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대신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영화 '안방극장' 시대로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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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9 07:37  |  수정 2020-10-29 07:53  |  발행일 2020-10-29 제15면
코로나 여파 극장관객수 급감
영화 배급 패러다임 급속변화
사냥의 시간·뮬란 등에 이어
국내외 작품 OTT 직행 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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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대작들의 OTT 직행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관객 수가 급감하자 영화 배급 방식이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올 초 극장 개봉에서 넷플릭스 공개로 배급 방식을 선회한 '사냥의 시간'이 영화계 지각변동의 신호탄을 알린 것을 시작으로 영화 '콜'이 넷플릭스 공개를 확정했고, SF 화제작 '승리호' 역시 넷플릭스행을 타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화계 지형 바꾸다

극장이 재개장하고 촬영 현장 역시 재가동되고 있지만 영화계의 위기감은 여전하다. 영화계가 충분한 제작 편수를 갖출 때 산업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을 테지만 영화 제작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해와 같은 작품 편수가 유지될 것 같지는 않다. 영화 제작비도 코로나19 시대에 극단적으로 높아지면서 산업의 회복은 영화 제작사와 영화관 모두에게 쉽지 않은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영화계의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는 건 극장 중심인 관객의 영화 관람 패턴이 차츰 안방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젠 한 발 더 나아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동 시간대에 접속해 콘텐츠를 관람하는 '동시 감상 기능'이 팬데믹 상황 속에서 새로운 콘텐츠 감상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일종의 '가상 극장(Virtual Cinema)'을 통해 가족과 친지가 함께 영화를 즐기는 동시 감상 기능은 일부 가상 극장 솔루션 회사들 뿐 아니라 아마존·디즈니·훌루 등 OTT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기능을 개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국내 OTT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최근 한국 유료 구독 회원이 330만명(9월30일 기준)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3분기 동안 유료 구독 회원 증가 수는 220만명으로, 이 중 한국과 일본이 전체 유료 구독 회원 증가치의 약 46%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지난 6월 200만명을 돌파한 국내 OTT 웨이브 유료 가입자 수와 비교해보면 넷플릭스가 한국 OTT 시장에서 얼마만큼 높은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영화들이 극장이 아닌 OTT 플랫폼에 줄을 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계자들은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을 달성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라고 항변한다. 최근 영화 '콜'이 넷플릭스를 통한 전 세계 단독 공개(11월27일)를 확정했다. 국내 영화로는 '사냥의 시간'에 이어 두 번째다. 박신혜·전종서 주연의 '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콜'을 제작한 용필름 측은 "좋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이 점차 다양화되고 있는 시대에 '콜'을 전 세계 시청자에게 소개할 수 있게 돼 기대가 된다"는 소감을 전했다.

240억원 규모의 SF 대작 '승리호'도 현재 넷플릭스 공개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희 감독의 신작 '승리호'는 2092년을 배경으로,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 살상 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다. 송중기·김태리·진선규·유해진 등이 출연한다.

지난달 제77회 베네치아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도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 상영을 검토하고 있다. 엄태구·전여빈·차승원 주연으로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침체된 극장에서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앞으로의 일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OTT용 콘텐츠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극장용 영화와는 다른 전략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북미, OTT 중심으로 재편

북미는 이미 디지털 중심으로 영화 배급방식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양상이다. 팬데믹 기간 북미 최대 극장 체인 AMC가 경영난으로 휘청이고, 세계 2위 영화관 체인 시네월드까지 영업을 잠정 중단하는 사태에 이르자 할리우드 화제작들이 너도나도 OTT행을 선택하고 있다.

당초 3월 개봉을 예정했던 '뮬란'이 수차례 개봉 연기 끝에 디즈니의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행을 택했고, '백 투 더 퓨처' '포레스트 검프'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만든 신작 '더 위치스'는 지난 23일부터 북미에서 HBO맥스를 통해 공개됐다. 앤 해서웨이가 마녀로 분한 '더 위치스'는 호텔에서 할머니와 함께 머물고 있는 소년이 그랜드 하이 마녀가 이끄는 군단과 우연히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소울'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된다. '소울'은 중학교에서 밴드를 담당하는 음악 선생님 조 가드너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들이 머무는 '태어나기 전 세상'에 이르게 되면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발견하는 이야기다. 국내에선 내년 상반기 개봉할 예정이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역시 넷플릭스를 포함한 몇몇 OTT와 협상을 논의 중이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와 라인업의 부재 모두 극장산업이 우려하는 지점이지만 영화 관람 패턴의 근본적인 변화가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할 수 있다"며 "상당수의 관객은 이제 OTT 플랫폼으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특히 디즈니의 경우에는 자사 OTT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를 아예 '첫 번째 플랫폼'으로 선택하는 등 배급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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