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재난지원금 정말 절실한 예술인이 받기를

  • 천윤자
  • |
  • 입력 2021-03-15 17:30  |  수정 2021-04-29 11:28  |  발행일 2021-03-17 제12면
천윤자

대구시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인을 지원하기 위해 '대구형 버팀목 플러스 특별지원'이란 이름으로 문화재단을 통해 신청을 받고 있다. 지원을 받으려면 예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예술활동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예술을 '업(業)'으로 하여 예술활동을 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다. 본인이 자료를 첨부해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발급한다.

예술활동증명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살펴보니 문학의 경우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시·수필·시조·동시 경우 최근 5년 이내 5편 이상, 소설·동화 1편 이상(단편은 3편 이상), 평론 3편 이상을 문예지에 기고해야 한다. 둘째, 최근 5년 이내 한 권 이상의 작품집을 출간해야 한다. 셋째, 문학 활동으로 얻은 수입이 연간 12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예술인은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자격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그래서 이런 기준을 정한 모양이다. 직업이란 개인이 사회에서 생활을 영위하고 수입을 얻을 목적으로 한 가지 일에 종사하는 지속적인 사회 활동을 말한다. 그러니 예술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예술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다. 오랜 기간 수련을 통해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작품제작에 몰두해야 하기에 필자는 예술인도 전문직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문학단체 동향을 보면 과연 전문가 집단인지 의문이 든다. 대학을 비롯해 도서관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평생교육기관 등에서 문학 수업이 이뤄지고, 단기간의 교육을 받은 퇴직자나 주부들이 어렵지 않은 관문을 통해 등단한다. 짧게는 1~2년 길어도 5년 정도 지나면 지도자의 추천으로 문예지를 통해 등단하고 문학단체에 가입해 활동한다. 문예지에 가끔 작품 발표를 하고 그동안 쓴 글들을 모아 자비로 책을 출판한다. 판매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벗들에게 돌리고, 대부분 자기만족을 위해 하는 행위다.

퇴직 연금으로 비교적 여유롭게 생활하며 문학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등 각종 취미활동을 즐기며 멋진 인생 후반전을 사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위의 예술활동증명서 발급 첫째, 둘째 항목에 해당하는 예술인이 된다. 문학의 저변 확대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으나 질적 저하는 물론 평생 문학을 위해 가난하게 살면서 온힘을 다해 작품활동을 해온 입장에서는 힘 빠지는 일이다.

애당초 수익을 목적으로 한 일도 아니며, 공연이나 전시처럼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일이 아니니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본 일도 없다. 그런데도 조건이 충족되니 지원금을 받기 위해 기웃거리고 단톡방이나 인터넷카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동료들에게도 부추긴다.

주변을 돌아보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예술 활동을 중지하는 청년도 있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전업 작가들도 많다. 재난지원금, 더 어렵고 힘든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절실하지 않은 분들은 한발 물러서기를 권하고 싶다. 평생 직장생활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삶에 흠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천윤자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기자 이미지

천윤자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