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효철(대구 동구의회 의원)...동학의 전국화·세계화·미래화를 다시 생각한다

  • 신효철 대구 동구의회 의원
  • |
  • 입력 2021-06-09   |  발행일 2021-06-09 제25면   |  수정 2021-06-09 08:05

8040
신효철(대구 동구의회 의원)

지난 5월11일은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이었다. 2019년 처음으로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후 올해로 세 번째로 맞았다. 특히 올해는 동학농민군들이 최종 목적지로 삼았던 조선 정부의 정궁인 경복궁에서 치러져서 더욱 뜻깊고, 달라진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위상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현 시대 동학농민혁명 계승의 과제는 전국화·세계화·미래화로 집약된다. 전국화란 그 혁명이 전라도에 국한되지 않고 한반도 전역을 망라했던 혁명이었음을 밝히고, 세계화란 그 혁명을 세계적인 혁명으로 자리매김하며, 미래화란 그 혁명을 역사미래 가치로 재조명하여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기념사업과 계승사업의 구호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추진·구현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많다. 오히려 국가기념일이 되면서 정부나 관련 관민(官民) 기구에서 하나의 국가 의례로만 치르게 되는 박제화가 부지불식간에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안팎에서 두루 반추하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동학농민혁명의 의의가 화석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동학농민혁명을 역사적 사건으로 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그 근본정신을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동학의 발상지가 바로 경북 경주라는 사실, 그리고 동학 초기의 주요 사적지가 경북 일대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동학을 창도한 수운 최제우가 '좌도난정'의 죄목으로 1864년 3월10일 처형 당한 곳도 바로 경북 대구다.

그러나 그로부터 100년이 되던 해인 1964년 3월21일 대구 달성공원에 수운 최제우의 동상이 대통령 고문(김현철)과 국회의장(이효상), 경북도지사(경북) 등 정관계 인사와 천도교인 등 수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막됨으로써 경북(대구)은 우리 현대사에서 동학(천도교)가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복권된 땅으로 기억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동학의 전국화란 바로 동학의 발상지인 경주와 동학의 복권지인 대구를 중심으로 하는 영남 지역의 동학이 재조명되고 동학 계승 사업의 중심 역할을 할 때 진정으로 달성되는 것이다.

세계화·미래화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세계는 '전 지구적 코로나19'와 '기후위기 등 전 지구적 위험의 현실화'로 요약할 수 있다. 동학은 일찍이 '삼경(三敬, 땅 아끼기를 어머니 살같이 하라 등)'을 통해 생명 평화의 정신과 사람은 물론 동식물과 지구 자체까지 존중해야 한다는 사상을 폈다.

그래서 동학농민혁명 당시에도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말고 농작물과 동식물을 잘 보호하라"는 정신을 제1 규율로 앞세웠다. 동학농민혁명 127주년을 보내며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세 번째를 보내며 이 대구가 동학의 근본적 정신을 전국화하고 세계화·미래화하는 데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신효철(대구 동구의회 의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