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천시대'를 위한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에 집중된 시중의 투자 수요를 자본시장으로 옮겨 경제선순환을 일으키겠다는 의도다. 이 대통령 취임 후 한국 증시는 우상향 믿음을 주면서 투자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주식시장이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선호되는 이 때 우리 이웃의 평범한 사람들의 재테크 방법을 엿봤다.

30년차 주식 투자 고수 주부 김명주씨가 어떻게 재테크를 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윤정혜 기자
전업 주부 김명주(59)씨는 올해 30년차 주식 투자 '고수'다. 1990년대 중반 500만원을 대출해 시작한 게 현재 10억원대까지 불었다. 수익을 꾸준히 재투자하며 적립식으로 모은 덕분이다. 국문과를 나온 평범한 가정주부 김씨가 주식 투자를 시작한 건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며 생긴 시간적 여유와 남편 영향이 컸다. '바닥'에서 신혼을 시작해 재산이라고 해봐야 보잘 것 없었던 김씨는 '자산 증식 방법은 장기 주식투자뿐'이라는 남편의 평소 지론에 따라 재테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어느 날 그는 신혼집 인근의 당시 우리투자증권 지산지점(대구 수성구 지산동)을 무작정 찾아 갔다. 계좌를 개설하고 객장 분위기를 살폈다. 실시간 움직이는 전광판 속 주가와 객장에서 터져 나오는 투자자의 환호와 탄식은 생경하기만 했다. 한동안 투자자의 행동과 말소리를 귀동냥하고 주가 흐름을 살피는 데 시간을 썼다. 신문도 챙겨 보며 공부했다.
그러다 눈여겨보던 종목이 평소 유지하던 시세에서 20% 이상 낮아진 것을 보고 이때다 싶었다. 종잣돈 500만원을 대출로 마련하고 투자를 시작했다. 사실 큰돈이라 걱정이 됐고 겁도 났다. 다행히 시작은 좋았다. 초기 투자에서 맛본 수익률은 짜릿했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자신감이 되레 화근이 됐다. 가진 돈 1천만원 전부를 통신주에 투자했다가 상장폐지라는 복병을 만난 것. 우쭐하던 마음에 한 종목에만 투자한 게 문제였다. 그때 배운 게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이다. 그후 분산 투자로 리스크를 관리하게 됐다.
30년차 투자 고수이지만 사실 김씨가 주식 거래에 쓰는 시간은 하루 30분 남짓에 불과하다. 오전 8시30분이면 노트북을 연다. 밤새 일어난 미국 주식시장 동향을 확인하고 기업 뉴스를 체크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는 김씨는 정규장이 개장하는 9시부터 30분간 매매거래를 하고는 손을 뗀다. 현재 운용하는 규모는 10억~20억원. 시드머니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수익이 나면 재투자하자는 원칙을 지키다 보니 어느새 규모가 이렇게 불었다. 10년 이상 장기 보유한 종목도 여럿이다. 대부분 안정적 배당을 지급하는 대형주로, 어지간한 부동산 월세 수익만큼 배당수익을 얻고 있다고 귀띔했다.
배당주는 대체로 안정적이고 손실이 나더라도 배당을 통해 만회할 수 있어 김씨가 선호하는 투자처다. 시장 하락기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김씨는 "월세받는 사람들은 세입자를 찾아 거래 하기를 반복하고 관리도 꾸준히 해야 하지만, 안정적인 배당주는 일시적 손실이 날 순 있어도 장기 보유하면 예적금 금리보다 나은 수익을 준다"고 조언했다. 현재 김씨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2차전지, 금융주, 지주사, 바이오, 로봇 업종 비중이 높다. 분야별 대장주를 주로 매수한다. ETF(상장지수펀드) 투자도 10% 정도 된다. 15%의 수익이 나면 이를 실현해 이익을 재투자한다. 손실이 나면 '할인'이라 생각하고 추가 매수로 단가를 낮춘다.
김씨의 또 하나 투자 원칙은 모르는 종목을 사지 않는다는 것. 미국 주식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던 때에도 관심을 두지 않은 이유다. 그는 "(국내주식)시장에 가면 항상 살 게 있지만 모르는 것은 사지 않는다.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서 매매거래를 한다는 원칙이 있다. 미국시장은 아직 공부가 안돼 거래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랜 시간 재테크를 하면서 얻은 성과를 물었다. 김씨는 돈에서 조금 자유로워졌다는 점, 기부활동으로 사회에 기여했다는 성취감, 그리고 자아성취가 동력이 됐다고 한다. 단기 목표도 있다. 곧 정년퇴직하는 남편에게 '수고했다'며 고급 승용차를 선물해 주겠다는 김씨는 투자 성공열쇠인 적립식 투자를 거듭 강조했다.
"우보천리(牛步千里)라 했습니다. 모아 가면 됩니다. 장기적으로 적립식 투자를 하다 보면 시간이 걸려도 수익실현의 때는 찾아옵니다. 하락장에서도 버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빚을 내서 하는 투자는 위험합니다."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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