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구 떠나 신도시로…원도심 ‘슬럼·공동화’ 초래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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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8 07:27  |  수정 2019-10-08 07:56  |  발행일 2019-10-08 제3면
대구지역 인구지형 20년새 급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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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저녁에 찾은 대구 남구 봉덕동의 봉덕맛길. 남구지역 인구 유출과 더불어 최근 이 지역 주변에서 재건축이 실행되면서 이처럼 일찍 문을 닫는 가게가 늘고 있다.


“서구에는 역세권이라는 말이 없어요. 대구도시철도 4호선이 침체한 서구를 되살릴 것으로 기대했는데, 서구 중심을 비켜가는 것으로 변경되면 서구는 더 이상 희망이 없어요.” 최근 공개된 대구시의 ‘대구도시철도 4호선 구축계획’에서 서구가 배제됐다. 평리동·내당동·비산동을 거쳐갈 것으로 예상되던 대구도시철도 4호선의 당초 노선안이 변경되면서 계획대로 실행된다면 사실상 서구는 앞으로도 도시철도 하나없는 교통오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택지개발과 대규모 아파트단지 조성·인구증가라는 선순환구조에 따른 대구도시철도 1·2호선, 다양한 생활인프라 구축 등을 경험한 달성군과 달리 서구는 지난 20년 동안 37.8%라는 급격한 인구감소와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다른 구·군에서 이루어진 택지·지구개발에 따른 인구이동이 생활인프라 유치에서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 등 원도심 슬럼화라는 불평등을 가져왔다.

달서·달성에 아파트 지속 공급 인구유입 가속화

◆달서구·달성군 택지개발·인구증가

2000년대 들어 최근까지 대구 8개 구·군별 인구현황을 살펴보면, 달성군과 달서구의 약진이 가장 두드러진다.

달성군은 전 지역을 통틀어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달성군 인구(올해 8월 기준)는 25만5천20명으로 2000년 15만4천281명보다 65.2% 증가했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15만명대의 인구를 유지하던 달성군은 죽곡1지구(다사읍 매곡리 일원) 준공이 이뤄진 2007년 16만명 시대에 들어섰다. 2011년 죽곡2지구(다사읍 죽곡리 일원) 준공을 시작으로 옥포지구(옥포읍 강림·교항리 일원)와 현풍 테크노폴리스가 잇따라 조성된 2016년 이후부터 20만명을 돌파해 현재는 25만여명이 거주 중이다.

죽곡1·2지구와 인근 지역에 지난 20년간 1만5천여의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다사읍 인구는 2000년 2만9천596명에서 올해 7월말 기준 9만831명으로 급증했다. 2013년에 첫 아파트가 공급돼 6천311호가 들어선 옥포지구의 옥포읍은 2010년 1만1천7명에서 7월 기준 2만3천594명으로 114%(1만2천587명)가 늘었다. 비슷한 시기에 1만6천923호가 들어선 테크노폴리스도 현풍·유가읍은 2010년 1만4천133명에서 5만2천18명으로 268%(3만7천885명)나 증가했다.

달서구는 1990년대 초중반 성서·월성·상인 택지 지구 개발로 인구유입효과를 누렸지만, 이 지역이 낙후되면서 인구유출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새로운 택지개발 및 지구개발사업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57만1천76명으로 2000년 58만8천546명보다 1만7천여명, 최고점인 2013년 61만359명보다 줄었음에도 위기감을 읽을 수 없는 분위기다.

2008~2016년 사이 진행된 대곡2지구(진천동 등) 택지개발을 통해 4천332호가 들어섰으며, 이 지역 인구는 올 6월말 기준 7만7천258명으로 2000년(3만6천58명)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까지도 아파트공급이 진행되고 있는 일명 ‘신월성’지역인 월성1동엔 2000년대 후반부터 개발사업이 시작됐으며 1만호 이상 들어서면서 올 6월 기준 4만4천585명이나 된다. 2000년 1만4천399명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현재도 이 지역엔 ‘월배 택지개발 사업’과 ‘월성7지구 지역주택조합 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3천300여호가 들어설 예정이다.

달성군과 달서구를 중심으로 외곽지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과 함께 인구증가가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지역의 인구증가는 예전 대구의 주거중심지였던 중·서·남구의 감소세와 맞물려 돌아간다. 특히 서구는 2000년부터 매년 평균 5천400명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달성군과 달서구의 대규모 택지개발이 본격화된 2010년 이후 인구감소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10년에는 0.25%에 불과했던 감소율이 2013년 2.18%, 2016년 3.16%, 2017년 3.76%, 2018년 3.96%까지 치솟았다.

서·남구 생활편의시설 태부족 인구유출 악순환

◆그늘진 서구·남구 등 옛 주거중심지

대구 도심지역을 둘러보면 실질적인 공동화 현상을 읽을 수 있다. 중구는 유동인구가 워낙 많은 지역이라 잘 느껴지지 않지만, 남구와 서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동화 현상은 피부에 와닿는다.

지난달 25일 오후 8시30분쯤에 찾은 남구 봉덕동 ‘봉덕 맛길’은 예전의 북적거림이 사라지고 한산하다못해 한적했다. 이 지역은 한때 안동갈비집이 줄지어 있었고, 길을 따라 호프집과 실내포차 등이 성업했다. 하지만 이곳 상권은 예전같지 않다. 밤 9시쯤에 문을 닫은 가게가 전체 점포의 절반 정도였다.

재개발이 예정되면서 철수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남구의 인구유출과 이에 따른 지역경기 침체의 악순환이라는 것이 이곳 상인들의 이야기다. 실내포차 업주 A씨는 “7~8년 전부터 장사가 안되기 시작했다. 경기 탓도 있지만, 주민들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지역 분위기도 침체돼 확실히 장사가 안된다”며 “만약 장사가 꾸준히 잘됐다면 이곳 재건축이 조금 더 미뤄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구는 지역에서 유일하게 영화관이 없는 지역이다. 몇년 전 남구 주요 번화가인 서부정류장 일대에 개관이 논의됐지만 인구감소에 따른 사업성 저하로 무산됐다.

서구의 공동화 현상은 더욱 심하다. 인구유출에 따른 서구 경제하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지리적으로 서구 한가운데에 위치한 신평리 네거리의 ‘B빌딩’이다. 2015년 준공된 10층 규모의 B빌딩은 부동산적 가치로는 최고의 입지로 통하는 ‘사거리 코너’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건물 일부 공간에 카페와 미용실·통신사 대리점, 학원이 입점해 있을 뿐이다.

B빌딩 관계자는 “우리 빌딩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빈 점포가 많다. 서구 인구유출도 문제지만 경기 탓도 크다고 본다”며 “임대료가 타 지역과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기존 임대료에서 30% 할인된 파격 조건을 내세운 끝에 최근 4층부터 10층까지 사용할 요양병원 입점이 확정됐다. 상황이 더 좋아지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면서 대중교통 노선에서 차별받는 것은 물론 다양한 생활인프라 구축에서도 밀려나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생활편의시설들이 들어서지 않고, 인프라시설이 없다 보니 생활환경이 좋은 다른 지역으로 떠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지역내 병원 및 문화·체육시설 분포현황에서도 서구는 지역 내에서 문화·체육시설과 병·의원수가 가장 적은 곳으로 조사된 바 있다. 교통 인프라는 더욱 나쁘다. 도시철도가 대구에서 유일하게 관통하지 않는 지역이 서구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구는 학군도 좋지 않고 인접한 서대구산단 때문에 쾌적성에서도 떨어지는 데다 각종 인프라도 좋지 않은 편이라서 앞으로 인구가 더 많이 빠져나갈 것”이라며 “특히 1960∼70년대 들어선 10평 안팎의 소규모 노후주택이 밀집한 비산동·노원동 지역은 재건축마저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류한국 서구청장은 “지하철 4호선 계획이 확정된 것이 아니며, 앞으로 대구시측에 필요성을 적극 어필할 것이다. 서대구역세권 조성과 약 10년 만에 대대적으로 진행 중인 서구권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통해 1만여 세대의 새아파트가 들어서면 주거환경이 향상될 것이고, 인구유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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