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배만 불리는 무책임 가상화폐 거래소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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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2   |  발행일 2021-05-12 제14면   |  수정 2021-05-13 11:19
빗썸·업비트 잇단 매매지연·급등락 사고…대책없이 시스템 핑계
특금법 제재 9월말 시행…관리 사각 속 투자자들 큰 피해 우려

거래금액이 주식시장을 뛰어넘으면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거래지연 사고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지만 시스템 문제로만 일관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시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들에 대한 아무런 제재도 없어 투자자들의 큰 손실마저 우려된다.

시중은행과 계좌 연계를 하고 있어 그나마 신뢰할 수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로 분류되는 4곳 중 한 곳인 '빗썸'과 '업비트'에서 11일 오전 거래지연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날 오전 빗썸 가상화폐 거래 앱 화면 오류로 비트코인 가격이 수 분 내 급등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오전 5시 이전까지만 해도 7천200만원 안팎에 머물렀던 비트코인 가격은 오전 5시8분에 7천797만4천원까지 급등했다. 이후 오전 6시8분까지는 그래프가 뚝 끊겨 있다가 다시 7천100만원대로 내렸다.

하지만 빗썸은 오전 5시14분쯤 '현재 접속 및 주문량 폭증으로 인해 매매 주문 시 체결 지연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고만 알렸고, 오전 5시51분쯤 '사이트 내 메인 화면 시세, 변동률, 차트 표기 오류 현상이 발생해 현재 긴급 조치 중'이라는 공지를 띄웠을 뿐 투자 피해에 대한 조치 등의 언급은 없었다. 빗썸은 지난 5일과 7일에도 같은 내용의 공지를 낸 바 있다.

업비트도 이날 오전 10시를 조금 지나 가상화폐 거래 앱 화면의 숫자가 움직이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업비트는 역시 '시세 표기 중단 문제가 확인돼 긴급 서버 점검을 진행한다'고 공지한 뒤 오전 10시58분쯤 '거래가 정상적으로 재개됐다'고만 알리고 다른 조치는 없었다.

이처럼 국내 양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잇따라 오류가 발생하자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투자금이 다른 계좌로 빠져 나갔다는 신고가 들어오는 등 가상화폐 관련 해킹 추정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기순이익이 1천억원이 넘는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시스템 보완 등의 조치는 않고 잇따르는 거래중단 사태에도 시스템 문제로만 돌리는 것을 금융당국에서도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다는데 있다.

지역 금융권 한 관계자는 "특금법이 지난 3월 개정됐음에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둬 9월까지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면서 "만약 주식시장(한국거래소)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으면 검찰과 경찰이 곧바로 수사에 나섰을 것이다. 투자자들의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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