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논쟁 뜨거웠던 8개월...경주 월성원전 맥스터 증설 공론화 과정 종료

  •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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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21 18:38  |  수정 2020-07-22 08:40  |  발행일 2020-07-22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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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4호기 전경. 영남일보 DB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MACSTOR·Moudular Air Cooled STORage)' 증설 주민 공론화 과정이 끝났다. 지난 8개월 간 맥스터 증설을 두고 지역·주민 간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맥스터 증설 공론화로 시민들의 뜻에 부합하는 합리적 정책결정이 이뤄져 그간의 지역갈등을 조기에 봉합하고, 안정과 화합 속에 지역발전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또다른 과제가 남아 있다. 전국 탈핵시민단체는 20일 산업통상부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가 추진한 주민 공론화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재검토'는 박근혜 정부 때 수립한 정책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고 있다"고 비판해 맥스터 증설 논쟁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맥스터 증설 공론화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신모델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 증설의 주민 공론화는 국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새로운 모델이 될 전망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월성원자력본부를 제외한 한울·고리·한빛원자력본부에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관리방안 수립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월성원자력본부의 맥스터 증설 과정이 이들 3개 원자력본부의 건식저장시설의 모델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된 원전 26기 가운데 월성원자력본부의 월성 1~4호기가 유일한 가압중수로 원전이고, 나머지 22기는 가압경수로 원전이다. 중수로 원전은 천연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해 가공된 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하는 경수로에 비해 사용후핵연료가 5~6배 많이 발생한다.

월성원자력본부는 지난 1991~2006년 4차례에 걸쳐 건식저장시설인 '캐니스터' 300기를 건설, 운영해 사용후핵연료 16만2천다발을 저장했다. 이어 2007년 캐니스터보다 저장 효율성이 높은 맥스터 7기(16만8천다발)를 건설, 운영하고 있으나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수원은 오는 2022년 3월쯤 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한수원이 월성원전 내 기존 맥스터 부지 옆에 7기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 지난해 11월 출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2019년 5월 출범했다. 재검토위는 인문사회, 법률·과학 분야 등 15명의 전문가로 구성돼 원자력발전소 지역주민 등 다양한 국민을 대상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향과 절차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구성됐다. 재검토위는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처분계획을 담은 정책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가 2016년 7월 수립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은 20개월의 공론화 과정에도 불구하고 국민, 원전소재 지역주민, 시민사회 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 수렴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재검토위가 구성된 것. 이에 따라 2017년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를 국정과제로 삼고, 사용후핵연료의 중장기적 관리 방안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다시 수렴하기로 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산업부는 재검토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위원회의 정책권고안을 최대한 존중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산업부의 재검토위가 출범한 후 5개 원전본부 가운데 유일하게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가 지난 해 11월 출범했다. 경주시는 월성원전 소재지역의 투명하고 공정한 의견수렴을 위해 지역·주민대표, 전문가, 시민단체 등 11명의 전문가로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를 구성했다.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와 위탁기관인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지난 8개월 간 맥스터 증설과 관련해 지역주민 공론화를 진행했다.

공론화는 경주시민들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거쳐 시민 3천명(동경주 2천·시내권 1천명)을 대상으로 대면 설문조사로 모집단을 선정해 모집단 중 지역·연령·성별 등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반영해 최종 시민참여단 150명(동경주 100·시내권 50명)을 선정했다. 재검토위와 지역실행기구는 시민참여단 150명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과 3주간 숙의과정을 거쳐 종합토론회를 열어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조사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21일 담화문을 통해 "정부는 2016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경주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반출하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데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재검토위원회는 공론화 과정에서 제기된 주민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해 권고안을 작성하라"고 촉구했다. 또 "맥스터 증설로 방침을 정할 경우, 정부는 공작물 축조 신고 후 수리 전까지 경주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보상방안을 제시하라"고 밝혔다.

◆정부 37년 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추진 '실패'
정부는 지난 1983년부터 9회에 걸쳐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 부지확보 등 관리정책을 수립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사용후핵연료 처분방식은 원자로에서 꺼낸 우라늄을 습식저장시설에서 6년 간 저장한 후 중간저장시설에 보관하다가 영구처분장에 처리하는 것이다.

영구처분시설은 심층처분시설로 지하 500m 이상의 암반에 만들어야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을 건설하고 있는 나라는 핀란드가 유일하다. 국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시점은 월성원전이 2022년, 한울원전 2030년, 고리원전 2031년, 한빛원전이 2029년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6년 7월 제6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기본계획은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방사성처분시설 부지 확보 △중간저장시설 건설 및 인·허가용 연구시설(URL) 건설 △영구처분시설 건설 등의 로드맵을 발표했다.

당시 기본계획에 사용후핵연료 맥스터 7기 증설과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를 2016년까지 경주가 아닌 다른 중간시설을 지어 옮기겠다고 약속해 놓고 아직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공론화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정책을 재검토한다고 밝혔고 현재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한 후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식,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 건설계획을 담은 '정부 권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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