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은행과 전북은행은 오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에 맞춰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5일 시행된 특금법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는 자금세탁방지시스템(AML)을 구축해야하며,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시장의 혼란 방지를 위해 9월말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현재 100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거래소 중 은행 실명 계좌 발급을 완료한 곳은 빗썸과 코인원, 업비트, 코빗 등 단 4곳뿐이다.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다.코빗과 업비트는 각각 신한은행, 케이뱅크에서 실명계좌를 발급받고 있다.
이는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지방은행들의 요구와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은행 6곳의 평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99%로 1년새 12%포인트 하락했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 현금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 비율이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이 떨어진 것은 그만큼 은행의 대출 여력이 줄었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은 통상적으로 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을 100%로 규제하고 있는데, 지방은행 6곳 중 절반이 이에 못 미쳤다. 지난해 말 대구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96%, 제주은행 95%, 광주은행이 93%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부산은행은 고팍스, 지닥, 후오비코리아 등 복수 거래소와 제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북은행도 보라비트 거래소와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기업실사를 마친 상황이며 국제표준 인증기관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 인증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지방은행들의 발 빠른 움직임과는 달리 대구은행은 아직까지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전무한 상태여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동성 부족과 지역 경기 침체에 따른 성장성 저하에도 위기의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 고객 유입은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은행들의 숨통을 틔어줄 수 있는 신사업으로 분류된다"면서 "대구은행은 업비트와 제휴를 맺은 케이뱅크의 수신액이 9개월만에 5배 이상 증가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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