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지방분권 어디까지 왔나 (5·끝) 지방분권 개헌

  • 노진실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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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24   |  발행일 2018-12-24 제6면   |  수정 2018-12-24
“행안부는 간절함 없어…지방공무원이 중앙 가면 정책 달라질 것”
20181224

지난 18일 대구 동구 신천동 영남일보 사옥 회의실에서 열린 영남일보·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공동 지방분권 연속 토론회 ‘긴급진단…지방분권 어디까지 왔나’ 마지막 주제인 ‘지방분권 개헌’과 관련, 참석자들은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실질적 지방분권 강화 방안을 개헌안에 담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토론회는 조정 변호사가 사회를, 김성호 자치법연구원 부원장이 발제를 맡았다. 또 최봉태 변호사, 정재형 변호사, 이부하 영남대 로스쿨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조정 변호사(사회자)= 지방분권형 개헌의 향후 전망과 지방분권형 실현을 위해 어떤 전략을 구상해 나가야 하는지, 또 앞으로 어떤 구호를 내세워 개헌을 추진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 논의해보는 시간을 갖겠다. 먼저 김성호 자치법연구원 부원장의 발제부터 들어보겠다.

△김성호 자치법연구원 부원장= “지금은 개헌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누적된 국가·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스템이 조성돼야 하는 시기다. 지난 한 해는 정말 특별한 해였다. 30년 만에 국회에서 개헌특위가 만들어져 개헌안을 만들고 시민사회의 의견을 들었다. 하지만 정치권이 약속한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는 공약에 그치고 말았다. 국회는 개헌을 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다. 우리 국민은 화가 나있는 상태다. 10차 개헌을 국회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는데, 불발됐다. 지방자치의 실질적인 내용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방자치 관련 현행 헌법의 문제점은 자치 입법권의 지나친 제약과 지방의 재정 문제에 대해 헌법이 특별한 보장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행 헌법은 중앙집권적인 구조를 정당화하고 있다. 앞서 발표된 ‘대통령 개헌안’은 현재의 헌법 현실에 비추어 보면 상당히 진전된 내용도 있지만, 연방제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점과 주요 입법사항을 법률 유보한 것은 큰 맹점이다. 국회 양원제 도입과 지방권력기관에 대한 주민통제 장치를 두지 않은 것도 매우 아쉬운 부분이었다. 향후 개헌 논의 과정에선 지방분권 관련 국민적 요구 수준을 반드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해서는 지난 20년 동안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숱하게 논의가 됐으며, 지난 1년 동안 국회 개헌특위에서도 집중적인 활동으로 축적된 내용이 있다. 국민은 개헌을 통한 실질적 지방자치제 실시를 기대하고 있다. 국회는 대한민국의 100년을 좌우할 개헌 발의 권한을 스스로 포기해놓고 대통령 발의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국회는 자기책임을 다하지 않고 직무유기를 했다. 정치권은 개헌 추진 로드맵을 조속히 확정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


◆김성호
법개정만으로는 지방분권 한계
입법·재정권 실질적 보장 돼야

◆이부하
헌법학회, 분권형개헌 논의 깊어
대통령案은 중앙집권적·의존적

◆최봉태
‘자기결정권’이 지방분권의 핵심
국회에 비례성 높이는 것이 중요

◆정재형
국회입법 제한해 조례 내실화해야
일부 예산권도 지방에 넘길 필요



▲조정= 문재인정부 개헌 안에 녹아있는 지방분권과 현재의 지방분권 수준 등에 대해 논의해보자.

△이부하 영남대 로스쿨 교수= “헌법학회에서도 정부에 개헌안을 수시로 제출했는데, 저는 헌법 총강쪽 분과에 속해 있었다. 그때 경험을 말해보자면, 당시 교수들도 지방분권의 내용과 범위에 대해 상당한 견해차가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용어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지방정부’로 확실히 해야 한다고 하는 분도, 그렇지 않은 분도 있었다. 헌법 총강에 지방분권 국가임을 선언하는 것과 기본권에 주민자치권을 신설하는 부분 등 지방분권 강화와 관련한 다양한 내용들이 헌법에 실릴 수 있느냐에 대한 의견차가 있었다. 그만큼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한 깊은 학문적 논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번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제 생각은 ‘그 안을 가지고는 지방분권을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내용적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아 보였다. 대통령 개헌안은 여전히 중앙집권적이고 의존적이다. 지방에서 입법권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에 진정한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선 이 안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정재형 변호사= “저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입법권에 대해 말하겠다. 민주당의 선출직 공직자를 평가할 때 평가 수치 중 하나가 조례 발의건인데, 평가기준으로 사실 별 의미가 없었다. 조례로 정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지 않나. 주민 생활과 밀접한 내용들도 다 법률로 정하도록 돼 있다. 지방의회의 가장 큰 권한이 조례 입법권인데,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현실이다. 선언적으로 지금부터라도 조례로 정할 사항은 법률에서 정하지 말도록 해야 한다. 현행 헌법 구조에서도 이것은 가능한 것 같다. 지방자치도 헌법에서 말하는 중요한 제도적 보장이다. 왜 국회가 지방정부의 권한을 침해해서 조례로 정할 것을 법률로 정한다 말인가. 기존의 관련 논의들이 너무 찻잔 속 태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주민의 자치와 복리에 관한 사항을 지방의회가 정한다고 해도 지방의회가 국가예산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예산이 수반되는 조례는 못 만드는 한계도 있다. 이에 일부 예산권은 국회에서 지방으로 넘겨줘야 한다. 조례 입법권을 내실화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입법권을 제한해야 한다. 보다 명확하기 위해서는 개헌을 통해 국회의 입법권에서 지방자치에 관한 사항은 제외시키도록 해야 한다.”

△최봉태 변호사= “현정부 개헌 안은 자치입법권 등에 대한 실질적 보장이 없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연방제 지방분권하고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저는 연방제 개헌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 먼저 말을 하고 싶다. 자기 공동체에 대해서는 각자가 결정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이 지방분권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저는 대구시민을 상대로 대구헌법을 만들자는 운동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대구는 고졸이 행복한 사회를 지향한다’ 등 우리 헌법에도 없는 파격적 내용이 많다. 이처럼 중앙정부 법이 어떻든 간에 지역민 한사람 한사람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지방분권이나 개헌의 의미가 살아난다고 본다.

지방분권도 중앙에 부탁하고 매달려 권한을 가져와야 한다고 접근해선 잘 안될 것 같다. 지방주민 각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문재인정부의 소극적인 지방분권 관련 입장을 바꾸는 힘이 될 것 같다. 또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 중에선 비례성을 높이는 것이 지방분권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표의 등가성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중앙의 두개 정당이 과대 비례되고 있는 상태다. 50%만 얻으면 50%만 의석을 갖고 가야 하는데, 그게 아니다 보니 지방민의 기본적인 선거권을 잠식하는 일이 일어난다. 그걸 바로잡는 것도 지방분권의 한 핵심이지 않을까 싶다. 이밖에도 대구시장이나 지역구 국회의원, 대구경찰청장 등 지방권력을 중앙에서 낙점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민이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게 실질적으로 지방분권 개헌만큼이나 지방분권에 있어 중요한 과제다.”

▲조정= 지방분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킬 만한 방안이 있을까.

△정재형 변호사= “행정안전부 공무원을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으로 임명해보는 게 어떨까 생각도 했다. 지금까지 만나 본 행안부 공무원 중에 지방분권에 대한 간절함이 없는 이들이 꽤 많았다. 그들에게 지방분권 업무는 단지 업무일 뿐이었다. 비(非)수도권 지방의 현실을 아는 각 지자체의 우수한 공무원들이 행안부에서 일을 하면, 지방분권 관련 정책들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 파격적인 방식이 지방분권에 대한 주의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봉태 변호사= “지방정부의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레 지방분권 개헌의 당위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경쟁을 시키는 게 맞다. 예를 들어 통일 과정에서 중앙정부가 생각지도 못한 것을 지방정부가 먼저 치고 나가거나, 세계화 전략을 지방이 선도적으로 해나가는 방안 등이 있다. 이런 것들이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헤게모니를 빼앗기지 않는 그런 방안이 될 것이다. 실질적으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보다 정책이나 행정을 더 잘하면 자연스럽게 중앙정부의 권한이 올 수밖에 없고, 지방에 권한을 더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정리=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사진=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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