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지방대 폐교의 현실 (1)…방치된 책상, 스산한 정류장 '이 大學만의 일일까요'

  • 유선태
  • |
  • 입력 2021-06-11   |  발행일 2021-06-11 제33면   |  수정 2021-07-07 16:10
2018년 대구권 2개 대학 문닫으며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 위기
충원율 낮으면 정부 지원금 끊겨
발로 뛰며 학생모집 나선 교수들
"신학기엔 월급으로 등록금 대납"
유령등록·부정입학 등 폐해도
2021061101000379200014491
2018년 폐교된 이후 같은 재단 내 유치원만 정상 운영되고 있는 대구미래대.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진 학생들을 태우고 학교와 집을 오갔을 스쿨버스 정류장은 사람의 온기를 느끼기 힘든 상황이었다.
"목욕탕을 하면 떼돈을 벌고 주유소집 아들은 기름기가 좔좔 흐른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목욕탕과 주유업이 잘 먹고 잘사는 업종 중 하나로 평가받은 탓이다. 이제는 옛말이다. 대형 스파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져 목욕탕에서는 세신사(일명 떼밀이)만 돈을 벌고 주유소는 거리제한 폐지에다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로 쇠락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대마불사(大馬不死)'로 불렸던 업종(?) 중 하나가 '대학'이다. 하지만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아니 다가왔다. 특히 2000년 초반부터 각 지방의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이런 위기에 대한 경고가 이어졌지만 20년이 지나는 동안 별다른 준비를 하지 못했고 이제는 전문대를 포함해 지방에 있는 거의 모든 대학이 그 위기를 함께 맞고 있다.

◆'미래로'에 닥친 대학 폐교의 현실

지난달 21일 내비게이션에 '대구미래대학교'를 검색하자 '경북 경산시 미래로 114. 대구미래대학교 폐교'라는 안내문구가 나왔다. 대구스타디움에서 거리는 10㎞, 20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이 학교로 차를 몰았다. 가는 길의 도로명은 '미래로'였다. 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내멘트가 나왔지만 학교 입구는 보이지 않았고 길은 막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때마침 유치원 통학차량이 도로를 뚫고 지나갔고 그 뒤를 따라가서야 '대구미래대' 학교 안내판이 나왔다. 학교 안으로 들어서자 건물 곳곳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고 본관으로 사용했던 건물 옆에는 '소방차량 운전연습 훈련장소입니다. 일반차량은 운전연습을 삼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멀리서 보이는 학교는 수풀이 우거진 녹색 공간처럼 보였지만 자물쇠가 채워진 건물 가까이 다가가자 건물 내부에는 버려진 가구 등이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다시는 보기 힘들 '스쿨버스 정류장'도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8년 폐교 이후 캠퍼스 내에는 애광재단의 창파유치원만 운영되고 있다. 인근에서 만난 경산 시민(여·55)은 "학교 부지는 넓은데 딸랑 유치원만 건물을 이용하고 있다 보니 초보운전자나 운전면허 시험을 앞둔 이들이 연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건물은 방치돼 있지만 나무들이 많아 간혹 이곳으로 나들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2021061101000379200014492
2018년 문을 닫은 이후 방치돼 있는 대구미래대의 한 강의실 건물. 출입통제를 알리는 경고문 너머 건물 내부에 집기들이 방치된 채 놓여 있다.

같은 날 이곳에서 5㎞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대구외국어대학교. 입구에 바리케이드가 처져 있고 그 앞에는 '출입금지. 위 장소 무단출입 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곳도 대구미래대와 마찬가지로 2018년 2월 문을 닫았다.

이들 학교와 같은 위기를 느끼는 지방대학은 적지 않다. 이런 탓에 정년이 보장되지 않은 대학 교수들은 입학철만 되면 고등학교와 재수학원에 가서 학생 유치에 나서거나 가족·지인 등을 유령학생으로 등록시키는 사례도 적지 않게 생겨나고 있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A대학교는 학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교직원의 친·인척, 지인 등 150여 명을 동원해 허위로 입학처리했다. 등록금은 교직원이 대납한 뒤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 종료 후 자퇴 처리하고 121억원의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았다가 적발됐다. B대학교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 대비해 진단 지표인 신입생 충원율 100% 달성을 위해 교직원의 친·인척, 지인 등 허위 입학생 136명을 동원해 등록금까지 냈다가 입학 전 등록을 취소한 사실이 적발됐다. C대학교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입학의사가 없는 학생의 개인정보를 학교 측이 알아낸 뒤 301명을 부정입학시켰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 충원율 평가에서 중도탈락률 감점 지표를 도입, 중도탈락률을 충원율에 맞춰 신입생과 재학생으로 구분하도록 관계부처에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유령학생'까지 동원해 충원율을 높이는 것은 교육부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2015년부터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3년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실시, 그 결과에 따라 정부 재정지원, 정원감축 등을 통해 대학의 자율적인 구조개혁을 지원하는데 학생 충원율이 낮을 경우 혜택이 줄어든다. 충원율이 포함된 평가에서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하면 내년부터 3년간 매년 평균 40억∼50억원 규모의 혁신지원사업비를 받을 수 없다. 특히 올해부터 시작하는 3주기 평가에서는 학생 충원율 지표에 대한 배점이 2주기 평가 때보다 2배나 올랐다. 대구지역 한 대학 교수는 "인기있는 학과는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은 과는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할 경우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탓에 교수들이 영업사원처럼 학생들을 모집한다"면서 "학교에서 장학금을 주기도 하지만 일부는 그렇지 못해 교수가 등록금을 대신 내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신학기가 되면 집에다 생활비를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글·사진=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지방대 폐교의 현실(2)에서 계속됩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