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아프다면서 병원에도 가지 않으시고…희생적인 돌봄은 효도가 아니다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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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27   |  발행일 2021-08-27 제15면   |  수정 2021-08-27 08:16
노화·질환으로 돌봄이 필요한 부모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진 자녀들

"일방적 의존·희생은 관계에 악영향"

'지속가능한 돌봄' 연구해온 전문의

건강한 관계 유지 위한 노하우 담아

[신간] 아프다면서 병원에도 가지 않으시고…희생적인 돌봄은 효도가 아니다
[신간] 아프다면서 병원에도 가지 않으시고…희생적인 돌봄은 효도가 아니다
차이자펀 지음/우디 옮김/갈라파고스/ 320쪽/1만5천800원

갑작스레 부모님의 보호자가 되어 느끼는 책임감 때문에 괴로운 자녀들, 노화와 만성질환으로 인해 잘 드러나지 않는 정신 건강의 문제로 고통받는 노인들과 만나며 '지속 가능한 돌봄'을 지원해 온 노인정신의학 전문의인 저자의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이들이 겪는 문제를 심리, 관계, 노화, 질병 등 다각도로 분석하고 그 대응법을 담았다. 의료와 돌봄, 의학과 심리학을 함께 다루며 일방적인 의존과 희생이 아닌 지속 가능한 돌봄으로 나아갈 디딤돌을 제공한다. 더불어 노년의 삶을 건강하고 의미 있게 보내고자 하는 노인들을 위해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을 스스로 돌볼 방법들을 소개한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는 누구나 부모님의 '보호자'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자녀에게는 늘 의지할 대상이었던 부모님이 반대로 자녀의 돌봄과 보호가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런 전환이 필연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노인이 된 부모님을 돌보는 '보호자'가 되는 일은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일이 아니다. 노인 돌봄은 일상생활에서부터 병원 내원과 약 복용 같은 몸의 건강, 상실감이나 외로움 같은 정서까지 폭넓은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일이다. 전문적인 지식과 도움 없이 혼자 감당해 내기 어렵다.

요양시설과 데이 케어센터나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더라도 돌봄이 필요한 노인의 보호자 역할이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매일 아프다고 하면서도 병원은 마다하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 사소한 것까지 물으면서도 잔소리와 고집은 늘어만 가고, 자녀가 보호자로서 내리는 결정도 마음에 들어 하는 법이 없다. 정말 성격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아파서 짜증과 화가 많아진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다.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갈등은 하루하루 쌓이고, 마땅히 해소할 방법도, 이런 고민을 상담할 만한 곳도 마땅치 않으니 부모도 자녀도 답답하기만 하다.

책은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과 보호자들을 오랜 시간 만나 온 저자가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지속 가능한 돌봄'을 지원해 온 대응법을 전하고 있다. 매달 1천명에 가까운 노인과 보호자들을 만나며 풍부한 임상 경험을 쌓아 온 저자는 진료실에서 자주 받는 질문 중 이들에게 절실한 27가지 질문을 꼽아 답한다. 부모의 보호자가 된 자녀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들을 묶은 1부 자녀 편에서는 다양한 사례와 일화를 통해 그 원인을 심리, 관계, 노화, 질병 등으로 분석하고, 각각에 맞는 대응법을 소개한다. 2부는 부모 편으로 노년의 삶을 건강하고 의미 있게 보내고자 하는 노인들을 위해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을 스스로 돌볼 방법들을 소개한다.

저자의 진료실을 찾는 이들 중에는 부모님 건강 문제로 내원했지만, 보호자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자기 삶의 균형이 무너져 괴로움을 토로하는 자녀들이 있다. 사연과 꼭 같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자신보다 부모가 우선인 희생적인 돌봄이 곧 지극한 효라는 관념이 부모의 보호자가 된 자녀들을 괴롭히곤 한다. 하지만 당연히 이런 생각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돌봄을 행하는 사람에게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줄 수 없다. 이런 생각이 돌봄을 '상호적 과정'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돌봄을 위해서는 일방적인 의존과 희생이 아닌 상호적 인정과 존중이 필요하다. 당연하게 들리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어디까지가 의존이고 희생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확한 답'은 없다. 그보다 필요한 건 돌봄이라는 상호적 과정을 함께할 서로가 '만족할 만한 합의'이다. 저자가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존중하고, 성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때 모두가 건강한, 지속 가능한 돌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풍부한 사례와 다각적인 분석, 세심한 해법들은 일방적인 의존과 희생이 아닌 지속 가능한 돌봄을 위한 기준을 세우는 데 필요한 도움을 줄 것이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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