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큰 꿈] 포항 장기중…'사군자 프로젝트'로 지덕체 전인교육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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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08 07:57  |  수정 2021-07-26 08:07  |  발행일 2021-02-08 제15면
매주 3시간씩 1인3악기 연주
매일 사제동행독서·걷기활동
다문화교육프로그램 운영도

전국풍물대회참가연주
경북 포항 장기중학교 학생들이 전국 풍물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연습 중이다. <장기중 제공>

우암(尤庵) 송시열과 다산(茶山) 정약용의 선비정신이 살아있는 충효의 고장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이곳엔 지역의 유일한 중등 교육기관이면서 올해 개교 72주년을 맞은 장기중학교(교장 우창영)가 있다.

1949년 개교이래 지금까지 졸업생만 1만여명을 배출한 전통 있는 학교였다. 그러나 포항 시내에서 20㎞, 오천읍과는 10㎞ 남짓 떨어진 데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의 추세를 피하지 못하고 10여 년 전부터 3학급 규모의 소규모 학교로 전락했다.

전교생 28명이던 이 학교에 새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2020년 경북도교육청 '작은 학교 자유학구제' 시범학교로 지정된 이후다. 포항시의 유일한 중학교 자유학구제가 시작되면서 학생 수가 늘기 시작한 것이다. 큰 학구 학교 학생들이 주소이전 없이 작은 학교로 전·입학이 가능해지면서 오천읍 지역 학생들이 지난해에만 14명이 입학했으며, 올해는 33명의 학생이 배정을 신청해 10여 년 만에 1학년이 2학급 체제로 편성됐다.

장기중은 '사군자(四君子)' 교육이라는 프로젝트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아내 미래사회에 필요한 창의적인 인재가 되도록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군자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학생들에게 매(梅)·난(蘭)·국(菊)·죽(竹)의 품성을 골고루 갖추도록 특색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1인 3악기 연주 재능 갖추기' 활동을 매주 3시간 운영해 사물놀이·난타·가야금·기타를 전교생 모두가 배운다. 이 중 사물놀이는 지난해 제12회 전국 풍물 난타 경연대회 학생 풍물부문 장려상을 수상할 만큼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장기중은 전교생이 매일 아침 20분간 도서실에서 사제동행 아침 독서에 참여하고, 점심 식사 후에는 건강걷기 동아리 활동 등을 하며 지덕체(智德體)를 모두 갖추도록 교육하고 있다. 이 활동은 학생과 학부모의 호응을 끌어내며 인근 지역에도 좋은 학교로 소개됐다.

2019년도 다문화 교육 정책학교 지정에 이어 2020년도에는 녹색 학교 가꾸기 사업학교로 지정되면서 학교의 환경 개선과 교육프로그램의 다양성을 더 확보했다. 학교 내에 있던 임중숲을 중심으로 학교 둘레길을 조성해 공원과 같은 학교 교정을 꾸몄으며, 다문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다문화 학생들의 고충도 해결했다.

유휴 교실을 활용한 다양한 특별교실(골프 연습실·탁구장·무용실·사물놀이실·가야금실 등)을 갖추었으며, 풋살장과 다목적 강당에선 시대에 맞는 뉴-스포츠 활동도 가능하다.

장기중에선 과밀학급과 부족한 교실 문제를 호소하는 도심 학교의 문제점을 모두 해소하고, 학생들의 교육수혜 범위 또한 월등하게 뛰어남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매년 신입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으며 하계 생활복·체육복·학습교재 지원 등도 실시해 학부모들의 부담도 줄였다. 큰 학구 지역에서 오는 학생들의 통학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통학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도 장기중은 소규모 5월27일부터 전교생이 매일 등교 수업을 진행해 왔으며, 방과 후 학교와 특별 프로그램 등도 안전하게 운영해 결실을 봤다.

1학년 여모군은 "다양한 교육 활동이 가능한 장기중에 처음부터 오고 싶었다. 큰 학교에서는 할 수 없는 예체능 활동 등이 마음에 들었다"면서 "1년이 지난 지금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학교"라고 자랑했다.

우창영 교장은"장기중은 자연환경과 지역적 여건이 아주 좋은 학교다. 도시 지역에서는 할 수 없는 장기중만의 교육이 가능하고 그것이 우리 학교의 장점이다. 앞으로도 학생들도 만족하고 지역도 살리는 학교 교육을 통해 서로가 상생하는 길을 여는 데 모든 교직원이 협력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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