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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가로질러//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전대호 옮김/ 해나무/ 352쪽/ 1만6천원 |
“사람들은 밤을 통해 비로소 생겨나며 그런 다음에 밤을 통과해야 한다. 한편으로 밤에 익숙해지고 밤의 실종을 방관하지 말아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 밤에서 기쁨을 느껴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밤을 이렇게 표현한다. 모든 것이 멈추는 시간인 밤을 의미있는 시간으로 본 것이다. 저자는 “신뢰할 수 있는 어둠, 곧 밤이 없고 밝음과 어둠의 상호작용이 없다면 생명은 존재할 수 없음을 늘 되새겨야 한다”고 말한다.
독일의 과학사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과학, 문학, 역사, 철학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며 밤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가장 먼저 다루는 것은 과학적인 시각의 ‘밤’이다. 밤의 어둠이 왜 생기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니얼 워커와 같은 역사가의 논평부터 셰익스피어와 괴테의 작품 등을 인용하며 밤에 대한 두려움, 도시와 궁전에서 나타나는 밤 문화 등에 대해서 들려주기도 한다.
‘밤’하면 떠오르는 ‘잠’과 ‘꿈’에 대해서도 다룬다. 저자는 ‘어둠의 만화경’‘홀로 깨어 있는 밤’‘뜬눈의 저주’로 표현하기도 하는 불면에 대한 이야기부터 프로이트와 융의 정신분석학에서 다루는 무의식, 꿈해석을 소개한다. 인간에 있어 밤의 측면인 악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인간의 도덕은 그것의 그림자인 밤의 측면과 짝을 이뤄야 존립할 수 있고 이해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과학사적으로 의미있는 ‘밤’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낮 과학’이 아닌 열정적이고 들뜨고 직관적인 ‘밤 과학’으로 창조적인 영감을 얻는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생물학자 프랑수아 자코브와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가 저자가 제시하는 대표적인 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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