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호야 내새끼’ 주인공 석민호씨 “10년간 줄곧 호야 역할, 이제는 장애인의 내면 연기”

  • 최미애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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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14   |  발행일 2019-05-14 제25면   |  수정 2019-05-14
“극단 동기가 저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
배우가 가져야할 진정성 깨닫게 해줘”
연극 ‘호야 내새끼’ 주인공 석민호씨 “10년간 줄곧 호야 역할, 이제는 장애인의 내면 연기”
연극 ‘호야 내새끼’에서 주인공 호야 역의 배우 석민호씨가 무대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10년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죠. 초연했을 때 호야는 저보다 형이었는데, 이제 한참 동생이 되어버렸네요.”

오는 26일까지 소극장 한울림 무대에 오르는 연극 ‘호야 내새끼’에 출연하는 연극배우 석민호씨는 2010년 초연 이후부터 계속 이 작품에 출연해왔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이 작품에서 그는 지적 장애인인 주인공 호야를 연기한다. 석씨는 “극 중 나이는 26세인데, 초연할 때만 해도 내가 25세였는데 이제 34세가 되었다. 10주년이지만 마무리가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9년 극단 한울림에 들어와 배우 2년차에 호야 역을 맡았던 석씨는 어느덧 11년차 배우가 됐다. 고등학교 때부터 성우를 지망했는데, 성우도 연기를 필요로 하니까 배워보자고 해서 군대 전역 후 극단을 찾아갔다. 연극을 하면서 성우 시험을 6번 정도 봤지만 매번 미끄러졌다.

“원래 꿈이 성우여서 나이가 들수록 무엇을 해야 할지 흔들렸어요. 30세쯤 마지막으로 성우 시험을 치고 연극으로 돌아섰어요. 10년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시간이 갈수록 연극으로 마음이 가더라고요.”

‘호야 내새끼’를 쓴 김하나씨는 처음부터 석씨를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고 작품을 썼다. 아직 연극이 뭔지도 모르는 초보 배우인 석씨에게는 부담스러운 역할이었다. 당시 연극과 성우의 길에서 한창 고민하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작가님이 저랑 극단 한울림에 같이 들어온 동기예요. 집이 같은 방향이어서 늘 같이 걸어갔는데, 어느날 작가님이 ‘이런 작품을 쓰고 있는데 네가 주인공’이라면서 장애인이라는 거예요. 그 연차에 어떤 주인공이라도 맡기 어려운데 장애인이어서 더욱 부담감이 있었죠.”

부담스러웠던 이 작품은 석씨가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는 ‘호야 내새끼’를 배우로 한발짝 나아갈 수 있었던 첫째 터닝 포인트로 꼽는다. 석씨는 “초연 때는 2년차 배우이다보니까 감정의 표현이 쉽지 않았는데, 이 작품에서 배워나갔던 것 같다. 배우가 가져야 하는 진정성을 나에게 많이 가르쳐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초연 때 호야와 지금의 호야를 비교하면 어떨까. 처음에는 장애인이지만 장난스럽게 보이지 않도록 표현하는 외적인 면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호야의 내면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초반에는 호야가 지적 장애인이라서 비장애인과는 같은 말을 듣더라도 다르게 느낄 거라 생각했어요. 근데 나이 들어서 생각해보니 내가 오히려 이 아이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메시지가 작품에 들어있기도 하고요.”

석씨는 ‘호야 내새끼’가 좀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길 바랐다. 한 번 공연을 봤더라도 또 보면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다.

“누구랑 같이 오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른 작품이에요. 남녀노소 상관없이 좋아하는 작품이니까 많이 보러와주면 좋겠어요. 아, 꾸준히 (다른) 연극도 봐주면 좋겠고요. 영화도 좋지만,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소극장들이 많거든요.”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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