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에서 혁신찾기] 한국인은 어떤 혁신기업에 투자하나

  • 변종현
  • |
  • 입력 2021-03-08 15:08  |  수정 2021-03-25 09:30

“2004년부터 애플, 2014년부터 아마존에 꾸준히 투자해 본 경험이 있는가. 아니면 2019년부터 테슬라에 투자해 본 적 있는가.”


“주변에서 혁신에 투자해 수익을 내고 있을 때 함께하지 못해 후회한 적은 없는가.”
“앞서 해외투자에 눈뜬 이들이 어떤 혁신에 투자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요즘 해외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자주 주고받는 질문이다. 실제 국내주식을 사모으는 '동학개미'에 빗대 '서학개미(미국 등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해외주식 투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반해 관련 투자정보는 많지 않은 상태다. ‘집단지성에서 혁신 찾기’ 칼럼은 서학개미의 정보 갈증을 다소나마 해소시켜 주기 위해 마련됐다. 매주 한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위 기업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새롭게 편입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혁신사례를 찾아보고자 한다.

물론 한국인이 많이 산다고 반드시 혁신적이라든가, 투자에 성공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혁신과 변화에 굉장히 빠르게 반응한다. 그리고 꽤나 성공적이다.

마침 한국예탁결제원이 한국인이 사고판 해외주식을 매일 공개하고 있다. ‘집단지성에서 혁신 찾기’는 한 주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을 순위와 함께 소개하는 것은 물론, 해당 기업의 혁신성을 평가해 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주려 한다. 물론 혁신성 평가점수는 순전히 필자의 주관적인 분석에 따른 것임을 미리 알려둔다.

“자, 혁신에 장기투자하자. 남들보다 반걸음만 앞서서.”

◆1위 테슬라= 전기차 생태계를 만드는 기업. 혁신점수 10/10점

혁신인지, 거품인지 여전히 의견이 많이 갈리는 회사다. 마치 스마트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처럼 아직 겪어보지 않은 미래이기 때문이다. 다만 누구든 2~3일만 마음먹고 테슬라에 대해 공부해 보면 이 회사의 혁신에 매료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전기차시대로의 전환은 이젠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고, 테슬라는 자타공인 전기차시장의 압도적인 선두주자다. 테슬라는 작년 50만대를 생산했고, 현재 전체 자동차 시장의 1%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Piper Sandler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테슬라가 2030년까지 연간 900만대 생산(미국시장 18%, 그 외 시장 11% 점유)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전기차시장의 선두라는 점은 테슬라가 만들어 나가는 혁신을 이해하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자율주행, 플랫폼, 보험, 딥러닝, 반도체, 태양광, 공장자동화, 전기배터리 등 앞으로 만들어 갈 혁신이 더 많이 남아 있다.

◆2위 팔란티어=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기업. 혁신점수 6/10점

빅데이터와 딥러닝의 시대, 거스를 수 없는 메가트렌드의 최전선에 '팔란티어'가 있다. 하지만 앞으로 자신의 비즈니스모델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면 아직은 추상적이기만 한 빅데이터라는 테마를 팔란티어는 어떻게 사업화하고 있을까.

팔란티어의 제품은 크게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Gotham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Foundry로 나뉜다. 기존에는 미국 정보기관인 FBI나 CIA를 위해 정보를 분석하고 테러리스트를 잡는 데 도움을 줬다. 하지만 향후에는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로 적극 확장하려 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정부기관 대상 매출이 56%, 민간기업 대상 매출이 44%다. 민간기업 대상 매출 비중이 상당히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그해 팔란티어는 호주 광산업체인 '리오 틴토'와 계약을 맺고 90개 이상 시스템의 데이터를 취합해 분석해 줬다. 또 미국의 전기/가스 공급회사인 PG&E와 계약을 체결해 80억~100억개의 데이터를 매일 취합, 분석하고 있다.

2020년 팔란티어는 47%라는 빠른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다만, 전체 매출의 61%가 상위 20개 고객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한계도 존재한다. 세일스포스(Salesforce·고객 서비스 매니지먼트를 주로 하는 미국의 클라우드 컴퓨터 솔루션 제공 업체)와 같은 범용적인 B2B SAAS(기업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회사라기보다는 기업에 따라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측면이 아직은 커 보인다.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팔란티어 수정구슬에서 유래한 회사 이름 △빅데이터라는 메가 트렌드 △창립자 피터틸(Paypal 창립자) △CIA와 FBI가 고객사라는 점 등 힙(Hip·유행에 밝은)하고 재미있는 요소가 많아 세인의 눈을 사로잡지만, 과연 얼마나 빠른 속도로 혁신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3위 유니티= 게임 제작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기업. 혁신점수 5/10점

현재 우리가 즐기고 있는 모바일 게임의 절반 정도는 유니티(Unity)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누구나 한 번 정도 해본 게임으로는 어몽어스, 포켓몬고, 폴가이즈가 있다. AR/VR 게임은 사실상 대부분 유니티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진다.

유니티의 사업분야는 크게 Create Solution(게임제작 소프트웨어)과 Operate Solution(게임 내 광고 판매 플랫폼 등 게임운용 소프트웨어)으로 구분된다. 전자가 매출의 30%, 후자가 60%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매출은 2019년 대비 43% 성장해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유니티의 혁신은 3D게임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흔히 경쟁자로 언급되는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은 보다 고화질의 디테일한 게임을 만들 수 있지만, 모바일 게임의 10% 정도만이 사용하고 있다.

혁신 투자로 유명한 '루프 벤처스(Loup Ventures)'가 유니티와 언리얼 엔진을 모두 사용하는 54명의 게임개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은 유니티를 보다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최근의 트렌디한 게임 중 상당수가 고화질 성능 없이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보니, 다루기 쉬운 유니티의 인기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유니티는 메타버스(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함. 가상세계가 현실세계에 흡수된 형태)라는 메가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특히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2의 선전으로 VR시장이 급속히 확장한다면, VR게임 개발이 늘어날 것이고 유니티도 자연히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3D 소프트웨어를 게임 분야에만 한정하지 않고 자동차 제조, 건축 등 다른 사업군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도 갖고 있다. 유니티가 다가오는 미래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4위 Z Holdings= 일본의 메신저 및 검색포털. 혁신점수 3/10점

검색 플랫폼으로 미국(전세계)에 구글, 중국에 바이두, 한국에 네이버가 있다면 일본은 어떨까. 

 

그동안 일본에서 메신저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네이버의 라인과 일본의 현지 포털 서비스인 야후재팬이 3월1일자로 경영통합을 해 Z Holdings가 출범했다. 월간 사용자(MAU)만 보더라도 1억5천만명 정도가 예상된다. 거대 플랫폼으로서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매우 기대된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각 국가의 디지털화 수준은 결국 수렴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국가별 독점 플랫폼의 가치(시가총액)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수렴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구글의 경우 미국 GDP의 7%, 네이버는 한국 GDP의 3%, 바이두는 중국 GDP의 0.7%다. Z Holdings는 일본 GDP의 0.6%에 불과하다. 물론 구글은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 일본은 구글이나 아마존이 시장에 상당히 깊게 침투해 있다는 점 등 고려해야 할 요소는 많다. 위 숫자는 매우 러프한 숫자로 참고만 해야 할 것이다.

◆5위 반도체 섹터 ETF= 개별 종목이 아니라 반도체라는 메가트렌드에 투자하는 ETF다.
 

※ 참고로 예탁결제원에서는 50위까지 정보를 공개하고 순매수뿐 아니라 매수, 매도, 보유량 등 숨김없이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궁금한 분들은 해외주식투자 TOP50나 SEIBro에 들어가서 직접 살펴보면 된다.

 

배민수 <변호사·혁신투자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