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부족 지방은행 가상화폐 거래소로 활로 찾나

  • 홍석천
  • |
  • 입력 2021-04-15 21:01  |  수정 2021-04-22 15:06
대구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제휴 사업 아직 검토단계
부산은행과 전북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 작업 진행

20210323001006274_1.jpg

지방은행들이 유동성 부족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대구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제휴 사업에 아직 검토단계에 머물고 있어 신규 시장 진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은행과 전북은행은 오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에 맞춰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5일 시행된 특금법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는 자금세탁방지시스템(AML)을 구축해야하며,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시장의 혼란 방지를 위해 9월말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현재 100개 이상으로 추정되는 거래소 중 은행 실명 계좌 발급을 완료한 곳은 빗썸과 코인원, 업비트, 코빗 등 단 4곳뿐이다.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다.코빗과 업비트는 각각 신한은행, 케이뱅크에서 실명계좌를 발급받고 있다.


이는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지방은행들의 요구와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은행 6곳의 평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99%로 1년새 12%포인트 하락했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 현금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 비율이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이 떨어진 것은 그만큼 은행의 대출 여력이 줄었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은 통상적으로 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을 100%로 규제하고 있는데, 지방은행 6곳 중 절반이 이에 못 미쳤다. 지난해 말 대구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96%, 제주은행 95%, 광주은행이 93%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부산은행은 고팍스, 지닥, 후오비코리아 등 복수 거래소와 제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북은행도 보라비트 거래소와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기업실사를 마친 상황이며 국제표준 인증기관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 인증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지방은행들의 발 빠른 움직임과는 달리 대구은행은 아직까지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전무한 상태여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동성 부족과 지역 경기 침체에 따른 성장성 저하에도 위기의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 고객 유입은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지방은행들의 숨통을 틔어줄 수 있는 신사업으로 분류된다"면서 "대구은행은 업비트와 제휴를 맺은 케이뱅크의 수신액이 9개월만에 5배 이상 증가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