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후 감기증상·벌레 물린 자국…감염병 의심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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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2 08:09  |  수정 2019-10-22 08:10  |  발행일 2019-10-22 제18면
■ 가을철 유행성 감염병 주의보
20191022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면서 뜨거운 여름에 계획하지 못했던 야외 활동이나 산행 등을 계획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 만큼 가을철 유행하는 감염병 등으로 고생하는 이들도 이 시기에 덩달아 많아진다.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발생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는 9명에 이른다. 대구경북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5월 경산 텃밭에서 일을 하다 야생 진드기에 물린 것으로 추정되는 대구의 A씨(여·67)가 SFTS 양성 판정을 받은 뒤 하루 만에 숨졌다. 같은 달 구미에 사는 B씨(여·76)도 SFTS로 숨졌다. 지난해엔 259명이 감염돼 47명이 숨졌고, 이중 대구경북에서는 41명의 환자가 발생해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진드기 활동이 왕성한 4∼11월 유행하는 감염병과 야외 활동시 주의할 점을 미리 알아두고, 예방수칙만 지켜도 즐겁고 건강하게 가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SFTS·쓰쓰가무시병 등 진드기 매개
단순감기로 착각해 치료 놓치기 십상

신증후군 출혈열은 들쥐·집쥐가 원인
태풍 피해 지역선 렙토스피라증 조심

◆어떤 감염병이 있나

가을철 챙겨봐야 할 감염병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쓰쓰가무시병 △신증후군 출혈열 △렙토스피라증 등이다. 이들 질병은 가을철에 급증하는 양상을 보인다. 쓰쓰가무시병은 전체 환자의 90%가 가을에 집중된다. SFTS 환자 수도 가을에 늘어나는 경향이 있고, 신증후군출혈열과 렙토스피라증 환자의 60% 이상도 가을에 나온다. 특히 이번에 태풍 피해를 입은 지역은 렙토스피라증 감염 가능성이 있어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챙겨볼 것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이다. 치사율이 높기 때문이다. 살인 진드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은 2011년 중국에서 처음 확인된 SFTS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려서 감염된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진드기의 SFTS 바이러스 보유율은 0.5%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고열과 구토, 설사 증상이 주로 나타나며 이후 진행하면 의식장애, 경련 등이 나타나며 장출혈 등의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현재까지 효과적인 치료는 알려진 것이 없으며 대증 치료를 하게 되나 현재 국내 통계 자료로는 치사율이 47% 정도로 매우 높다.

그 다음은 쓰쓰가무시병이다. 이는 주로 가을철 야외활동 시 진드기에 물려 감염된다. 사람 간 감염이 되지 않아 격리 및 소독은 필요 없다. 털진드기 유충이 동물의 체액을 흡입하는 봄과 가을이 감염에 위험한 시기이다. 감염 후 보통 8~11일의 잠복기를 거친 후 급성으로 발생하고, 두통, 발열, 오한, 구토, 발진, 근육통, 기침 등이 나타난다. 진드기 유충에 물린 부위에 가피가 형성된다. 심할 경우 기관지염, 폐렴, 심근염, 수막염 등이 생길 수 있다. 초기에 발견해 적절한 항생제로 치료하면 빨리 낫지만, 단순 감기로 착각해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기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조기진단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쓰쓰가무시병에 감염되어 회복된 과거력이 있는 환자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다른 혈청형 균에 다시 감염돼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의심스러울 경우 초기에 병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수공통 전염병도 있어

또 한탄 바이러스, 서울 바이러스 등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증인 신증후군 출혈열은 구토와 복통, 요통, 발열, 단백뇨에 이은 신부전증, 출혈성 경향을 동반하는 급성열성질환이다. 들쥐나 집쥐의 배설물이 건조되면서 호흡기를 통해 흡입, 원인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보통 쥐들의 번식시기인 늦봄이나 가을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초기 증상은 열과 두통, 식욕부진 등이 나타나며 복통이나 눈의 결막충혈, 피부 점상 출혈이 생기기도 한다. 이후 혈압이 떨어지게 되고 소변량이 감소하며 이 시기가 지나면 소변량이 많아지며 회복기에 들어선다.

사람과 동물에게 동시에 감염되는 것도 있다.

렙토스피라 균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신성 질환인 렙토스피라증은 사람과 동물에게 감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특히 설치류(쥐류)에게 감염되어 사람에게 전파된다. 감염된 동물은 만성적으로 보균상태를 유지하면서 렙토스피라 균을 소변으로 배설해 흙, 진흙, 지하수, 개울, 논둑 물, 강물 등을 오염시킨다. 사람과 동물은 오염된 소변에 상처 부위나 점막을 통해 직접 접촉해 감염되거나 오염된 물이나 환경에 간접적으로 노출되어 감염된다. 우리나라의 주된 보유동물은 등줄쥐(Apodemus agrarius corae)이며, 습기가 많은 흙에서 수 주 동안 살 수 있다. 더욱이 장마로 인한 서식환경의 변화로 야생 쥐들 사이에 균 전파의 기회가 많아지는 8~11월에 주로 발생된다. 임상증상은 감염 후 약 1~2주의 잠복기를 지나서 나타난다. 먼저 혈액과 뇌척수액에서 균이 나오는 렙토스피라 혈증기(발열기)가 4~9일 정도 지속된다. 이 기간 중에는 급작스러운 두통, 근육통, 오한, 발열 그리고 지역에 따라 특징적인 증상들을 보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폐출혈형이 많아서 이 시기에 폐출혈로 인한 사망의 위험이 높다.

계명대 동산병원 김현아 교수(감염내과)는 “논과 밭 추수작업, 도토리·밤 줍기 등 야외 활동 후에 두통, 고열, 오한과 같은 심한 감기증상이 있거나, 벌레에 물린 곳이 있으면 지체없이 가까운 보건소나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김현아<계명대 동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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