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클래식 오딧세이] 모차르트 이야기(1)…'하이든 현악4중주' No.1~6, Op.10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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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0   |  발행일 2020-07-10 제37면   |  수정 2020-07-10
천재 음악가의 길고 고단한 노력의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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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하이든 4중주' 자필 악보에는 수없이 많은 수정을 반복한 흔적들이 남아있다.

흔히들 모차르트에 대해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서 영감에 따라 거침없이 곡을 써내려갔다'는 신화 같은 환상에 빠진다. 그러나, 사실은 좀 다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나치는 수많은 예술 작품들을 비밀 장소에 숨겼는데, 거기에는 모차르트의 자필 악보도 포함되어 있었다. 20세기 후반에 이 악보들이 발견되면서 모차르트에 대한 연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되었는데, 모차르트의 자필 악보들 즉, 필사본, 구상 단계의 기록, 수많은 아이디어를 담은 습작 악보들이 나왔고 이 자료들을 통해 모차르트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으로 작품들을 완성했는지 알게 된 것이다.

필자는 앞으로 몇 차례 모차르트 이야기를 기고하면서, 2000년 이후에 제시된 모차르트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모차르트의 '하이든 4중주'다.

1781년 25세의 모차르트는 음악의 중심지였던 비엔나에 도착했다. 이때는 하이든이 '현악 4중주의 모범'이라 평가되는 '러시아 4중주'를 작곡한 해였다. 모차르트는 이 작품에 감동을 받아 하이든의 음악을 흠모했고, 하이든은 모차르트의 재능과 열정을 아꼈으며 그의 음악과 삶에 영향을 주는 훌륭한 멘토가 되었다.

모차르트와 하이든은 함께 현악 4중주 연주도 즐겨 했는데 하이든은 바이올린을, 모차르트는 비올라를 연주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모차르트는 1782년부터 85년까지 총 6곡의 현악 4중주 작품을 작곡하게 된다. 그리고 감사와 존경의 의미로 하이든에게 이 작품을 헌정했고, 제목도 '하이든 4중주'라고 붙였다.

이렇게 작곡된 '하이든 4중주'에 대해 모차르트는 '길고 고된 노력의 결실'이라고 기록했고, 실제 자필 악보에는 수없이 많은 수정을 반복한 흔적들이 남아있다.

'길고 고된 노력의 결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가득 찬 음악이다. '불협화음'이라는 부제를 가진 6번 곡은 뭔가 불길한 그림자 같은 첼로의 무겁고 느린 8분 음표로 시작한다. 곧 비올라, 제2바이올린, 제1바이올린의 순서로 연주되고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음정들이 서로 부딪히거나 연합하며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이 짧은 서주는 당시로는 상상하기 힘든 음악이었다.

또 모차르트는 급격한 다이내믹(셈여림)의 변화를 통해 현악기의 다양하고 섬세한 음색을 표현하고 음악의 주제를 전 악장을 통해 유기적으로 변형시키는 등 다양한 작곡 기법을 선보였다. 그리고 그의 선율은 너무나 우아하고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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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바이올리니스트·다원예술그룹 ONENESS 대표

모차르트는 4세에 작곡 공부를 시작했고 처음 작곡가로 인정받은 나이는 18세였다. 그는 긴 시간 동안 여러 작곡가에게 영향을 받아 그것을 모방하며 계속 도전하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어법을 발전시켜 뛰어난 작품들을 남겼다.

그리고 그에게는 훌륭한 교사가 있었는데 바로 아버지 레오폴트다. 그는 당대 최고의 음악 교육가로 '기초 바이올린 연습'(1756년)이라는 바이올린 교본을 썼고 이 교본은 현재까지도 많은 연주자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 그가 남긴 48쪽 분량의 피아노 교본도 있는데 이런 자료들은 모차르트가 얼마나 체계적인 음악 교육을 받았는지 잘 보여준다.

레오폴트는 음악뿐만 아니라 법학과 철학을 공부하며 계몽주의 사상을 받아들인 지식인으로 자식들에게 읽기, 쓰기, 수학, 프랑스어, 라틴어, 이탈리아어 등을 가르쳤다. 또 자연 과학, 문학, 역사 등 광범위한 주제의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교육했으며 이 모든 것이 그의 아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음악을 이루는 기초가 되었다.

모차르트는 진정 천재로 불릴 수 있는 위대한 작곡가다. 그러나 그를 '신의 계시나 영감을 받아 쉽게 곡을 써 내려간 것 같은 신화적 환상' 속의 천재로 대하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 일이다. 그 천재성은 음악과 인문학에 대한 지식으로 다듬어졌고 오랜 기간의 훈련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는 떠오르는 영감을 객관화하고 구체적으로 실현시키려는 노력, 시행착오를 감당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의 태도를 가진 성실한 인간이었으며 하이든과 같은 훌륭한 멘토를 만나 더 깊은 음악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지혜 바이올리니스트·다원예술그룹 ONENES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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