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승익〈대구문화재단 대표〉…범어아트스트리트 애칭을 지어주세요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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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18   |  발행일 2021-03-19 제20면   |  수정 202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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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익 대구문화재단 대표

범어아트스트리트가 시민들에게 더 친숙한 문화예술공간으로 다가선다. 대구 범어네거리 지하도 공간에 2012년 10월에 문을 연 범어아트스트리트가 3월부터 기존 공간의 두 배로 거듭난다. 이 공간에서 어린이 외국어 체험공간으로 운영되던 대구글로벌스테이션이 다른 장소로 옮긴 덕분이다.


대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범어아트스트리트는 범어 지하도 유휴공간을 예술창작과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공간으로 재생시킨 새로운 형태의 문화예술 인프라다. 인근에 아파트를 지은 시행사가 지하공간을 조성해 2009년 대구시에 기부채납 했으나 민간 사업자를 찾지 못해서 방치되다시피 하다가, 2012년 범어아트스트리트가 들어서면서 예술가와 시민들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대개 옷가게나 잡화류 등 상가가 들어선 다른 지하공간과 달리, 지난 8년여 동안 예술창작과 전시, 문화예술 체험 교육, 그리고 공연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해 예술인과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제 지하공간 절반을 나눠쓰던 대구글로벌스테이션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대구아트스트리트도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됐다. 길이 약 400m에 70여개 스튜디오를 갖춘 공간을 온전히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구문화재단은 왕복 800m에 이르는 이 곳을 시민들에게 일상이 예술이 되는 문화예술거리이자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예술인 창업활동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재단이 최근에 창작·창업지원팀을 신설해 소속 직원들을 이 곳에 상주시킨 까닭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향후 범어아트스트리트에서는 전시와 문화예술 체험교육 같은 기존 사업에 더하여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 및 여성 예술인들의 1인 창업 지원은 물론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설립을 원스톱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코로나19로 힘들어 하는 예술인들에게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이들이 창작과 전시, 마케팅 과정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을 덜어줄 법률, 노무, 세무상담 공간도 운영하려 한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지하공간 길목에 상설 시민갤러리를 설치해 예술인들이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확대하고, 대구지역 공공기관들과 협력하여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맞춤형 예술체험 프로그램과 시민 평생학습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구문화재단은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일 이 공간이 제대로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 시민들 사랑이 담긴 범어아트스트리트 애칭을 찾고 있다. 곧 시민을 대상으로 공모해서 뽑은 최우수작을 애칭으로 삼자는 게 현재까지 재단이 가진 구상이다. 둘러보면 대구 근대골목이나 김광석거리 그리고 제주 올레길처럼 평범한 삶의 현장에 스토리를 덧칠한 친숙한 애칭을 붙여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관광자원으로 만든 사례가 적지 않다.


범어아트스트리트도 부르기 쉽고 친숙한 애칭을 가지면 대구시민은 물론 외지인들도 이름만 듣고 찾아 올 명품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담겨있다. 물론 그 애칭에 걸맞은 디자인과 공간 배치가 뒤따라야겠지만, 이는 공공 예술프로젝트와 같은 지역 예술인 참여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시민들 사랑과 참여로 새롭게 탄생할 이 공간에 지역 문화계와 예술인들의 기대가 크다.
이승익<대구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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