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달구벌문예대전 심사평...홍억선 한국수필문학관장 "코로나라는 하나의 현상 두고 개성 있는 장면 보여줘"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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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25 10:35  |  수정 2020-11-26 09:54

■2020달구벌 문예대전 심사평 홍억선 한국수필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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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억선 한국수필문학관장

이번 2020 달구벌 문예대전에는 학생부와 일반부로 나뉘어 350여 편의 응모작이 접수되었다. 응모작의 풍성한 쇄도는 자연스럽게 질적 향상을 기대하게 한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학생부에서 우수등급의 수상자를 내지 못한 데에 비해 올해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의 풍성한 수작들의 잔치였다. 성인부 역시 논의가 길어질 정도로 경쟁이 있었다.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해 살펴야 할 점은 미리 그 취지와 목적을 살펴보는 일이다. 달구벌 문예대전은 지난해에는 '삼일운동 임정수립 100주년'이라는 주제를 그리고 올해는 '코로나19 극복 체험과 응원'이라는 주제를 미리 밝혀놓음으로써 '시의성(時宜性)' 있는 글을 요구해 놓았다. 그러니까 시대 흐름을 반영한 기록과 정보성, 그리고 문예적 표현성이 균형 있게 잘 버무려졌는가 하는 것이 선정의 기준이 되었다.


일반부 최우수작으로 뽑힌 이은경의 '면회금지'는 요양병원 한의사의 체험수기로서 코로나 현장을 다룬 한 편의 글이 한 컷의 보도 사진처럼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가장 취약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구성원들 간, 특히 가족 간 인간적인 면모들이 온기로 녹아 있어 우울한 시대를 희망으로 건너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었다. 최경천의 '코로나 환상곡'도 충분히 우수작으로 꼽을 만하였다. 1급 시각장애인으로서 60세의 나이로 올 3월에 맹학교 음악학과에 입학한 필자가 코로나19를 당하여 비대면 수업으로 색소폰을 익히고 '코로나 환상곡'이라는 노래를 작곡한다는 스토리는 어려운 환경에서 더 어려운 환경이 닥치더라도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학생부의 응모작들은 초등 1학년부터 고등 3학년까지 연차가 있는 글들이어서 더욱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최우수작인 신서윤의 '코로나19에도 우리는 성장해 간다'는 산뜻한 화소들을 야무지게 꼭꼭 눌러가며 쓴 글이었다. 서두의 현상에서 본문의 체험들 그리고 이를 마무리하는 결말까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심사위원들의 일치된 호평을 받았다.


코로나19가 지루하게 길어지면서 이런저런 지면을 통해 이와 관련한 글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여럿이 쓴 글이지만 대부분 '마스크'니 '사회적 거리두기'니 등의 익숙한 소재들의 겹치기로 마치 하나의 글인 듯 식상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이번 달구벌문예대전의 응모작들이 코로나라는 하나의 현상을 두고 개개의 환경과 체험에 따라 제각각의 방향으로 개성 있는 장면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목적과 취지에 맞는 수확을 했다고 평가한다. 다만 심사위원들의 시야에서 잠시 비껴갔을 뿐, 별 차이가 없었던 대부분의 응모작들에게 위로를 드린다.

▲심사위원장 홍억선 한국수필문학관장 

▲심사위원 장옥관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엄창석 소설가·박진관 영남일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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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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