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1917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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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1   |  발행일 2020-02-21 제42면   |  수정 2020-02-21
왜 전쟁을 하는지…왜 싸워야 하는지…죽음으로 내몰리는 청년의 막막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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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년, 프랑스에 주둔 중이던 영국군 병사 스코필드(조지 맥케이)와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는 에린무어 장군(콜린 퍼스)으로부터 긴급 명령을 하달 받는다. 독일군의 함정에 빠진 데번셔 중대의 매켄지 중령(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해야 하는 것. 독일군에 의해 모든 통신망이 끊긴 상황이라 스코필드와 블레이크는 1천600명의 아군을 구하기 위해 직접 전쟁터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사투를 벌여야 한다.

실제 군인의 생생한 묘사를 빌려 1인칭 시점으로 완성된 '1917'은 전쟁이 배경이지만 심리적인 구조와 장치는 탈출극에 가깝다. 러닝 타임 대부분 아군을 구하기 위해 적진을 뚫고 전쟁터 한복판을 달려가는 두 영국 병사의 사투를 담는데 할애했다. 연출을 맡은 샘 멘데스 감독은 "당시 그들이 어떠한 일을 겪었는지, 어떠한 희생을 했는지, 그들 자신보다 더 위대한 어떤 것을 믿고 있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정리했다.


독일군 함정 빠진 중대에 공격중지 명령 전달 임무
두 병사의 눈으로 세세하게 담아낸 전쟁의 지옥도


전쟁의 모든 상황을 전지적인 시점에서 재현하는 대신 두 병사의 제한된 시점에서 파고든 이 영화가 주목한 건 간결하고 힘 있는 편집으로 완성된 속도감과 긴박감이다. 숨가쁘게 움직이는 두 병사의 정면과 뒷 모습을 근접 촬영한 핸드헬드 카메라와 트레킹 숏의 적절한 활용은 극에 역동성과 긴장감을 부여했다. 여러 장면을 이어 붙여 전체가 한 장면으로 이어지는 '원 컨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 방식이 이 과정에서 사용됐다. 덕분에 전쟁을 옆에서 겪는 것처럼 생생하고 사실적인 화면들이 담겼고, 동시에 이미지의 충돌을 통해 전쟁의 참상이 역설적으로 부각됐다.

전쟁을 치르게 된 원인도, 왜 싸워야 하는지도 모르는 청년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막막한 상황은 간결하게 압축된 서사와 이미지를 통해서 확실히 전달된다. 이는 규모의 미학으로 접근하던 종래의 전쟁영화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이다. 전쟁영화이되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않고 전쟁을 일부러 전시하지 않는다. 스크린 곳곳을 채운 고정된 이미지들이 전쟁의 참혹함과 비참함을 간접적으로 말해줄 뿐이다. 며칠에 걸쳐 전투가 치러진 전선에는 썩어가는 수많은 시체들과 말의 사체가 진흙과 함께 뒤엉켜있다. 카메라는 지옥도와 다름없는 이 광경을 두 병사의 눈을 통해 세세히 담아낸다.

고난과 역경이 두 병사의 여정에서 빠질 순 없다. 독일군 참호에서는 부비트랩을 만나고, 추락한 독일군 조종사를 도와주려다 되레 위급한 상황에 처한다. 또 폐허가 된 마을에서 우연히 만난 프랑스 여인은 긴박한 이 여정에 쉼표로서 기능한다. 이처럼 영화는 전쟁과 적의 이미지를 지운 서사를 유연하게 배치함으로써 종국에는 휴머니즘으로 나아가는 형식을 취했다.

'빛의 마법사'로 불리는 로저 디킨스의 촬영은 특히나 경이롭다. 조명과 그림자의 강렬한 대비를 잘 살려낸 영상미와 영화 속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촬영으로 관객들이 캐릭터와 같이 숨을 쉬고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토마스 뉴먼의 묵직하고 울림 있는 음악도 극을 한층 풍성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제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과 시각효과상 등을 수상했다. (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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