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보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에 초점 맞춘다”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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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16 07:37  |  수정 2019-05-16 07:38  |  발행일 2019-05-16 제3면
인구절벽 현실화…대구시 인구정책 대전환
20190516
지난해 대구지역 합계출산율이 0.99로 떨어지면서 ‘인구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에 대구시는 출산율 제고 정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이와 부모의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둔 인구정책을 추진키로 했다. 달성군 대구과학관으로 소풍 온 유치원생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뛰어 놀고 있다.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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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는 ‘인구소멸 주의지역’으로 분류됐다. 향후 30년 뒤 사라질 수 있는 ‘인구소멸 위험지역’의 전 단계다. 대구의 소멸위험지수(한 지역의 20~39세 가임여성 수를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로 나눈 값)는 0.87이었다. 서울(1.09)·인천(1.15)·대전(1.18)·광주(1.13)·울산(1.23)은 1을 웃돌았으나, 대구는 부산(0.76)과 함께 1 이하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1999년부터 2018년까지 20년간 주 출산연령층인 25~39세 여성인구가 36.3%나 줄어든 데다 혼인율도 지속적으로 감소한 탓이 크다. 이 때문에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1명 이하로 떨어지는 등 초저출산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대구시는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극복하는 인구정책 추진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 ‘출산율 제고’에서 벗어나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에 초점을 두는 정책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인구절벽’ 조기 현실화

대구의 소멸 위험지수는 2013년 7월까지만 해도 1.18로 ‘보통’ 단계였다. 하지만 2016년 7월 0.98을 찍으며 1 이하로 떨어지더니 2018년 7월엔 0.87로 곤두박질쳤다. 최근 5년간 위험지수가 연평균 0.062씩 줄어든 것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고 가정할 때 앞으로 6년 후면 대구는 0.5 이하로 떨어져 ‘소멸 위험지역’(0.2~0.5)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사망자 수>출생아 수 ‘데드크로스’ 직면
인구 감소 이어져 저소비·저성장 가속화

취업부터 양육까지 생애단계별 지원 나서
미혼 만남 주선 등 결혼장려제 시행 계획
공공산후조리원 만들고 육아센터 확충도


25~39세 여성인구의 감소 추세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연령층 여성은 1999년 35만6천명에서 2009년 29만4천명, 2018년 22만7천명으로 연평균 6천700여명씩 줄었다. 이로 인해 20대 후반(25~29세) 연령층의 1천명당 혼인율도 1999년 7.1%에서 2009년 5.2%, 2018년 4.5%로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가임여성(15~49세) 1명당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0.99로 떨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시기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2012년까지만 해도 대구에선 출생아(2만1천472명)가 사망자(1만2천352명)보다 2배 가까이(9천120명) 더 많았다. 하지만 이후부터 인구자연증가 수는 2013년 6천809명, 2014년 6천719명, 2015년 6천357명으로 점차 줄더니 2016년 4천796명, 2017년 2천317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급기야 2018년에는 400명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떨어져 올핸 인구자연감소 시대로 접어드는 원년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통계청이 당초 우리나라 인구감소를 예상한 시점(2028년)보다 10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은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어지는 ‘데드크로스’에 직면해 인구절벽의 조기 현실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인구감소시대의 도래는 생산·소비가 줄면서 저성장, 저소비, 저고용의 가속화를 불러와 해당 지역을 소멸로 몰고가는 신호탄임을 부인할 수 없다. 대구도 이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

대구시도 인구정책 수정을 천명했다. 대구시는 더 이상 출산율 제고에 정책방향을 두지 않고 ‘아이와 부모의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둔 인구정책을 추진키로 했다. 교육·주거·보육환경 및 가족문화 등 복합적인 요인을 개선하는, 즉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미래세대에 대한 사회적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최근 인구정책 종합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일자리·정주환경·결혼·출산·양육 등 생애단계별 지원정책을 펴기로 했다. 우선 당면한 문제는 젊은이들이 결혼 자체를 하지 않는 현실이다. 이에 대구시는 미혼자를 대상으로 결혼장려제도를 시행한다. 미혼남녀의 만남부터 주선하고 ‘작은 결혼식장’을 운영해 높은 혼례비용을 경감시킬 계획이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결혼과 육아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온라인 인구교육 콘텐츠도 개발·보급한다.

일·가정 양립 및 직장 내 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가족친화기업을 선정·지원하는 등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사업도 확대한다. 난임부부와 고위험 임신부를 위한 의료 및 출산축하금 지원, 공공산후조리원 설립 추진, 다자녀가정 고교생 학자금 지원, 공동육아종합지원센터 확충 등의 지원책도 펼친다.

시는 연구용역에서 도출된 과제를 토대로 전 부서에 걸쳐 분과토론회를 가진 뒤, 오는 27일 전체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구용역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보다 실천적이고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인구정책을 수립·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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