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10년 '적자 늪' 청도 소싸움경기] 사행성 아닌 한국형 레저란 인식 필요…온라인 우권 발행 절실

  • 박성우
  • |
  • 입력 2021-08-25 07:21  |  수정 2021-08-26 11:54  |  발행일 2021-08-25 제4면
손익분기점 25%도 못 미쳐 郡예산 수백억 쏟아부은 상황
싸움소 관리 등 규제 대신 전통문화발전 차원 지원 우선
온라인 우권 발행시 구제역 때도 경기중단없이 운영 가능

청도소싸움
소싸움경기가 국민들의 새로운 레저문화로 자리잡고 있으나 사행산업이라는 잣대로 규제를 받으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청도 소싸움경기에서 관람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싸움소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 <청도공영사업공사 제공>

경북 청도 소싸움경기는 2011년 9월 당시 우리나라 전통 민속문화인 소싸움에 베팅이란 현대적 요소를 조화시켜 계승발전시킨 한국형 레저문화로 출범해 지난 10년간 총 8천570여 경기를 통해 매출 1천800억 원, 관람객 250만명(2015년부터 집계)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소싸움경기 운영에 따라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청도군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하는 출혈도 감내하고 있다.

2012년 5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개정에 따른 소싸움경기도 경마·경륜·경정 같은 사행산업과 동일한 잣대로 엄격한 규제를 받으면서 성장의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청도군과 청도공영사업공사는 단순히 사행성 산업이란 규제일변도의 접근보다 전통민속 소싸움을 한국형 레저문화로 창출한 긍정적 측면을 고려한 전향적인 접근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1082301000685900028542

◆군 보조금 한계, 정부 지원 절실

청도소싸움경기는 지난 8월8일 기준 10년간 누적 매출은 1천790억7천만원으로, 2014년 발생한 구제역 파동과 지난해 코로나19 등으로 경기가 거의 중단돼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1년 평균 매출은 223억8천만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손익분기점인 1천억원의 25%도 미치는 못하는 매출 탓에 소싸움경기는 해마다 수십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청도공영공사는 이 같은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해마다 5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청도군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까지 지원받은 보조금만 480억원에 달한다. 청도군의 재정자립도가 9%도 안되는 형편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예산을 소싸움경기 운영을 위해 쏟아붓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우리나라 사행산업 현황을 살펴보면 소싸움경기의 총매출은 268억원으로 사행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 수준이다. 이는 비슷한 류의 경마 7조3천572억원(32.5%)·경륜 1조8천337억원(8.1%)·경정 5천994억원(2.6%)과는 비교조차 무의미할 정도다.

하지만 소싸움경기도 이들 사행산업과 마찬가지로 사감위의 매출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10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걸음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 우권발매에도 사활 걸어

코로나 시대 정부의 비대면 산업육성 정책에 발맞춘 온라인 우권발매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구제역과 코로나19 등 전염병으로 인해 경기가 장기간 중단되는 사태를 경험한 탓에 무관중으로 경기를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출신 이만희 국회의원이 2020년 11월26일 이와 관련한 전통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발의해, 이 의원이 소속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 계류 중이다.

청도공영공사 관계자는 "문화관광체육부 소관인 경륜·경정은 국회를 통과해 이달부터 온라인 발매를 시행하고 있지만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인 경마와 소싸움경기는 아직 시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온라인우권발매가 시행되면 구제역이나 코로나 등으로 인한 전염병 발생시에도 경기 중단없이 소싸움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우사회와 싸움소 확보도 숙제

청도 소싸움경기의 민간 수탁사업자인 한국우사회와도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한국우사회는 소싸움경기장을 지어 청도군에 기부채납하고 연간 17억6천만원의 경기장 무상사용료와 경기운영에 필요한 위탁관리비 19억원 등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자본금이 거의 잠식되면서 다른 수익사업은 전무한 상태로 위탁관리비의 일부 수수료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다. 소싸움경기 정상화를 위해서 우사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로 전락했다.

우수한 싸움소 확보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청도공영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공영공사에 등록된 싸움소 수는 537마리이지만 한 번이라도 출전경험이 있는 싸움소는 271마리에 불과하다. 연간 1천200~1천400회 정도 열리는 소싸움경기를 위해 필요한 싸움소는 244마리,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 이보다 두 배 많은 500마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로 경기가 전면 중단되면서 우주들이 유지비용을 감당못해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싸움소 수가 10%나 감소해 싸움소 기반 붕괴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됐다.

박성우기자 parksw@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박성우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