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 여름 숲속 길잃은 어린자매의 세상을 보는 방식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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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21   |  발행일 2021-05-21 제39면   |  수정 2021-05-21 08:21
부모품 떠나 대자연에서 겪는 특별한 모험과 여정
어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순수함과 마법 같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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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가(베가 오스틴)는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9세 소녀다. 계획을 잘 세우고 잘 지키는 게 자신만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베가는 병원에 있는 엄마(니나 엘렌 외데고르)를 대신해 다소 대책없는 아빠(토마스 세레스타)와 늘 제멋대로인 4세 터울의 동생 빌리(빌리 오스틴)를 챙기기에 바쁘다. 그런 세 사람이 대자연으로 캠핑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마음이 들뜬 빌리는 별로 쓰임새가 있을 것 같지 않은 물건까지 배낭에 꾸역꾸역 집어 넣고 절대 설명서를 읽는 법이 없는 아빠는 이번에도 대충 짐을 챙겨 집을 나선다. 캠핑 이틀째. 강가 바위에서 사진찍기를 마친 아빠가 그만 바위 틈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자매는 왔던 길을 거슬러 가기로 한다. 하지만 다리를 건너는 게 무서워 우회 길을 선택한 탓에 드넓은 숲속에서 길을 잃고 만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토토리! 우리 둘만의 여름'은 부모의 품을 잠시 떠난 베가와 빌리의 특별한 모험을 담는다. 숲속에서 길을 잃은 두려운 상황에서도 울음을 터트리기보단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일견 대견하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물고기를 잡고 불을 피워 추위를 피하고 비행기가 볼 수 있도록 모래 위에 큰 글씨로 'HELP'를 적는 등의 행동은 별다른 영화적 장치나 기교가 없어도 그들의 영특함과 순수함에 쉽게 빠져든다.

상대적으로 어른들의 부재는 크다. 산속에 혼자 사는 겁 많은 히피는 아이들에게 길만 알려줄 뿐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외딴 농장에서 홀로 살고 있는 할머니는 과거에 갇혀 시간이 멈춰버린 상태다. 결국 어른들의 도움없이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함께 힘을 모으고 서로를 북돋워 주는 마법 같은 힘이 필요하다. 베가는 이번 여정에서 빌리의 진면목을 발견하게 되는데 늘 의문을 갖게 만드는 그의 엉뚱한 생각과 행동이 이번엔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의외의 결과를 가져온다.

영화는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여름 풍광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부부 감독인 실리에 살로몬센과 아릴드 오스틴 아문센이 공동 연출을 맡았고 그들의 두 딸이 주인공인 베가와 빌리 역으로 출연했다. "어른이 되면 잃어버리는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 즉 늘 그곳에 있지만 어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담고자 했다"는 두 감독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대자연이 들려주는 다양한 소리와 움직임에 귀를 기울였다. 그 기저에는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가족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깔려 있다. (장르:드라마 등급:전체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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