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주시, 아쉬움 접고 '大義' 선택…국책유치전 상생의 길

  • 최수경,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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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1 07:12  |  수정 2021-06-11 07:22  |  발행일 2021-06-11 제2면
두 도시 용단 없었으면 불가능
대구·경북 실질적 협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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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시장 상가연합회와 국립 이건희 미술관 대구 유치 시민추진단이 10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야외공연장에서 개최한 '국립이건희미술관 대구 유치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국립 이건희 미술관 대구 유치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사면을 촉구하는 서명을 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국책 공모사업인 ' K-바이오 랩 허브 구축사업'과 '국립 이건희 미술관 유치'와 관련해 대구·경북 대표 유치 후보지 교통정리작업이 10일 극적 합의에 이른 것은 대구시와 경주시의 용단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이날 경북도청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권영진 대구시장·이강덕 포항시장·주낙영 경주시장이 긴급회동 전까지 멍석을 깔았지만 '과연 합의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강했다. 하지만 권 시장과 주 시장은 결국 '대구·경북 윈윈(win win)'이라는 대의(大義)를 택했다.

권 시장은 4개 지자체장이 회동한 자리에서 "안동 바이오산단·경주 양성자가속기 등 바이오산업 관련 인프라를 결합시키면 포항(포스텍·차세대 방사광가속기)뿐 아니라 대구경북 전체가 발전하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치의향서를 제출한 대구시는 이날 합의 정신에 따라 자체 사업계획서를 내겠다는 뜻을 접었다. 대신 포항시가 제출할 사업계획서에 그동안 준비해온 사업계획을 함께 녹여내기로 했다. 권 시장이 포항을 K-바이오 랩 허브 구축사업 지역 대표 유치지역으로 동의해주기까지는 고심이 많았던 것으로 관측됐다.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내)를 중심으로 하는 바이오산업 육성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따가운 시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10년에 걸쳐 진행될 이 공모사업은 국비 2천500억원을 포함해 총 사업비가 3천350억 원이 투입된다. 사업 규모로 봐서 접기가 쉽지 않은 사업이다.

국책사업으로 함께 첨복단지가 조성된 청주(오송)가 공모전에 참여하는데 대구는 나서지 못하게 된 것에도 아쉬움이 컸다는 후문이다. 권 시장은 "중요한 것은 대구경북 부흥을 위해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는 지역민의 열망과 의지를 담아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국립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대구에 양보한 주낙영 시장도 아쉬움은 컸다. 이날 주 시장의 표정이 다소 어두운 것을 보고 옆에 있던 이철우 지사가 걱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주 시장은 이날 회동에서 "삼성가(家)가 정부에 기증한 미술품 2만3천여점 중 현대 미술품은 1천400여 점이고, 고미술품은 2만1천여 점이다. 고미술품이 많은 경주는 이를 토대로 번듯한 고미술품 특별전시관을 만들려고 했었다"고 운을 뗐다. 잠시 뒤 그는 "중요한 것은 미술관이 대구경북에 오도록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대구와 같이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다. 힘을 모으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날 합의 결과를 놓고 '떡 줄 사람(정부)은 생각도 안 하는 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분위기도 있지만 대구경북 상생협력 의지를 재확인한 것에는 큰 의미가 있다는 평이 적잖았다. 향후 대구·경북 간 공동유치를 위한 실질적 협력 과정을 예의주시하는 눈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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