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대구 봉제산업...종사자 지속적인 고령화와 수주 물량 감소로 어려움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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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01 17:07  |  수정 2021-02-03 10:31  |  발행일 2021-02-04 제13면
미도패션
미도패션의 숙련공들이 여성용 바지의 봉제작업을 하고 있다.

대구 패션업계의 뿌리산업인 봉제산업이 지속적인 고령화와 수주 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50대 이하 근로자를 찾아보기 힘들고, 인건비 상승으로 개발도상국과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이에 따라 봉제 근로자들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봉제업계의 원청업체들인 지역 패션브랜드 업계 상황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봉제 업체들의 어려움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1일 찾은 대구 북구에 위치한 봉제업체 미노패션에는 모두 15명의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봉제 공장 한편에 숙련공들이 제작한 의류들이 깔끔하게 진열돼 있었다.

백화점에 납품할 수십만 원 상당의 고급 브랜드 옷감이 만들어지고 있었고, 40대를 겨냥한 듯한 고가의 여성용 코트부터 원피스·외투 등도 납품을 기다리며 정돈돼 있었다.

그런데 정작 현장 어디에도 젊은 근로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수십 년째 같은 일을하고 있는 숙련공들만이 묵묵히 재봉틀 옆을 지키고 있었다. 미노패션 봉제 기술자들의 평균 연령은 60대가 훌쩍 넘어선다.

13년째 봉제 작업을 하고 있는 박종복(69) 씨는 "하루 중 10시간은 공장에 나와서 일을 하고 있다"라며 "보기에는 단순해 보여도 매년 바뀌는 패션 트랜드를 쫓아가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미노패션을 포함한 업계 사정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최석호 미노패션 대표는 "백화점에 납품하는 의류 가격은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같다. 현재는 급격히 오른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의류 제작 실적에 따라 프리랜서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상황"이라며 "수십 년간 종사한 숙련공들에게 거기에 맞는 대접을 못 해 드리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구의 패션 브랜드들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봉제업체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지역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인 도호·프리앤메지스·최복호 등의 판매량은 2019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신상품의 제작 의뢰가 지난해 한 디자인 당 200벌이었다면 지금은 70벌 수준"이라며 "현재 봉제업계는 급격한 고령화와 물량 감소로 10년 뒤 미래를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대구의 봉제산업은 매년 활력을 잃어 가고 있다.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대구의 봉제업체수는 2018년 1천391곳에서 2019년 1천347곳으로 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종사자 수는 6천79명에서 5천720명으로 6.3% 줄어들었다.

미노패션 역시 25명에 달하던 직원이 불과 1년 새 15명으로 40%나 급감했다.

더욱이 지역 봉제업체 열 곳 중 아홉 곳 이상(1천 293곳)은 10인 미만 사업장으로 소규모 업체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영세성으로 인해 경기침체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아직까지 집계가 되지 않고 있지만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지역 봉제업체 수나 종사자는 더욱 급감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대구의 봉제산업이 다시 활력을 얻기 위해선 업계 상황을 고려한 대규모 조직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 서울과 부산 등의 지역에서는 패션조합들이 힘을 합쳐 국가 및 업체들을 상대로 대규모 물량 수주를 확보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곽병수 대구봉제 대표는 "업계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만큼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조합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라며 "대구의 패션산업이 다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대구시 및 관련 기관에서 더욱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글·사진=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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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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