술만으로 완치가 된다.
이렇듯 좋은 치료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지만 통증과 같은 증상이 없고, 육안적으로 점처럼 보이기 때문에 간과하기 쉽다.
흑색종의 치료방법 중 항암화학요법으로는 과거 임상연구에서 생존율 향상의 효과를 보이지 못하였음에도 디카바진(dacarbazine)이 수십년 동안 사용돼 왔으며, 그 외에 효과적인 항암제가 없는 질환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차세대 항암치료법으로 주목을 받는 면역항암치료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희귀암으로 분류되는 흑색종이 그 중심에 서게 되었다.
면역항암치료제는 기존의 항암화학요법과는 달리 우리 체내의 면역세포를 활용해 암세포와 싸우도록 하는 새로운 항암제로 가장 먼저 흑색종에서 임상효과가 입증됐다. 더구나 2018년 2월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 흑색종의 치료로 면역치료제인 옵디보, 키트루다가 보험 급여 인정을 받으면서 소외받던 흑색종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주게 됐다. 악성 흑색종의 치료에 면역 항암제와 같이 치료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치료제의 등장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면역항암제는 기존 화학항암제와는 달리 구토·탈모 등 부작용이 적기 때문에 환자들의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치료 반응이 좋은 환자에 대해 장기간 치료를 유지·사용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반응이 나타나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장기 생존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의 항암화학요법이나 표적항암제의 경우에는 효과를 보이던 환자들도 결국 내성이 생기게 되는 반면, 면역항암제는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환자들에게서는 거의 완치에 가까운 장기생존을 보인다.
항암치료의 흐름은 면역항암제로 넘어왔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있다. 면역체계 활성화에 따른 자가면역질환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기존 항암제에 비해 약값이 고가라는 점 등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어떤 환자들이 효과를 볼 수 있을지를 판별하여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수정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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