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마음을 안다는 것

  •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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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1 08:01  |  수정 2021-05-11 08:03  |  발행일 2021-05-11 제16면
우울·절망·짜증·불안·자기혐오…
사람은 기분에 따라 마음도 달라져
사고·언어·행동·기억도 잘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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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한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을 통해 한 세계를 알게 되는 것이다. 한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다면 앞면만이 아니라 그 그림자 까지 궁금해 해야 비로소 그 마음에 가 닿는다. 사람의 마음은 섬이다. 섬에 가 닿으려면 물길을 헤쳐 나가야 하고 열심히 노 젖는 수고가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물길을 몰라 헤매거나 게을리 노를 저으면 물길은 닫히고 섬은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한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그래서 힘든 일이다.

그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그 사람의 그림자를 수리 해 볼 기회라도 가질 수 있겠는데,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정신과 의사'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는 그 사람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있도록 애를 쓰며, 다행히 가 닿으면 그 마음을 알 수 있도록 몇 가지 방법을 쓴다. 이 방법들을 '정신상태평가' 라 한다. 이 때 몇 가지 잣대가 필요하다.

우선 '외모와 태도'를 평가 해본다. 속마음은 외모와 태도로 어느 정도는 드러나므로 이를 통해 마음 평가의 전반적인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다음은 '기분'을 평가 한다. 기분은 우울, 절망, 짜증, 불안, 분노. 공허, 자기혐오, 공포, 들뜸, 다행감, 흥분 등등 여러 가지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그것을 평가 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음은 기분으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 질 수 있다.

다음은 '사고'를 잘 평가 해 봐야 한다. 이는 생각의 진행과 생각의 내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생각이 지리멸렬해서 뒤죽박죽이 되어 있다면 이는 진행의 큰 병이다.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망상을 한다거나 황당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는 내용의 큰 병이다. 사고의 병이 '조현병'이나 '망상장애' 같은 것들이다.

정신상태평가에서는 지각(知覺)의 평가도 중요하다. 지각이란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의 사물이나 자극을 의식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지각에 문제가 생기면 외부세계와의 소통에 큰 문제가 온다. 만약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린다면, 비난 하거나 흉보거나 놀리거나 명령 하는 말소리가 들려 내 마음이 흔들린다면, 이는 환청이다. 환청을 느끼는 사람은 대화가 끊어지고 감정이 부적절 해지며 심지어는 남을 의심하게도 된다. 현실에 적응 하지 못하고 부자연스럽고 늘 두렵다. 그래서 환청을 걱정 한다.

'행동'을 판단하는 것도 중요 하다. 단순한 근육 움직임이 아니라 정신적인 이유가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정신 행동' 이라 한다. 활동이 과한지, 혹은 부족한지. 같은 행동을 반복 하는지, 지나치게 긴장이 되어 있는지 혹은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지. 공격성을 나타내는지 무력한지 등의 정신행동들을 잘 평가 해 봐야 한다. 다 마음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언어'도 평가의 대상이다. 마음의 소리가 언어이기 때문이다. 말이 유창 한지, 적절한지. 말이 빈곤한지 아니면 영 엉뚱한 말을 하는지 평가 해 봐야 마음의 소리를 조금은 알 수 있다. '기억'도 평가 해 봐야 할 중요한 지표이다. 최근 것을 기억 못하는지, 과거의 것을 기억 못하는지. 기억을 왜곡 하는지, 혹은 기억의 없는 부분을 지어 내는지, 아무리 기억을 심어 줘도 저장이 안 되는지 등을 평가해야 한다. 치매 같은 병을 감별하기 위해서다. '지남력'도 중요하게 평가 돼야 한다. 특히 시간에 대한, 상황에 대한, 사람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 해 봐야 한다. 지남력에 손상이 오면 뇌의 병을 걱정한다. '일반상식과 지능'도 평가의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병식'이라 하여 자신의 병에 대해 얼마나 절실히 이해하고 있는가를 평가 해 봐야 한다. 그냥 건성으로 알고 있는지 아니면 마음속으로 느끼고 있는지에 따라 정신 상태 평가의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로 한 사람의 마음을 어찌 다 평가 할 수 있을까 만은 이 정도라도 해야 겨우 조금은 알려고 노력 했다 할 수 있겠다. 마음을 평가 한다는 것은 그래서 어려운 일이다.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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