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분양시장 뜨거웠지만...외지 건설사만 훈풍 느꼈다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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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8 19:35  |  수정 202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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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건설업계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갈 것인지 관심을 모은다. 건설업 경기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건설업의 경우 분양, 광고, 시공 등을 거치면서 수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협력업체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대구는 1980~90년대 지역 건설업계 '트로이카'로 불리던 우방, 청구, 보성을 비롯한 주요 건설사의 본사가 자리했던 곳으로, 건설업이 지역경제의 주축을 담당한 역사가 있기에 건설업에 대한 관심이 남 다르다.


올해도 대구지역 건설업계는 코로나19 등의 악재에도 부동산경기 활황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정작 안방인 대구에서 외지 건설사와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만 했다. 외지 건설사들의 지역 공사 수주 증가는 분양 및 공사수익의 외지 유출로 이어지면서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지역 건설업계가 순항하려면 외지 건설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1~9월 초) 대구지역 분양 아파트 37개 단지 2만4천360가구 중 7개 단지 3천595가구가 지역 건설업체의 몫으로, 전체 비중의 15%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지역 건설업체가 분양한 2천401가구 보다는 늘어난 것이지만, 2018년의 3천421가구와는 별 차이가 없다. 9월 이후 지역 건설사 분양이 이어졌지만, 외지 건설사 비중이 높아 지역 건설사의 일감은 여전히 제한적이었다. 예년에 비해 분양시장이 확대되면서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건설사업이 활성화될 수록 지역의 '부'(富)가 외지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된 것이다. 


외지 건설사들은 브랜드를 앞세워 대구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특히 올해 대구지역 아파트 분양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도심 정비사업 물량은 외지 건설사들이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1~9월 초) 대구지역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19곳 중 14곳을 외지 건설업체가 분양했다. 이미 지역 상위권 건설사들의 시공능력과 품질 등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대기업 브랜드 선호현상만큼은 숙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구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등 도심 정비사업 진행 시 지역업체 참여 비율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를 최대 23%까지 제공하는 등 기업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지역 건설사의 사업 수주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외지 브랜드 건설사와 비교해 지역 주요 건설사의 품질이나 사후관리 등은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브랜드 선호현상은 지역 자금 역외유출로 대구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뿐이다. 관련 통계만 보더라도 메이저 브랜드의 하자율이 높다"며 소비자 인식 변화를 주문했다. 


최근 메이저 브랜드 건설사의 하자가 많았다는 조사 결과는 지역 건설업계의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9월 국토교통부가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에 제출한 '건설사별 아파트 하자 순위' 자료에 따르면 하자 민원이 가장 많았던 업체 상당수가 널리 알려진 브랜드 건설사였다. 하자가 많았던 건설사 리스트에 국토부 시공능력 100위권 내 대구지역 건설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지역 건설사들의 경영상황은 더욱 단단해 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3분기 기업 결산실적에 따르면 국토부 시공능력 100위권 내 대구 건설사 2곳이 흑자로 전환했다.


정성훈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 건설사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외지 건설사의 대구 유입 차단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추가적인 지역 건설사 지원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규모 도심 정비사업부터 지역 건설사 참여를 늘리고, SH(서울주택도시공사)처럼 공기업 발주 사업에 대해서도 지역기업에 시공을 맡기는 등 적극적 행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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