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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작가의 전시 전경. |
언뜻 하나의 색만 보인다. 파란색, 빨간색, 녹색이 커다란 캔버스를 가득 채우고 있다. ‘단색화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하나의 색이 아니다. 파란색과 빨간색, 녹색, 노란색이 섞여 있다. 캔버스 옆면을 보면 알 수 있다. 4가지 색의 물감이 흘러내린 자취가 보인다. 그 자취를 통해 작업 과정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김승현 작가의 색면 회화다.
김승현 작가의 초대전이 대구 고미술거리 인근에 위치한 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2007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의 개인전 이후 12년만이다. 작업도 달라졌다. 당시 직접 개발한 안료와 미디엄을 섞어 캔버스에 바르고 민 작품을 선보였다. 지금은 아크릴 물감을 사용한다.
지난해 문을 연 을갤러리는 독특한 전시를 선보여왔다. 미국 출신의 리처드 필립스, 독일의 하인츠 마크, 스페인의 예술가 그룹 에키포57 등을 대구에 소개했다. 올해 을갤러리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대구 출신의 작가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승현 작가는 그 출발점이다.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1997년 화단에 입문했다. 작가의 길로 들어선 지 20년이 넘은 셈이다. 개인전을 하지 않았을 뿐 작업을 멈춘 적은 없다. 가창의 한 허름한 창고를 빌려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
작업은 단순하다. 색을 캔버스에 입힌다. 작가는 빨강, 노랑, 파랑, 녹색을 사용한다. 반복적으로 균일하게 칠해 물감층을 만든다. 캔버스는 150호를 주로 사용한다. 작가는 “몸으로 할 수 있는 최대 크기”라고 했다. 캔버스를 눕혀놓고 붓질을 반복한다. 작가는 “최종적으로 어떤 색이 나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어떤 목적을 갖고 작업을 하지 않는다. 2~3일 동안 캔버스를 가만히 지켜볼 때도 있다”고 밝혔다. 작업은 작가 스스로 인정할 때 멈춰진다. 작가만의 영역이다. 작가는 “작업과 나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균형이 맞으면 작업을 끝낸다. 그게 보인다”라고 했다.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작가의 작품에 대해 “침묵의 바다와도 같다. 오래 응시할수록 강한 힘이 느껴진다. 단색화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작 작가는 단색화로 규정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긴다. 단색화의 가지나 아류 정도로 해석되는 게 싫어서다.
작가의 작업이 갖는 최대 강점은 해석의 다양성일 수 있다. 관객 나름대로 무엇가를 찾을 수 있다. 그만큼 깊이감이 있다. 4월13일까지. (053)474-4888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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