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달구벌문예대전 학생부 최우수상 신서윤양 '코로나19에도 우리는 성장해간다'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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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25 09:58  |  수정 2020-11-25 10:43  |  발행일 2020-11-25

■학생부 최우수상-신서윤 대구 동산초등학교 6학년 '코로나19에도 우리는 성장해간다'


코로나19는 정말 지루하고 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얻은 것도 많다. 시간을 관리하며 스스로 학습하는 습관이 바로 그것이다. 매일 집에서 꼼짝없이 갇혀 있다 보니 그 전에 쌓아 올렸던 생활습관도 엉망이 되고 자고 먹고 하는 생활만 반복되었다. 나는 밖에 나갈 수 없이 반복되는 생활이 싫어서 집안에서라도 무엇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게으른 생활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내 생활을 바꾼 일이 생겼다. 바로 서점 나들이다. 코로나19가 조금 진정되었을 때 우리 가족은 서점에 갔다. 중학교 문제집을 엄청 많이 샀다. 뭔가 해보지도 않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열심히 매일매일 시작이란 걸 해보려고 노력했다. 무너진 생활 습관을 극복하기 위해 스터디플래너도 사고 예쁜 볼펜도 샀다.


의무적이지만 학교와 학원은 나의 시간을 착착 진행 시켜주었고 때가 되면 책을 펴고 때가 되면 밥을 먹었으며, 때가 되면 가방을 정리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의 2/3는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내가 원하는 생활습관을 위해서는 알차게 계획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먼저 잠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정해두었다. 그리고 식사도 규칙적으로 하리라 다짐하며 부모님께 부탁을 드렸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기 때문에 아침에 집중적으로 부족한 과목을 공부하리라 생각했다. 평소 같으면 오후에 맑은 공기를 마시며 친구들과 즐겁게 뛰어놀았을 것이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으니 점심을 먹고는 읽고 싶은 책을 뒹굴 뒹굴 거리며 읽겠다고 계획했다. 밖에서 운동할 수 없기에 아침저녁으로 스트레칭도 해보고 홈트레이닝도 했다. 저녁 시간은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 줄넘기를 할 것이라 계획했다.


완성된 계획표를 보니 벌써 스터디플래너가 다 끝난 것 같았다. 서점에서 구입한 책들은 여전히 들춰보지도 않았지만 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확 밀려왔다.


매일 아침 알람에 번쩍 눈을 뜨고 잠자리를 정리했다. 깨끗하게 정돈된 침대의 이불은 마음의 중심을 이동시키는 첫 번째 행동이다. 더 자고 싶고 더 쉬고 싶은 마음을 싹둑 잘라내듯 반듯하게 이불을 접어 갠다. 아빠가 깎아주시는 사과 한 조각으로 비타민을 채우고 책상 앞에 앉는다. 딱딱한 수학은 집중이 잘 되는 아침에 제격이다. 배웠던 문제부터 이제 학습할 중학교 내용까지 두루두루 문제를 풀어본다. 어려운 내용은 인터넷 강의에서 찾아보고 개념을 정리한다.
가족과 함께하는 점심 식사는 정말 낯설었다. 대낮인데 아빠도 엄마도 내 동생도 함께 식탁에 앉았다. 밖에 보이는 구민운동장에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드문드문 걸어 다닌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도 조용히 식사를 한다.


나는 어렸을 때 동화작가가 되고 싶었다. 동화가 너무 좋았다. 이제 조금 컸다고 엄마가 읽는 소설도 한 권씩 뽑아서 읽는다. 그동안 읽고 싶었던 김남중 님의 장편 동화와 만화 '토지'도 재밌게 읽었다. 여름에 풋사과와 함께 읽는 책은 너무도 재미있었다. 저녁 식사 때는 아빠도 요리를 시작하셨다. 나도 가끔 씩 아빠를 도우며 요리도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양파 하나를 썰어도 연습이 필요하고, 돼지고기 양념을 하더라도 배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빠의 레시피 공부를 보면서 여실히 깨달았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모든 것이 '학습'이다. 그래서 평생학습이라는 말을 하는가 보다.


배부르게 먹고 우리 가족은 하얀 마스크를 쓰고 살금살금 동네 놀이터로 나간다. 지금은 바깥 활동이 조금 더 풀려서 구민운동장도 걷고 가까운 공원도 산책하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엄마와 아빠는 배드민턴을 치고 나와 동생은 줄넘기를 넘는다. 66일이 아니라 100일이 훨씬 지난 지금 난 되돌리기까지 할 수 있고, 발목 줄넘기도 능숙하게 해낸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이젠 일주일에 삼일이지만 학교도 가고 학원도 나간다. 점심 식사는 집에서 혼자서 먹을 때도 있다. 66일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지켜온 것도 있지만 많은 것들은 습관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또 66일의 계획을 세우고 만들어나가면 된다고 아빠는 말씀하셨다. 사람은 그렇게 실패하고 실수도 하면서 성장한다고 나를 위로하셨다.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책은 무진장 읽어가고 있다. 나중에 커서 이때를 떠올렸을 때 아마(지금도 '내 생애 최고의 책'순위가 바뀌고 있는)지금 읽은 책들이 떠오를 것 같다. 해리포터는 왜 그렇게 재미있는지..., 토지의 슬픈 사랑 이야기는 얼마나 가슴 아픈지..., 김남중님과 같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나도 동화를 쓸 수 있을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나는 오늘도 성장해간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을 하지 못하게 되지만 우리는 각자 곳곳에서 여전히 학습하고 성장하고 있다. 바이러스라는 것은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슬기롭게 이겨냈고 지금도 잘 헤쳐나가고 있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와 싸우고 계시는 수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나도 내가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이 바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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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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