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유권자가 주목한 낙선자들] 무소속(달서구갑) 곽대훈 의원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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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01   |  발행일 2020-05-01 제35면   |  수정 2020-05-01
"중앙당에 휘둘리는 공천 더 이상 안돼
40년 공직경험, 지역 도움되는 일할것"
곽대훈
공직생활 40년 만에 야인으로 돌아가는 곽대훈 의원이 지난달 21일 대구 의원 사무실에서 가진 위클리포유와의 인터뷰에서

지역에서 전혀 활동이 없던 인사의 단수추천(전략공천), 미래통합당 당원들의 강력한 문제 제기에 따른 공천방식(경선) 변경에도 '대구 달서구갑' 현역 곽대훈 의원의 이름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달서구 부구청장, 달서구청장 권한대행에 이어 3선의 달서구청장을 역임하고 지난 20대 총선에서 '대구 달서구갑' 국회의원이 된 곽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이유도 모른 채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컷오프 됐다.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비(非)정당 후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12.5%의 득표율로 낙선했다. 선거비용 제한액 범위 내에서 100%를 보전받는 15% 득표에도 실패한 것이다. '달서구 하면 곽대훈'으로 불릴 정도로 달서구와 유독 인연이 많았던 곽 의원을 지난달 21일 만나 이번 선거 과정에서의 소회를 들어봤다.

기호 1·2번 달다 이번엔 9번
묻지마 투표·코로나19 사태
무소속 알릴 기회조차 없어

공천 실망감이 낳은 결과
이해 안되는 돌려막기 '막천'
거물급 후보까지 험지 외면
'홍준표 라인 이여서 컷오프'
경선에서도 배제돼 확신 들어
TK자존심 지키려 무소속 출마

국회의원직은 벼슬이 아니라
국민이 씌워준 무거운 가시관

▶지난 20대 총선에선 대구에서 가장 높은 69.88%의 득표율로 당선됐는데, 이번엔 12.5%에 그쳤다. 자평한다면.

"달서구청장 선거 세 번, 국회의원 선거 두 번 합쳐 모두 다섯 번의 선거를 치렀다. 앞선 네 번의 선거에서는 모두 기호가 1번 아니면 2번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9번으로 출마했다. 저를 지지하는 분들 중에는 2번으로 홍석준 후보가 나오니까 곽대훈은 아예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곽대훈 이름은 아는데, 기호 9번과 연결이 안 된 것같다. 또 하나는 후보자보다는 무조건 당만 보고 찍는 '묻지마 투표'가 되면서 코로나19까지 겹쳐 무소속을 제대로 알릴 기회조차 없었다."

▶미래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는데, 이번 공천을 어떻게 보나.

"한마디로 이번 미래통합당 공천은 20대 이한구 공천위원장 때보다 더 엉망이었다. 어떻게 공당에서 이런 공천을 할 수 있는지 지금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김형오 공천 위원장 사천일 뿐 아니라 돌려막기로 한 막천이었다. 공천이 시작되자마자 국민들의 통합당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기 시작했고, 결과는 선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내 자신부터 과반인 150석을 자신할 정도였지만, 황당한 공천으로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받아든 것이다. 여기에다 거물급 후보들은 험지에 아무도 가지 않으려 했다. 인재를 지난해 추석부터 찾아 나서야 한다고 수차례 지도부에 건의했는데도 황교안 대표는 자신의 출마 지역구 '서울 종로구' 선거만 생각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

▶통합당이 이두아 후보 단수추천에서 경선으로 바꿨지만, 곽 의원은 철저히 배제시켰다.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는지.

"김형오 위원장의 사사로운 이익 때문에 총애하는 이두아 후보를 단수추천으로 달서구갑에 내려 보냈지만, 당원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심해지니까 경선으로 가면서 홍석준 후보를 붙였다. 김 위원장 생각에는 홍 후보가 인지도가 낮아 이 후보가 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이 후보에게 공천을 주기 위해 나를 두 번이나 컷오프 시켰음에도 결과적으로는 이 후보에게 공천장이 가지 않았다. 공천 면접 과정부터 컷오프 시키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첫 질문이 홍준표 대표 시절인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맡았던 선대위 조직부총장에 대한 것이었다. 홍 전 대표도 이번 선거 때 보내온 영상 메시지에서 '곽대훈 후보는 홍준표 라인이라 (공천이) 날아갔다. 컷오프 이유가 그것' 이라고 했다. 마지막에 경선에서도 배제되는 것을 보고 의도가 있었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 이런 공천을 할 거면 1년에 1~2차례 하는 당협 당무감사와 선거 직전 여론조사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

▶무소속 출마 결심이 쉽지 않았을 텐데, 결심을 하게 된 계기라도 있는지.

"어렵고 힘든 길을 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승복할 수 없었다. 더 분노한 것은 TK(대구경북)가 언제까지 통합당 중앙당에 휘둘릴 것인가였다. 나 혼자라도 울림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TK의 자존심을 짓밟고 무시하는 것을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출마했지만, 결과는 TK에서 통합당의 압승이었다. 이대로라면 22대 총선에서도 통합당의 공천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특히 4년 전 출마 당시 달서구민들에게 약속한 것이 있다. 깨끗하고,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달서구청장직을 중도사퇴하고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고 했다. 국회의원직은 벼슬이 아니다. 국민들이 씌워준 거칠고 무거운 가시관이라고 생각했기에 힘든 무소속 출마

를 결심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오랫동안 달서구와 함께 했기에 봉사할 일을 찾을 계획이다. 지금 당장 구체적인 것은 없고 선거 때 도와주신 분들과 상의해서 방향을 정하겠다. 임명직 공무원 28년에 국회의원을 포함, 선출직 공무원 14년을 합쳐 40년 공직생활을 했다. 이런 경험이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하겠다. 무엇보다 지역민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아 돌려드려야 한다. 아직까지 문제가 없는 건강이나 체력이 남아 있을 때, 할 수 있는 역할을 해 지역사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다."

선거비용의 50%밖에 보전받지 못하는 곽대훈 의원은 지난 3월 중순 대구지역 국회의원으로는 가장 먼저 4·5월분 세비 전액을 반납했다.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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