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조기 영구정지로 가는 월성원전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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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6   |  발행일 2019-12-26 제31면   |  수정 2020-02-18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지난 24일 서둘러 원자력발전 경주 월성 1호기의 영구정지를 결정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이다.

월성 1호기는 1983년 4월22일 준공과 함께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이후 2015년 설계수명 30년 만료로 운전 중단 위기를 맞았으나 당시 원안위 표결로 2022년까지 수명이 연장됐다. 하지만 2018년 6월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를 결정하면서 다시 상황이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월성 1호기 영구 정지를 억지로 밀어붙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근거로 삼았던 보고서는 “원전 이용률이 60%라는 가정 하에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특히 한수원이 수명 연장을 위해 7천억원을 들여 리뉴얼 작업을 진행해 원안위 허가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해버렸다. 이에 감사원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 부분을 감사 중이다. 아울러 2015년 제기됐던 원안위의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승인에 대한 행정 무효소송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구체적인 로드맵도 없이 발표해 버린 ‘탈핵시대’ 선언에 발맞추기 위해 원안위가 대책도 없이 지난 60년간 쌓아올린 대한민국 원전산업의 사망선고를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지난 19일 과학기술계 원로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탈원전 에너지 정책을 전면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공개 건의문을 발표한 지 일주일도 안돼 정부가 탈원전 행보를 강행했다는 점이다. 사실 원전 재개 여론은 선진국의 과학계 등 전문가 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17일 세계 저명 과학자 53명은 “원전 없이는 기후변화 대응이 어렵다”는 경고를 담은 기고문을 파이낸셜타임스에 실은 바 있다. 이들은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 사고 트라우마를 완전히 극복한 건 아니지만,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인류에게 더 큰 위협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친환경 정책의 일환이다. 역설적이지만, 깨끗하고 경제적인 원전을 포기하면서 전기차를 확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문재인정부가 전문가들의 고언(苦言)을 대놓고 무시하고, 탈원전 대못박기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 후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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