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영의 시중세론] 대구경북행정통합으로 지방대학도 살자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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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20   |  발행일 2020-11-20 제22면   |  수정 2020-11-20
서울중심 사고하는 중앙서
지방대학 정책 수립·집행 탓
지역 필요 따른 특성화 불가
대구경북 합친 역량·규모로
고등교육 권한 이양 요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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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법학부 교수· 대구시민센터 이사장

지난여름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꽃들이 지고 마른 나뭇잎이 떨어진다. 점차 차가워지는 바람에 교정의 풀도 나무도 모두 기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 한두 번 비바람이 세게 불고 나면 살아 있는 것들이 생기를 잃고 잠들어야 하는 겨울로 정주행이다. 입학자원의 급격한 감소로 한두 해 뒤에는 신입생 미달을 겪어야 할 대다수 지방대학의 현실과 닮았다. 그래도 꽃과 나무들은 대학보다 추운 겨울을 맞는 형편이 낫다. 식물은 유기체로서 생명력에 기대어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고, 오래된 세포를 교체하고, 성장하는 변화의 과정을 거쳐 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대학들은 국립대학도 명문사학도 다 의미 없이 그냥 모두 '지방대학'이라는 초라한 모습으로 기약 없이 낮은 곳을 뒹구는 신세다. 그동안 지방대학들은 글로벌 인재, 국가인재 육성을 내세웠다. 이러니 청소년들이 지역대학에 관심을 잃고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 해외로 가고, 국가인재가 되기 위해 중앙정부가 있는 서울로 간 것이다. 그렇다고 이게 다 지방대학의 책임만은 아니다. 시대는 저성장, 저출생, 초고령화 추세로 전환됐는데 이에 대한 대응이 안일했던 지역정부와 중앙정부의 대책부재도 큰 원인이다. 초광역도시경쟁이라는 세계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지방도시들은 새로운 도시구상을 만들어내고 고리타분한 옛 껍데기들을 교체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행정구역에서 상호작용하면서 신선한 활력을 낳을 수 있는 재조산하(再造山河)의 유기체적인 대혁신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방대학의 절박성을 생각하면 대학과 지역의 협력과 상생은 시급한 중대과제다. 그런데 대학교육에 관한 권한은 중앙정부가 다 가지고 있어 지역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지방정부는 지역의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고 지역성장을 위한 분명한 수요분야가 있다. 그러나 지방대학이 지역의 필요에 따라 특성화할 수 있도록 조장할 권한도 재정도 없다. 서울중심의 사고를 하는 중앙에서 교육부가 지방대학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니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 결국 지방대학이 살려면 지방자치단체가 자주성과 자립성을 기초로 지역대학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중앙사무로 되어 있는 고등교육에 대한 권한과 재정이 대구경북에 이양되려면 이를 요구할 수 있는 규모와 역량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종합대학이 대구시와 경북도에 각각 몇 개씩 있는 상태에서 정책권한과 재정을 각각 받아와야 규모도 빈약하다. 그리고 이들 대학의 특성화분야들을 활용해서 대학정책을 구상하려고 해도 보여줄 게 별로 없다. 정책대안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면 사용가능한 자원의 수와 종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구에 3개의 각각 다른 정책 가용자원이 있고 경북에 3개의 각각 다른 정책 가용자원이 있을 때 이를 조합해서 대구시와 경북도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정책대안은 각각 3×2×1=6가지다. 그런데 대구경북이 통합해서 모두 6개의 각각 다른 정책가용자원을 가지고 있다고 했을 때 이를 조합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정책대안은 6×5×4×3×2×1=720가지가 된다. 사회적 엔트로피가 올라가고 역동성이 생기며,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다양성이 형성될 수 있다.

청년들이 환호하고 열광하는 것은 점잖고 단조로우며, 고요하고 변화가 없는 도시가 아니다. 서울, 뉴욕, 파리, 런던, 베를린, 상하이 등 세계적인 도시들은 모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뭔가 일어나고 소란스러우며 새로운 이벤트가 있는 도시들이다. 대구경북이 통합되어야 인구자원이 늘고 사회경제적 특성이 혼합되어 더 많은 활력이 생기고 지역의 대학이 살고 지역도 산다.


대구대 법학부 교수· 대구시민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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