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질환 의료기기 제조업체‘멘티스 로지텍’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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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07 07:59  |  수정 2019-09-07 09:23  |  발행일 2019-09-07 제13면
3D프린팅 기반‘환자 중심 의료기기(뼈와 뼈 사이 혈류 원활하게 하는 티타늄 소재‘펜서’)’개발…대학병원·美서 기술력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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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티스 로지텍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펜서. 기존 플라스틱 제품을 티타늄 소재로 대체해 미끌림과 탈락 현상을 방지했다. 사진은 펜서(아래사진)와 펜서 전용 수술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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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2018년 65세 이상 고령자가 14.3%(738만1천명)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60년에는 41%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로 접어들면서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사업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척추 질환과 관련된 분야다. 척추질환 전문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주>멘티스 로지텍은 업계의 선두 주자다. 3D 프린팅을 이용한 의료기기 제조 기술로 개발한 의료기기가 현재 국내 유명 대학병원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구 미래를 책임질 ‘프리(Pre)-스타기업’ 15개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대구시와 대구테크노파크의 프리(Pre)-스타기업 육성사업은 대구시 강소기업 육성 성장사다리 정책의 도약단계 사업이다. 멘티스 로지텍은 정형외과용 척추 임플란트 중 추간체고정재에 대한 기술 개발과 수입제품의 국산화를 통한 국내 의료기기 시장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콰트로 척추경 나사못’ 개발
수술시간 줄고 정확도 향상
국내 유일…세계 3번째 특허
대구 프리스타기업에도 선정


◆디테일의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디스크 질환은 환자에게 큰 고통이다.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전세계 수천개의 기업이 척추질환과 관련된 의료기기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사실상 척추질환과 관련된 산업 인프라는 부실하다.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까닭에 대부분의 척추질환 의료기기를 해외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멘티스가 처음 주목한 제품은 상처를 지혈하는 거즈였다. 당시 환자의 몸에 거즈를 남겨 둔 의료사고 등을 접하며 이를 개선할 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제품이었다. 시장에 유통되고 있던 미국 제품은 성능은 좋았지만 가격이 비쌌고 사용도 불편했다. 미국 제품의 경우 거즈 사용을 위해선 의료진이 직접 거즈를 커팅해 사용해야 했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수술실에서 의료진이 롤거즈를 몇장 커팅했는지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과거 환자 몸속에 거즈가 남아있던 의료 사고 등은 의료진이 롤거즈를 사용하며 커팅한 거즈수를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멘티스는 정량화 된 거즈를 개발했다. 진공포장된 팩에 거즈 개수를 정량화해 의료진이 사용한 거즈수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기존에 시장을 점유했던 미국 제품 퀄리티와 동일하게 제작했고 가격은 40% 낮췄다. 국내 의료 시장에서 반응이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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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티스 로지텍 근로자가 3D프린팅으로 제작된 펜서 제품에 대한 최종 점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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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티스 로지텍 1층에는 3D프린팅 기기가 설치됐다. 3D프린팅 기기가 펜서를 제작하는 모습.

◆콰트로(QUATTRO) 척추경 나사못(Pedicle Screw system)

지혈 거즈의 성공을 바탕으로 멘티스는 정형외과용 척추 임플란트 중 추간체고정재에 대한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열정이 가득했지만, 초기 어려움을 겪었다. 미세한 작업에 맞춰 제품 생산을 해주는 제조업체를 찾기 어려웠다. 다품종 대량생산이 원칙인 제조공장에서 멘티스의 소량 주문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어렵게 공장을 찾았지만 의료기기 제조 기술 인프라는 열악했다. 멘티스가 원하는 제품을 생산해내는 업체가 드물었다. 결국 멘티스 기업부설연구소 이광훈 소장이 직접 공장으로 출근하며 생산기술을 가르쳤다. 그 노력을 바탕으로 2016년 8월 멘티스 전용공장이 설립됐다.

6명의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멘티스 기업부설연구소의 끊임없는 연구 개발은 2017년 ‘콰트로 척추경 나사못’ 개발로 이어졌다. 허리 질환으로 수술을 받는 노년층은 대부분 골밀도가 낮아 삽입된 나사못이 쉽게 빠져 재수술을 받는 경우가 잦았다. 환자 입장에선 두번의 수술로 인해 고통과 수술비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멘티스는 네 줄 나사선을 개발했다. 기존의 나사보다 뼈에 접촉되는 부분이 많아 견고한 접착력이 생겼다. 기존 나사못보다 2배 빠른 삽입 속도로 수술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도 있었다. 업계 반응은 뜨거웠다. 수술시간 단축으로 인해 환자 혈액 손실량이 적어졌다. 수술로 인한 환자의 신체 부담이 적어지면서 입원 기간도 짧아져 환자 부담도 줄었다.

국내에서는 유일, 세계시장에서는 3번째로 해당 기술 특허를 보유하게 됐으며 자체 제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시장을 점유했다.

멘티스는 3D 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펜서’(PANTHER)도 개발했다. 외국 학회 참석과 국내외 의학 논문, 국내 대학병원 의료진의 현장의 목소리 등을 수렴한 결과 추간체 유합 보형재(디스크를 제거한 후 골유합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 디스크 내부로 삽입하는 임플란트를 지칭) 소재를 바꾸는 것이 환자를 위한 길임을 깨달았다. 기존 유합 보형재는 플라스틱으로 제작됐다. 플라스틱의 경우 혈류를 차단해 뼈와 뼈가 붙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못했다. 플라스틱 재질 자체가 미끌림 현상이 심해 고정된 임플란트가 빠지는 현상도 잦았다. 멘티스는 미끌림 현상이 적은 티타늄 소재를 제품에 적용해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실험결과 티타늄 소재는 뼈와 뼈 사이의 혈류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제품 대비 대폭 낮춘 가격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해당 기술이 시장에 나오자 미국의 ‘3D 프린팅 인더스트리 닷컴’은 해당 제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 국책 과제로 채택돼 정부지원금 5억원 이상을 지원받게 됐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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