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영의 시중세론] 바람길 숲과 복잡계 이론

  • 대구대 법학부 교수 〈사〉대구경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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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6   |  발행일 2021-04-16 제22면   |  수정 2021-04-16 07:22
녹지 많은 도시 주민일수록
인간관계 갈등에 잘 대처해
범죄 발생률 감소와도 밀접
산림·도시 연결한 바람길 숲
일류기업 지역 유치로 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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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법학부 교수 〈사〉대구경북학회장

4월 식목일에 열린 학교 전체 조회 시간이었다. 교장 선생님은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간첩을 신고해야 한다"는 말로 훈화를 마치셨다.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다. 당시에는 황당한 논리적 결론이었지만, 복잡계 이론을 확대해서 응용하면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복잡계는 수많은 개별 구성요소가 모여서 그 개별 구성요소의 특성으로부터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집합적 특징이 드러나는 체계를 말한다. 예컨대 도시는 초고층 건물, 넓고 길게 뻗은 도로, 촘촘한 전기와 상하수도의 물적 기반시설과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집합이지만 도로나 사람이 도시는 아니다. 도시는 물적 기반시설을 초월하는 존재이며 그 특성은 사람과 기반시설 그리고 자연환경 사이 상호작용 속에 구현된다. 도시는 사람을 불러 모아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경제적 부를 만들어내며, 거대한 기회와 다양성을 이용해서 혁신적 사고와 기업가 정신 그리고 문화활동을 촉진한다. 도시가 커지면 사회활동도 더 많아지며 임금도 더 올라가고, 좋은 공연과 교육시설을 접할 기회가 더 많아진다. 그런데 도시의 경제적 생산력과 창의성 그리고 신나는 문화는 도시의 초고층 빌딩과 뛰어난 인적 자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의외로 나무와 숲이 매력적 도시의 원동력이다.

인간의 본성은 꽃과 풀이 가득한 들판이나 나무와 숲이 울창한 산에 마음이 끌린다. 인간에게는 집과 사무실 그리고 도시공동체가 자연과 연결되었을 때 행복감을 느끼는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나무와 숲 그리고 공원이 많은 도시의 사람들은 스트레스에도 강하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에도 잘 대처한다. 녹지와 햇빛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도시의 주민일수록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좋아진다. 나무와 숲이 주는 치유 효과는 병원에 적용해도 좋은 결과를 낸다. 수술 후 녹지가 보이는 병실에 머문 환자는 콘크리트 벽이 보이는 병실에 머문 환자보다 고통을 덜 느끼고 더 빠르게 회복한다. 공공장소의 녹지 증가는 범죄 발생률 감소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대구시가 공기 순환을 촉진하고 대기오염 및 열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올해 200억원을 들여 조성하는 '도시 바람길 숲' 사업에 복잡계이론을 적용하면 초일류기업과 인재의 지역 유치로 귀결된다. 바람길 숲 사업은 팔공산과 앞산, 대덕산 등에서 생성되는 시원한 산바람이 도심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바람생성 숲', 산림-도심을 연결하는 하천과 도로에 공기정화 식물을 식재하는 '연결 숲' 그리고 공원과 건물 옥상 등 도심에 '디딤·확산 숲'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대구시는 추가적으로 2022년까지 482억원을 들여 100개의 생활환경숲, 명상숲, 산림공원숲 등 도시 숲을 조성하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큰 공장이 밀집한 서대구·성서산업단지 주변에 '미세먼지 차단숲'을 만든다고 한다.

복잡계이론에서는 복잡계를 구성하는 개별 구성요소들을 독립적으로 분해하지 않고 전체를 모아서 설명한다. 이런 측면에서 80년 '서울의 봄' 직전이라는 시기에 나무와 숲 그리고 산과 사람을 분리하지 않고 묶어서 보면 식목일 행사에서 예측할 수 없는 간첩신고라는 결론이 나온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나무와 숲을 조성하고 공원을 늘려 바람길 숲을 조성하는 사업은 대구를 더 도시적으로 만들어 인재와 초일류기업을 지역으로 끌어들인다는 논리도 성립한다.
대구대 법학부 교수 〈사〉대구경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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