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김세연의 저주' 점점 현실로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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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7   |  발행일 2020-05-27 제26면   |  수정 2020-05-27
'김종인號' 쇄신 헛방 가능성
죽든 살든 당헌 규정에 따라
통합당 대표 8월 선출해야
당권-대권 분리조항도 삭제
대표 대선도전의 길 터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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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순 정치평론가

'김세연의 저주'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4·15총선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으로 사실상 공천을 주도했던 김세연 의원의 저주 말이다. 김 의원은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은 좀비 같은 존재, 없어져야 할 정당"이라고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극단적 시각을 가진 사람이 공천을 좌지우지했으니, 그러고도 이기길 바랄 수 있었겠는가.

통합당이 정말 좀비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를 하느니 마느니 한 달여를 허송한 끝에 내린 결론이 내년 4·7재보선 때까지 임기를 보장하는 김종인 비대위를 출범시키는 것이다. 마치 도망 다니는 꿩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지금 생각이 복잡하니 김종인 비대위의 치마폭에서 1년을 그냥 보내자는 안이함의 극치다.

김종인 박사 측에서는 대대적 인적쇄신과 혁명적 당 체질의 개선이 있을 것이라 예고편을 띄운다. 헛방이다. 4년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현역 국회의원들을 무슨 수로 어떻게 물갈이한다는 말인가. 원외 당협위원장들 몇몇 갈아봐야 2024년 총선 앞두고 다 뒤집힐 것이다. 이미 막강한 노조까지 구성한 당 사무처를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있겠는가.

기껏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당 강령의 일부를 손보는 정도일 것이다. 김종인 박사가 2012년 박근혜 비대위 때 그토록 하고 싶어 했던 일이다. 바로 당의 강령에서 '보수'를 삭제하는 것이다. 2012년에는 당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됐지만 이번에는 큰 저항 없이 '보수'를 당 강령에서 삭제할 것이다. 2020년에는 '보수'를 지우는 일 외에는 달리 할 일도 없을 것이다.

내년 초가 되면 부산시장을 비롯해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김종인 위원장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무진 애를 쓸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으로서는 엔도르핀이 팡팡 돌 것이다. 선거 결과가 안 좋으면 툭툭 털고 나가면 그만이다. 그때가 되면 통합당은 또 비대위를 만들어야 할지 모른다. 운이 좋아서 문재인정부 5년차 재·보선에서 반사이익으로 승리하면 김종인 비대위는 대선까지 마저 치르겠다고 나설 것이다.

2022년 3월9일로 예정되어 있는 대통령선거에서 통합당은 대선 4개월 전에 후보를 선출하게 되어 있다. 내년 11월 초에는 선출해야 한다. 내년 4·7 재보선 끝나기가 무섭게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레이스에 들어간다. 앞으로 1년 '좀비'처럼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내가 대통령감이요'하고 나선다면 정말 들판에 누워있는 소가 웃을 일이다.

1934년 10월 중국공산당은 유일한 터전인 루이진을 탈출한다. 그로부터 370일 9천600㎞를 걸어서 옌안에 도착했다. 8만명이 출발했으나 옌안에 도착한 사람은 불과 6천명에 불과했다. 중국의 운명을 뒤바꾼 '대장정'이다. 대장정의 와중에 그때까지의 사실상 소련 지배체제에서 벗어나 마오쩌둥의 체제를 확립했다. (쭌이회의) 공산 종주국 소련에 대한 일종의 반란이었다.

죽든 살든 당헌에 규정된 대로 올 8월 중에 대표를 선출해야 했다. 당헌에서 바꿀 것이라고는 '당권-대권 분리조항'을 삭제해 이번에 당 대표가 된 사람도 대선후보로 나설 수 있는 길을 터주어야 했다. 홍준표부터 김태호, 조경태, 원희룡, 김병준, 오세훈, 이언주 등등, 이 당에 뿌리가 있는 사람들을 박치기시켜서라도 스스로 커나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아직도 반란의 에너지는 남아 있을까?
황태순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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